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훈 교수 "사후감독에 집중, 시장조성 유지 기능 빠져"
업계 "모든 책임 금융사에 돌려...감독당국 역할 전제돼야"

픽사베이

[미디어SR 박세아 기자] 금융당국이 제2의 라임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강화하자 자산운용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6일 `사모펀드 현황평가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운용사 내부 규제와 함께 판매사, 수탁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증권사 등에 각각의 책임과 역할을 부여하고 복잡한 투자구조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이 개선 방안에 따르면 판매사는 판매 전 투자설명자료의 운용 적정성을 검증하고 판매 후 펀드가 투자설명자료상 나타난 투자전략과 자산운용방법에 맞게 운용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판매사는 문제 발견 시 운용사에 시정을 요구하고 운용사가 불응하면 감독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이는 수탁기관과 PBS도 동일하고, PBS는 사모펀드에 제공한 레버리지 수준을 평가하고 리스크 수준도 관리해야 한다.

여기에 자본금 유지 요건인 7억원에 미달하는 등 부실 전문사모운용사에 대해 검사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금융위 의결을 통해 신속히 퇴출할 수 있는 등록말소제를 도입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

일반투자자에 대한 상품 설명의무도 강화했다. 운용사가 투자설명자료에 기재된 내용을 위반하면 불건전영업행위로 엄정 제재하겠다는 내용 등도 포함돼있다. 일정규모 이상의 사모펀드 외부감사나 자전거래(펀드재산간 거래) 때 비시장성 자산을 회계법인이 평가해야 하는 의무 등도 도입됐다. 

라임사태의 문제가 됐던 유동성리스크와 북층·순환투자 구조 펀드에 대한 관리도 강화했다.  복잡한 펀드 구조로 인해 특정 펀드의 손실이 다른 펀드로 확산, 전이됨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피해를 막기 위해 공모규제 회피 차단이나 순환투자 금지 등에 대한 방안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런 정도의 규제로 제2의 라임사태를 충분히 막을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시장 감시·감독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을뿐더러 모든 책임을 금융회사에 돌리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판매사에 운용사를 점검하고 감시하는 의무가 부여됐지만, 구체적인 펀드 운용 내역, 기한, 투자자산, 운용전략 여부 등 내용을 요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당국이 직접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해 모니터링하는 등의 사전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창훈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디어SR에 "이번에 발표한 사모펀드 규제안의 내용 자체는 이전에 비해 크게 관리, 감독이 강화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규제 방안의 모든 부분이 사후감독에 그친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근본적으로 시장을 시정하는 것도 금융당국의 역할이지만, 시장을 조성하고 유지하는 것도 금융 당국의 중요한 역할인데 후자가 빠져있다"면서 "금융당국이 라임사태를 겪었음에도 책임을 금융회사들에 떠넘기고 그들에 대한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데 그쳤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는 것 자체가 사모펀드 시장의 근본적 목표와 부합하지 않고, 어떠한 형태의 규제를 내놓더라도 결국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라임과 알펜루트와 같이 사기적 요소가 가미된 자산운용사보다 선량한 운용사가 압도적으로 많다"면서 "규제를 강화해도 범죄의 형태는 진화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해당사를 처벌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사전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은 공모펀드에 국한해야 할 문제"라며 "사모펀드는 일부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하이리스크를 감당하더라고 하이리턴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기 때문에 사모펀드에까지 확장해서는 본질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 규제를 최소화하는 것은 방향이 맞지만 감독당국의 관리·감독능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사모펀드는 고액의 투자 전문가들이 높은 위험성을 감당하며 참여하는 펀드인데다 자본 공급 역할도 커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규제 최소화를 위한 전제는 바로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이라고 강조했다. 미등록 운용사까지 합쳐 자산운용사가 전국적으로  400개가 넘지만 금융당국의 인력 등을 고려했을 때 관리감독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결국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회귀한 것이라는 진단인 셈이다.

이같은 논란과 관련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투자자가 무너지면 자본시장도 무너지기 때문에 최우선적인 것은 투자자 보호"라면서 "기본적으로 규제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모펀드의 고유한 성질을 유지하기 위해 모험자본 공급이나 수익률 등에 대한 자율성은 충분히 보장돼 있다"며 "사모펀드 시장에 고액 전문 투자자들이 참여한다고 해도 라임사태 등에서 알 수 있듯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용어설명

PBS  증권사가 사모펀드 운용에 필요한 증권대차, 신용공여, 펀드재산의 보관·관리 등 일련의 서비스를 연계해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업무를 뜻한다.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rime Brokerage Service)의 약자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