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저신(反求諸身), 어른들이 먼저 반성하고 성찰해야 청소년이 선다"

선종학 교보교육재단 이사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권민수 기자] 고(故)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는 1997년 국민 교육을 진흥시키기 위해 교보교육재단을 설립했다. '교육보험'을 통해 성장해온 교보생명이 재단을 통해 '교육정신'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교보교육재단은 '참사람 육성'이라는 목표 아래 꾸준히 공익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참사람’이란 정직, 성실한 성품을 갖추고 끊임없는 자기성장을 추구하며,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의 실천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는 성숙한 인격체를 말한다. 

이를 위해 재단은 청소년 인성교육사업, 리더십 교육사업, 장학사업, 생명교육사업, 교보교육대상 등의 공익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교보교육재단이 소속된 교보생명그룹은 지난해 미디어SR이 진행한 '2019 기업공익평가'에서 공동 2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교보교육재단은 당시 평가위원들로부터 충실한 공익사업과 투명성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선종학 교보교육재단 이사장과 만나 그가 꿈꾸는 재단과 교육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선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2019년부터 교보교육재단을 이끌고 있다. 

"교보생명에서 인사 관련 업무를 오랫동안 해왔고, 계성원(교보생명 연수시설)의 원장을 역임하며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그 누구보다 공감하고 있다. 2019년은 개인적으로 재단이 가진 역량을 파악하고, 우리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탐색하고 고민하는 시간들이었다. 2020년에는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교육의 참된 가치를 사회에 지속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교보교육재단은 투명성이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다. 재단이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투명성 유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대중과의 소통’이다. 공익재단과 대중들이 서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재단에 관심과 호응을 줄수록 재단은 투명성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지게 된다. SNS, 뉴스레터 등의 온라인 채널을 통해 재단의 비전과 목적, 핵심가치를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우리가 어떤 사업을 진행하는지 꾸준히 알리고 있다. 홈페이지에 재단의 정관과 연도별 재무제표를 공개하여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매해 사업보고서를 발간하여 재단의 성과를 공유하고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가장 큰 공익적 성과를 얻은 사업을 꼽는다면?

"일단 장학사업이 더욱 풍성해졌다. ‘교보생명 희망다솜 장학사업’은 소외 청소년의 자립을 목표로, 지난 17년간 대학교 입학부터 졸업까지 장학금과 커뮤니티를 지원했다. 다만, 사업이 장기간 지속되자 우리 사회와 교육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이제는 ‘자립’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의 다양한 분야가 필요로 하는 전문인재로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장학생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런 뜻과 기대에 부흥하고자, 지난해 ‘교보생명 희망다솜 대학원 장학금’을 신설했다. 기존 장학생 중 대학원 입학이 확정된 장학생을 2명씩 선발하여 장학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9년 2월 교보생명 희망다솜장학생 겨울캠프에서 장학생들이 독립기념관에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교보교육재단

"또 ‘교보 체육꿈나무육성 장학금’을 처음으로 시행했다. 탁구, 육상, 체조 등 7개 종목에서 2명씩 총 14명을 선발해 연 200만원씩 총 2800만원을 지원한다. 사실 교보생명은 1985년부터 약 34년 간 ‘교보생명컵 꿈나무 체육대회’를 개최, 기초 종목의 체육 유망주들을 발굴해왔다. 교보생명과 교보교육재단 여기에 더해 체육 유망주들이 자신의 꿈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도록 ‘교보 체육꿈나무육성 장학금’을 새롭게 마련한 것이다. 심리적,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정신건강 프로그램도 함께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2020년 새로 시작하는 사업이 있다면? 

"위기 청소년 주체성 회복 프로그램 '마음두드림(Do Dream)' 사업을 새로 시작한다. 본래 2월에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사업 시작일이 5월 말로 늦춰졌다. 위기 청소년의 재범률을 낮추고 교화할 수 있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소년원 학교에 지원하는 사업이다. 소년원 학교에서 교육자로 활동하신 이화식 단국대 교수님께서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셨다. 인문학적 예술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골자다. 영화 한 편을 선정해 소년원 청소년들이 직접 각색하고 연기하면서 감정을 느껴보고, 민화·캘리그라피 그리기, 성찰일기 쓰기 등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본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온 작품들을 연말 소년원 축제를 통해 직접 시연할 계획이다."

최근 여성을 대상으로 성착취 영상을 촬영한 뒤 유포하고 협박한 n번방 사건이 문제가 됐다. n번방 가해에 청소년들도 많이 가담한 것으로 알려져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심각한 문제다. 스마트폰, 유튜브를 비롯한 미디어 등에 집중하다 보니 진정 중요한 인간의 가치가 소실된 것 같다. 사람과 사람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특히 어른들이 아들에게 성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 올바르게 성교육하는 기관을 찾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들은 인터넷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배우게 된다. 재단에서 연구 사업을 선정할 때 젠더교육을 다루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상이 무섭도록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래 시대를 살아갈 청소년에게 필요한 인성 역량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미래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인성 역량은, 기계와 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 바로 ‘공감능력’일 것이다. '공감'은 자신을 상대방의 위치와 상황에 빗대어서 상상해보게 하는 힘이다. ‘내가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면?’, ‘내가 10세 아이라면?’ 이처럼 타인이 돼보는 경험을 통해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해낼 수 있는 것이다. 공감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진실한 소통을 통해 사람들의 결속과 사회적 도덕성은 더욱 견고해질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교육 철학은? 

"2019년 전국 청소년 독서편지쓰기 대회의 수상자인 한 소년원 청소년이 이런 내용의 편지를 썼다. "아버지로부터 욕을 듣고, 맞기만 했던 제가 배운 것은 결국 욕하는 법, 때리는 법이었습니다." 청소년 문제의 근간에는 반드시 잘못된 어른들의 행태와 가르침이 있다. 부모들에게 '반구저신(反求諸身)'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반구저신이란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남을 탓하지 않고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내고 고쳐나간다는 뜻이다. 청소년들의 올바른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어른들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먼저 되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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