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ETF 월물교체 사전 고지 없어…투자자 손실 '분노'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약관상 문제 법적 쟁점 될 듯

이미지. 픽사베이

[미디어SR 박세아 기자] 원유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투자자 200여명이 삼성자산운용사에 대해 법적 소송에 돌입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앞으로 갈등 해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모씨 등 투자자 220명은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삼성자산운용을 상대로 총 33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삼성KODEX WTI원유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원유-파생형)(H)` 상품의 투자자들로 삼성자산운용이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사전공시 없이 무단으로 ETF구성종목을 변경해 손실을 입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4월 23일 WTI 원유선물 ETF의 자산 구성을 기존 6월물(73%)에서 6월물(34%), 7월물(19%), 8월물(19%), 9월물(9%)로 분산했다. 하지만 6월물 비중을 낮추자 공교롭게도 시장에서 6월물이 41.4% 상승했다. 월물 교체 관련 내용은 교체가 완료되고 난 후 공시됐다. 

이에 투자자들은 6월물을 최저점에서 교체하는 바람에 급반등에 따른 수익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운용사의 사전고지 없는 일방적인 월물교체로 투자자들이 투자 여부를 판단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봤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다른 투자자 2명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삼성자산운용을 상대로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실제 소송에서는 사전고지하지 않은 것이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한 것인지, 약관상 문제는 없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삼성자산운용측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유가 움직임으로 인해 상장폐지를 방지하고자 월물 교체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거래소의 하한가 규정(일별 30% 제한)과 괴리율 등으로 발생한 문제라는 얘기다. 삼성자산운용측은 제3의 원유선물 투자자들이 사전 고지를 악용한 선행매매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어 손실 방지를 위해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수익자총회를 열지 않아 임의로 월물 변경이 이뤄졌다는 투자자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의 변동이나 회사 내부기준의 변경 등으로 변경될 수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투자자측 소송 대리인 오현 변호사는 "피해 투자자 220명 원고인을 대리해 서울중앙지법에 민사소송을 1차로 접수했다"면서 "삼성자산운용이 선량한 관리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소장 접수 이유를 설명했다. 

오 변호사는 미디어SR에 "삼성자산운용측에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변경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느낄 수 없다"고 운을 뗐다. 투자자 보호란 공정하게 원칙에 따라서 상품을 운용하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이번 월물 변경은 투자자를 위한다기 보다는  삼성자산운용의 손실 방어에 주력해 불거진 사태라는 분석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ETF의 특성상, 투자자 손실보다 월물교체에 따른 자산운용사의 수익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산운용사가 자체적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린 조치였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오 변호사는 이어 "상품 운용을 했던 4년 동안 정기 변경 이외에 이례적으로 사전 고지 없이 변경된 적은 한차례도 없었다"면서 "원론적으로 기초지수를 따라가도록 설계된 인덱스펀드 임에도 지수 변동이 없었던 새벽에 한꺼번에 물량을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된 투자 대상자를 변경할 경우 수익자총회를 미리 열어야 했음에도 임의로 월물 변경하는 등 패닉셀도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은 투자설명서와 약관에 아무 문제없이 진행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약관과 투자설명서상 사전 고지 의무가 명시된 바 없다"면서 "펀드라는 상품 자체가 증거금 밑으로 하회하면 자동청산 되는 구조기 때문에 마이너스 손실을 볼 수 없고, 따라서 자산운용사도 손실 보전의 부담감이 없는 것 아니겠냐"고 반박했다. 

원칙상 1좌당 순자산 가치의 변동률을 기초지수의 변동률과 유사하도록 운용해야 하지만 긴급하고 예외적인 시장 상황의 변동이 있는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해 효율적인 방법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인덱스 ETF의 명확한 목적은 추정오차를 최소화해야 함에도 삼성의 경우 이번 포트폴리오 변경을 통해 명백하게 추적 오차가 커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의 경우 삼성자산운용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소송이 실제로 들어와서 감수해야 하는 비용보다, 이번 변경 전 상황으로 인해 소모될 수밖에 없는 비용을 더 크게 감안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법리적 다툼이 본격화되면, 삼성자산운용의 이번 고지없는 변경이 약관에 위배된다는 것은 상황에 따른 해석상 차이로 인해 좀 더 치열한 다툼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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