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만한 것은 뭐든 판다"는 분위기?...3조원 마련키 위해 두산타워 매각도 진행 중

박정원 두산그룹회장(왼쪽)과 박지원 그룹부회장이 지난 2월 열린 CES 2020에서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두산그룹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두산이 1분기 4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두산중공업이 바로 적자의 구멍인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15일 발표한 1분기 실적은 연결기준 영업이익 564억원, 순손실 3714억원으로 압축된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했으며, 순손실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로 전환됐다. 두산중공업의 지난 1~3월 매출은 3조847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0.21% 늘었으나 순손실 3714억원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됐다.

다만 (주)두산의 자체 성적을 비롯해 두산인프라코어·밥캣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두산의 자체 사업 실적은 매출 5581억원, 영업이익 6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각각 7.4%, 47.8% 증가했다. 전자BG(비즈니스그룹, Business Group), 산업차량BG의 고른 성장에 힘입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연결 기준 두산인프라코어는 매출 2조93억원, 영업이익 1810억원을 달성했으며 두산밥캣은 매출 1조642억원, 영업이익 868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종합하면 두산중공업의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매출액 1조7000억∼1조8000억원에 영업손실 1000억원대로 분석된다. ㈜두산은 14일 1분기 연결실적을 발표했지만 이례적으로 두산중공업의 개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아울러 두산은 14일 "국내외 금융시장의 상황, 향후금융·실물 경제의 불확실성 및 사내재원 유보의 필요성 등을 감안해 1분기 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6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은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지난 2월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등 고정비 절감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 만기를 앞둔 4조2800억원대의 차입금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2조4000억원을 지원받은바 있다. 대신 두산그룹은 자체적으로 3조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방안을 발표‧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세부 방안은 이날 실적과 함께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현재 결정된 바는 없으나 필요시 세부 내용을 공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3조원 마련키 위한 매물...두산타워 매각 진행 중?

두산이 추진하는 재무구조개선계획(자구안)은 비핵심 자산 매각을 비롯해 사업부 매각, 유상증자 등을 통해서 3조원의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재계 및 투자업계에서는 두산솔루스를 비롯해 두산타워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에도 두산퓨얼셀을 포함해 중앙대 법인과 ㈜두산의 BG 부문 매각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IB업계와 재계 등은 가장 유력한 두산그룹의 ‘매물’로 그룹의 상징인 동대문 두산타워를 꼽는다. 현재 두산그룹은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과 두산타워 매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금액은 7000억~7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두산이 2018년 두타몰을 흡수합병할 때 치른 두산타워 장부가액 6811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두산그룹이 앞서 두산타워 부지와 빌딩을 담보로 마련한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와 보증금 등을 제하고 나면 두산이 두산타워 매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돈은 10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지하 7층~지상34층, 연면적 12만2630㎡ 규모에 달하는 두산타워는 동대문의 랜드마크인 동시에, 두산그룹의 상징으로 꼽힌다. 1998년 준공 이후 20년 이상 본사로 사용돼왔다.

#알짜 계열사도 매각하나?

전지박(동박)‧OLED 사업을 하는 두산솔루스의 경우 공개매각으로 전환해 2차전지 사업을 하는 대기업에 파는 방안을 두산 측이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두산과 박정원 회장 등이 보유한 두산솔루스 지분은 61%다.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매각 시 8000억원가량의 가치가 있다고 두산은 보고 있다. 다만 코로나19의 여파가 지속되면서 인수할 기업들도 장기 불황과 실적 악화에 대한 불확실성을 우려해 인수전에 쉽사리 뛰어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두산은 일단 두산솔루스의 헝가리 전지박 공장만 따로 떼어내 파는 방식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솔루스는 올해 중에 헝가리 공장을 완공해 연 1만톤 규모의 전지박을 생산할 계획이다. 두산솔루스 헝가리 공장이 유럽에 진출한 국내 첫 전지박 생산 라인인 만큼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헝가리 전지박 공장 증설 유상증자 대금으로 3000억원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 밖에 두산이 매각을 검토하는 곳으로는 ㈜두산의 사업부인 모트롤, 산업차량, 전자 등이 고려되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두산타워 매각이나 자구안과 관련해서는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두산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다만 인프라코어와 밥캣을 매각하면 두산의 실적이 급감해 다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될 수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중앙대 운영도 포기하나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향후 경제 전망에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대다수 기업들은 현금성 자산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인수‧합병, 자산 매각 등의 절차가 지연되고 있으며, 담보 대출도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산그룹은 궁여지책으로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운영 중인 중앙대학교에서도 손을 뗄 것으로 보인다. 2008년부터 학교법인 중앙대 운영을 시작했으나, 채권단의 자금을 지원 받으면서 “현금화 가능한 모든 수단을 자구안에 포함하라”는 요청에 따라 두산그룹은 중앙대 운영을 맡을 기업을 찾아 나섰다고 알려졌다.

두산그룹이 중앙대 운영에서 손을 뗄 경우 우선 연간 약 200억원 규모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학교법인 중앙대에 2008년부터 10년간 연평균 205억원 상당 기부금을 출연해왔으며 중앙대에 따르면 두산 계열사 등에서도 매해 기부금을 출연하고 있다.

두산그룹이 중앙대 운영 주체를 찾게 되면 기부금 외에도 추가 수익도 얻을 수 있다. 학교 법인을 거래할 때는 대개 대학을 운영하는 법인 이사를 교체하는데, 2008년 5월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할 당시에 두산그룹은 중앙대 이사장을 맡았던 김희수 전 이사장의 수림재단에 1200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김 전 이사장이 중앙대에 출연한 기부금 1116억원에 이자(7.5%)를 더한 금액이 1200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은 이사진 교체의 대가로 그동안 중앙대에 납입한 기부금 2300억원 상당의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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