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의 유상증자 참여, 경영권 분쟁 불씨 당길까

대한항공 본사.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대한항공이 13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자구안을 의결했다. 정부 지원금과 유상증자로 확보할 자본금을 더하면 대한항공은 최조 2조2000억원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이날 대한항공은 주주 우선배정 후 일반공모방식으로 1조원 대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유상증자로 새로 발행되는 주식 수는 7936만5079주이며, 주당 발행가격은 1만2600원으로 예상된다.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대한항공의 전체 발행 주식이 기존 9595만5428주에서 1억7532만507주로 늘어나게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최종 발행가액이 2020년 7월 6일 확정될 예정"이라며 "신주 상장은 7월 29일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주주 우선배정 후 일반공모방식은 인수자를 미리 정하고 이후 지분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불특정 투자자에게 주식을 파는 일반공모 방식은 코로나19 등으로 항공 업황이 나빠져 흥행이 덜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항공화물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7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주식전환권이 있는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권 발행 등도 결의됐다.

또한 운영자금으로 2000억원의 자산담보부 차입도 진행하기로 결정되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한 정부 지원이 조속히 실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1조원대의 유상증자는 이같은 국책은행으로부터의 지원금 1조2000억원에 대한 자구안의 일환이기도 하다.

다만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면 한진칼로서는 3000억원 가량을 투입해야 한다. 한진칼이 대한항공 지분 29.96%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진칼이 현재 확보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을 살리기 위해 한진칼이 다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보유자산을 매각하거나 담보 대출 또는 한진칼 자체 유상증자로 자금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대주주인 한진칼도 14일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 방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1조2000억원 규모의 정부 지원금과 유상증자로 마련될 금액까지 합하면 대한항공이 확보한 유동성은 2조2000억원 수준이다. 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송현동 부지의 매각 협상이 타결되면 대한항공은 최대 2조7000억원까지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날 새 자구안에 기내식 등 사업부 매각 가능성도 점쳤으나 자구안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사업부 매각 주관사로 크레디트 스위스(CS)를 선정해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한진칼 경영권 분쟁의 변수로 떠오를까?

일각에서는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검토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과 조 회장이 한진칼 경영권을 두고 대치하고 있는 상황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추진하게 되면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지분 유지에 실패할 경우 조 회장은 3자 연합과의 지분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국면을 맞게 된다.

하지만 보유자산 매각의 경우 코로나19로 인수합병(M&A)시장이 원활치 않아 유상증자 시점에 자산 매각도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전망이다. 금융권에서 담보 대출도 원활하지 않다는 점에서 한진칼 현 경영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KCGI는 올해 지분을 늘려 19.36% 확보한 상태다. 반도건설도 16.90%까지 늘렸고, 조 전 부사장 6.49%과 합하면 총 42.75%다. 반도건설의 의결권 제한으로 지난달 주총 당시 인정된 3자 연합의 지분율은 31.98%였다.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을 비롯해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 특수관계인, 델타항공, 대한항공 사우회, GS칼텍스 등 총 41.5%가량으로 지분 경쟁에서 현재로선 3자 연합이 앞서 있다.

한진칼의 백기사인 델타항공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유상증자 참여 여부는 불투명하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은 14.9%다. 델타항공뿐 아니라 조 회장 모친인 이 고문과 조 전무, GS칼텍스 등도 경영권 방어를 위한 유증 참여에 적극 나설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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