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문화재단, 상장계열사 주식만 1조7500억원 규모

30대 그룹 소속 비영리재단 보유 지분 중 계열사 지분이 1%를 넘고 지분가치 1000억원이 넘는 경우. 사진. CXO연구소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30대 그룹 소속 비영리법인의 절반 가까이가 그룹 계열사 주식을 1% 넘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 오너 일가가 운영하는 공익재단의 경우 계열 상장사 주식의 지분 가치가 1조75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 CXO연구소(소장 오일선)가 ‘국내 30대 그룹 내 비영리법인 계열사 주식 보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비영리법인이 51개, 이들 법인이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는 총 124곳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 결과 삼성과 롯데의 비영리법인이 가장 많은 수의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그룹은 14곳의 계열사 주식을, 현대중공업이 11곳, 포스코 10곳, 한진 9곳의 계열사 주식을 비영리법인이 보유하고 있었다. 대림·금호아시아나가 각 8곳, SK·영풍·하림이 각 6곳, 두산이 5곳 순으로 비영리법인이 계열사 주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삼성과 롯데그룹의 경우 주식을 보유한 비영리법인의 개수는 동일했으나, 상장사 주식평가액 규모로 보면 차이가 컸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서현 이사장이 이끄는 삼성복지재단이 계열사 14곳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중 상장사는 12곳, 비상장사는 2곳이며, 이들 공익재단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12곳의 상장사 주식평가액은 1조755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 중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문화재단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총 1조 311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삼성문화재단은 4380억원에 해당하는 삼성생명 주식 4.68%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문화재단은 2699억원 상당의 삼성화재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이밖에도 910억원 가치의 삼성전자 주식 0.03%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도 삼성물산 주식 1.05%(2050억원), 삼성생명 주식 2.18%(2040억원)를 보유하고 있으며 비상장사 2곳, ‘미라콤아이앤씨’와 ‘에스코어’의 지분 각각 0.15%, 0.14%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 지분은 1% 미만이지만 주식가치만 1000억원이 넘는 계열사도 3개였다. 삼성복지재단 소유의 삼성전자 주식 0.08%는 2170억원이나 됐다. 삼성문화재단도 삼성물산 주식 0.6%, 삼성SDI 주식 0.58%를 보유해 각각 지분가치만 1172억원, 1150억원에 육박했다.

롯데그룹의 비영리법인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14개 계열사 중 상장사는 8곳이다. 다만 주식 평가액은 2622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롯데장학재단은 롯데지주 지분 3.24%(1284억 상당)을 보유하고 있어 그룹 내 재단이 보유한 지분 가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롯데장학재단은 롯데칠성(6.28%), 롯데제과(5.7%), 롯데푸드(4.1%) 지분을 보유 중인데 주식평가액은 각각 559억 원, 503억 원, 179억 원으로 파악됐다. 이외 롯데장학재단은 비상장사인 롯데역사(5.33%), 대홍기획(4.99%) 등의 계열사 지분도 다수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과 롯데 이외에 비영리법인이 보유한 주식평가액이 1000억원이 넘는 곳으로는 학교법인 포항공과대학교(포항공대)도 이름을 올렸다. 포항공대는 포스코 지분 3487억원(2.47%), 포스코케미칼 지분 1287억원(4.14%) 상당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 포스코건설(2.07%), 포스코기술투자(5%), 포스코아이씨티(0.87%) 포스코인터내셔널(0.3%) 지분도 포항공대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0대 그룹 내 비영리법인이 주식을 보유한 124개 계열사 중 비영리법인이 보유한 지분율이 10% 넘는 계열사는 11.3%(14개)였고, 5~10% 미만이 9.7%(12개), 1~5% 미만 28.2%(35개)로 전체 계열사의 49.2%를 기록했다. 절반에 가까운 계열사들에 그룹 내 비영리법인 소유 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미디어SR에 “현금 상속은 상속세율이 50%대지만 주식 지분의 상속이 이뤄질 경우 상속세는 65%에 달한다”며 “대기업 집단의 오너 일가가 계열사 지분을 그룹 혹은 오너 소유의 비영리재단에 기부하게 되면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고 그룹 및 계열사 지배력도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한진칼의 치열한 경영권 분쟁에서 정석인하학원은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도록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겉으로는 소유 주체가 바뀌는 듯하지만 실상 오른쪽 호주머니의 돈을 왼쪽 호주머니로 옮기는 것에 가깝다.

오일선 소장은 특히 “향후 경영 승계 3~4세대로 넘어갈수록 상속세 등으로 인해 그룹 총수 일가의 주식 지분 지배력은 차츰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삼성처럼 다른 그룹도 4세대 경영 포기 선언을 하는 경우가 속출할 경우 그룹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비영리법인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여러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해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조사의 30대 그룹은 2019년 기준이고, 보유 주식 현황은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자료를 근거로 파악했다. 비영리법인은 공익재단과 학교법인 등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 기준이다. 상장사 지분가치는 5월 11일 보통주 종가 기준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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