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중 1명꼴로 이사 명함 3개 이상 소유...SM 최승석 부회장 등기이사 명함 18개로 최다
GS그룹 16명 최다, KCC(15명), 애경(11명), 영풍‧SM(각 10명)...미래에셋, DB그룹은 '제로'

대기업집단 오너일가의 등기임원 겸직 현황. 사진. CEO스코어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국내 대기업 오너일가 3명 중 1명이 계열사 3곳 이상에서 등기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의 의사 결정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이사회 개최 건수가 연간 15차례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10곳 이상의 기업에서 등기이사를 맡을 경우 이사회만 150회 가량 참석해야 한다. 당연히 계열사의 부실경영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13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4월 말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64개 대기업집단 중 오너가 있는 55개 그룹 2106개 계열사의 등기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374곳에 228명의 오너일가가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너 1인 평균 2.4곳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사대상 228명 중 32%에 해당하는 73명이 3개 이상의 계열사에서 등기이사 직함을 보유하고 있었다. 3명 중 1명 꼴로 3개 이상의 계열사에서 등기이사를 겸직 중인 셈이다. 228명 중 41명은 2곳, 나머지 114명은 1개 계열사에만 등기이사로 등재됐다.

특히 최승석 SM그룹 부회장은 무려 18개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등재돼 겸직 수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17곳, 우오현 SM그룹 회장 13곳, 곽정현 KG케미칼 대표 12곳,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 10곳 등의 순이다. 이들 다음으로는 우연아 삼환기업 대표 9곳, 지성배 IMM 대표‧김홍국 하림 회장이 7곳, 조현준 효성 회장‧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조현상 효성 사장이 각각 6곳에서 이사를 겸직하고 있었다.

특히 겸직 보유수 상위 10명 중 우오현 SM그룹 회장 일가가 4명에 달해 눈길을 끈다.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는 우오현 회장의 셋째 딸이며, 최승석 SM그룹 부회장도 우 회장의 친척이다. 우 회장의 막내 아들인 우기원 라도 대표 역시 SM그룹 계열사 4곳에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그룹별로는 GS그룹이 16명의 오너일가가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등재돼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KCC(15명), 애경(11명), 영풍‧SM(각 10명) 등의 순이었다. 반면 미래에셋과 DB그룹은 등기이사 중 오너일가가 단 한명도 없어 오히려 두드러졌다.

지난해에 비해 등기이사 겸직 계열사 수가 줄어든 오너일가는 39명으로, 우오현 회장의 경우 지난해에는 68개 계열사 중 절반에 달하는 34곳의 등기이사를 맡아 1위였지만 올해는 총 13곳으로 대폭 줄었다. 최승석 부회장 역시 25곳에서 18곳으로 감소했으며, 우오현 회장의 인척인 박흥준 경남기업 대표도 13곳에서 4곳으로 9곳 줄었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9곳에서 5곳으로 줄어들었다.

1년 새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오너일가는 지난해 은퇴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채승석 전 애경개발 사장 등 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겸직 수가 늘어난 오너일가는 20명이었다. 대부분 승계 과정에 있는 자녀세대로, 허준홍 GS칼텍스 전 부사장과 우오현 회장의 장남인 우기원 라도 대표는 각각 1곳에서 4곳으로 3곳씩 늘었다. 겸직 수로 5위 안에 든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도 7곳에서 10곳으로 증가했다.

SM그룹은 우오현 회장과 최승석 부회장이 맡고 있는 등기이사 수가 줄었으나 이는 계열사를 지난해 3월 말 68개에서 올해 53개로 줄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5개 계열사를 정리했으나 우명아‧우기원 대표의 겸직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집안 배불리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디어SR에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이사회의 독립성이 더욱 중요해진다”며 “등기이사 겸직의 문제점은 회계 부정 등의 위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주주들의 권리와 이익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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