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수요 없는 것은 긍정적 신호, 금융시장 안정화 결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월 금리 인하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 한국은행.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최초로 비은행 금융기관 회사채 담보 대출을 개시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수요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일 한국은행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가 가동된 후 15일째인 오늘까지 대출을 신청한 비은행 금융기관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한국은행법 제80조를 가동해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총 10조원 규모의 회사채 담보 대출을 시행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한은법 제80조는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한국은행은 영리기업에 대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행 비은행 직접 대출의 필요성이 제기된 지난 3월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며 주가가 폭락해 증권사들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마진콜(증거금 납부) 요구가 빗발치던 시점이다.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회사채를 내다 팔아 금리가 급등하자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이례적으로 특별대출제도가 도입됐지만, 직접 대출 개시는 5월에서야 시작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신용등급 AA- 이상 우량 회사채만 담보로 삼는 대출 제한과 다소 높은 금리가 증권사들에 충분한 유인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특별대출의 금리를 통화안정증권 182일물 금리에 0.85%포인트를 가산한 1.5% 수준으로 산정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금리 상한이 기준금리+10bp, 즉 0.7~0.8%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두배에 가깝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디어SR에 " 3월 말 이후 시장 안정화로 증권사들의 유동성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높은 금리를 부담하면서 대출을 이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증권사들이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를 신청하지 않은 것은 현재 급하게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위기상황에 내몰리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미디어SR에 "금융안정특별대출은 향후 시장 상황이 더 악화했을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의 역할이므로 시장 수요가 없는 상황이 오히려 긍정적"이라며 "현재까지는 안정된 시장 상황이 유지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했을 때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특별대출제도가 효과적인 유동성 공급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금리 수준에 대한 지적에는 "코로나19발 시장 충격이 왔을 당시에는 가격 변동성이 컸기 때문에 RP금리와 특별대출 금리 차이가 크다고 보는 시각은 적었다"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