"카카오T 시장지배, 사실상 선택의 여지 없어"
안기정 "택시, 서비스 개선으로 자생력 키워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20일 서울 양재 더케이호텔에서 `플랫폼 택시 발전 및 독점적 지배시장 개선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있다. 사진. 권민수 기자

[미디어SR 권민수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블루` 가맹계약을 불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20일 열린 `플랫폼 택시 발전 및 독점적 지배시장 개선을 위한 세미나`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계약은 택시업계에 상당히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시와 경기지역 일부를 비롯해 대구, 대전, 울산, 광주 등에서 약 5000여 대의 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누적 이용자 수는 2300만 명이 넘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 KM솔루션을 통해 `카카오T블루` 가맹계약을 맺는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가맹회사는 계약 기간 동안 매출 20%를 카카오모빌리티에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대신 카카오모빌리티는 `활동비` 제휴 계약을 통해 가맹회사의 수익을 보전해준다. 탑승한 승객을 대상으로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홍보활동을 해주는 대가로 가맹회사는 운행 건당 300원의 활동비를 받는다. 이와 별도로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솔루션에 따라 운행 데이터를 지급하는 대가로 요금 구간에 따라 9.15%~15.25%의 활동비를 차등 지급 받는다. 

예컨대, 요금 1만원의 탑승 운행 건이 발생하면 홍보활동비 300원과 12.3%의 요율을 적용받아 1530원의 활동비를 받는다. 매출 1만원의 20%인 2000원을 카카오모빌리티에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가맹회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470원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 가맹사업 계약 형태. 사진. 권민수 기자

안 연구위원은 가맹회사의 카카오모빌리티 수수료가 20%, 계약기간이 5년인 반면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회사에 제공하는 활동비 계약은 3개월 단위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연구위원은 "시장 독점 지위를 갖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같은 계약 구조는 불공정하다"며 "택시업계가 내야 하는 수수료는 5년 동안 고정이지만, 카카오모빌리티가 지급하는 활동비는 계약을 짧은 단위로 갱신하면서 차차 줄어들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택시업계는 대규모 이용자들을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를 벗어나기 어려워 사실상 선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카카오모빌리티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하면 결국 수수료율을 높일 것"이라며 "택시회사가 많은 수수료를 부담하게 되면 결국 이용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널로 참여한 업계 관계자들은 택시업계가 개선을 통해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 연구위원은 "택시업계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며 "카카오모빌리티에 정착한 이용자를 끌어올 수 있도록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기사들도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진상 티원모빌리티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맞서기에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시장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지역 단위로 조금씩 뺏어오는 집중 전략 등으로 카카오가 뛰어들지 않는 틈새 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행열 KST모빌리티 대표는 "택시 차량을 통해 택배, 펫 모빌리티 등 많은 사업을 할 수 있다"며 "다양한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도록 택시업계가 카카오모빌리티 외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의 주관으로 서울 양재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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