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권민수, 김사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대국민 사과를 통해 선언했다. 하지만  4세대 승계를 논외로 하더라도 이재용 부회장 스스로 경영권 강화를 위해 삼성그룹의 공익법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구심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5년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공익사업을 위한 재단이지만, 이 부회장이 2018년 재단 이사장직을 연임하자 재계에서는 "상징적인 그룹 경영권 승계가 공식화됐다"고 평가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은 삼성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12월 말 기준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물산 1.05%, 삼성생명 2.18%를,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4.68%, 삼성화재 3.06%, 삼성물산 0.6%, 삼성SDI 0.58%, 삼성전자 0.03%, 삼성증권 0.22% 등을 보유 중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은 지난 2019년 3월 삼성생명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사용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서현 전 삼성물산 사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삼성복지재단 또한 삼성화재 0.36%, 삼성전자 0.08%, 삼성물산 0.04%, 삼성SDI 0.25% 지분을 들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문화재단, 삼성복지재단, 호암재단의 합계 자산 규모는 4조 6559억원이다. 이 가운데 주식은 2019년 말 기준 총 2조 2651억원으로, 총자산의 49%를 차지한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SDI 등 계열사 주식 규모는 모두 2조 2568억원이다. 한편, 4개 재단의 순 공익사업 지출액(삼성서울병원, 간접비 제외)은 1287억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6월 삼성재단 공익법인이 편법적 지배력 확대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2016년 2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SDI로부터 삼성물산 주식 200만 주(약 3000억원, 지분율 1.05%)를 사들인 것을 문제 삼았다. 이 부회장 또한 같은 시기 삼성물산 주식 2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삼성그룹은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했다고 설명했지만,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공익재단이 후방지원했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총자산 대비 사업비 2.77%...사업 공익성에는 의문

공익성 판단의 간접적 지표가 되는 삼성 재단의 총자산 대비 목적사업비 비중은 2019년 말 기준 2.77%다(삼성서울병원, 간접비 제외). 내년부터 기준자산의 1%를 공익사업에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관련 세법이 개정되면서, 사업비 지출 비중이 낮은 재단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비교적 양호하다. 다만, 선진국 기준에는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기업 소속 공익법인에 연간 순자산의 5%를 공익사업에 투자하도록 하는 의무를 지우고 있다. 최소 자산 대비 5%를 공익사업에 지출해야 공익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한편, 삼성재단의 개별 사업의 적정성에는 일부 의문이 따른다. 

삼성생명공익재단에서 운영하는 노인복지시설 삼성노블카운티는 지난해 343억원을 쓴 삼성의 대표적인 공익사업이다. 지난해 노인 830여 명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삼성노블카운티의 '시니어타운'에 입주하려면 가장 작은 평형 기준 2억 4000만원~3억 7000만원 수준의 보증금을 납부해야 한다. 일반적인 노인 시설보다는 고급 실버타운에 속하는 프리미엄 시설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개인 및 기업으로부터 456억원의 기부금을 받아 운영되는 재단이므로 기부금의 사용이 일부 고소득 특권층에 편중돼있다는 지적을 받기 쉽다. 

지출 명세서 공시 없어...투명성 개선 필요

삼성 재단은 공통으로 당해년도 들어온 기부금에 대해서만 상세 지출 내역을 공시하고 있다. 2019년 기부금이 0원인 삼성문화재단의 경우 기부금품 지출 명세서가 없다. 또한 호암재단의 경우에는 총비용 74억원 중 기부받은 50억원에 대해서만 지출 내역을 공시하고 있고, 나머지 24억원의 세부 지출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투명한 회계 공시의 기본은 재단이 한 해 사용한 비용 모두의 상세한 공시를 일반인도 쉽게 열람할 수 있는 공시자료를 통해 공개하는 것이다. 현재 국세청 공시 양식상 지출 상세 내역을 공개하는 항목이 기부금품 지출 명세서밖에 없기 때문에, 일부 재단의 경우 기부금으로 들어온 수익이 없어도 지출 명세서에 세부 내역을 공시하기도 한다. 

공익법인 한 전문가는 미디어SR에 "당해년도 고유목적사업에서 인건비든 정부보조금이든 기부금이든 세세하게 쓰는 것이 회계의 기본"이라면서 "앞으로 더욱더 작은 단위까지 공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재단 측은 공시 서류상 '공익목적사업의 비용 세부현황'을 통해 사업 비용, 인력 비용, 시설 비용, 기타 비용 등으로 나누어 사업 비용의 내용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체 분배 비용(장학금, 지원금 등 수혜자에게 직접 지급한 비용)의 합계만 적혀있는 해당 항목을 통해서는 개별 지급처와 지급 액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상세한 공시를 위한 재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삼성문화재단 국세청 공시자료. 사진. 국세청

또한 지출 명세서상 지출 목적, 수혜 인원의 구체적인 표기 개선도 요구된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수혜 인원을 모두 '1명'으로 표기해 몇 명의 수혜자에게 얼마의 사업비가 돌아갔는지 명시하지 않고 있다. 지출 목적도 단순 '의료사업', '어린이집 운영지원'이라 표기해 의료 사업의 어떤 항목으로 사업비를 지출했는지 알기 어렵다. 호암재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상찬 사업으로 '해인기획 외'에 22억원이나 지출했지만, 이러한 공시만으로는 어떤 목적으로 어느 기업에 사용한 비용인지 쉽게 파악하기 힘들다. 

이와 관련, 삼성문화재단 측은 "지난해 기부금을 받지 않아 지출 명세서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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