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 억울함 호소..."정부 지침에 따랐을 뿐...당일 취소 가능"

한 카드사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화면 캡처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과정에서 기부란을 실수로 체크하는 '기부 실수'가 이어지면서 카드사들의 신청 페이지가 고객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최근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받는 9개 카드사에 카드 신청 절차에 기부 메뉴를 추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카드사들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페이지의 마지막 절차에 기부금 액수 입력란을 추가해 만원 단위로 기부금을 신청하거나 전액 기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보통 꼼꼼하게 읽지 않고 넘기는 약관 동의 항목에 재난지원금 기부 체크 박스를 추가하기도 했는데, 재차 기부 의사를 확인하는 팝업 페이지 조차 없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기부하게 되는 어이없는 실수가 속출했다는 것이다.

재난지원금 접수 첫날인 지난 11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무심결에 약관 동의를 체크하다 전액 기부를 하게 됐다는 황당한 사연들이 줄을 이었다. 

고객들은 카드사들이 지원금 신청과 기부금 신청 절차를 분리해놓지 않아 혼란을 야기하고 노골적으로 기부를 유도하는 것 같다는 불편함을 드러냈다. 

세대주 김모씨(30)는 "의도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원 가입할 때 마케팅 수신 동의하듯이 기부를 '끼워 팔기'하는 것은 매우 기분 나쁜 방식이다"면서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가도 싫어졌는데, 노인들은 잘 몰라서 더 실수를 많이 할 것 같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이에 카드사들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전 카드사 공통으로 신청 절차에 기부 선택란을 추가했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재난지원금 신청 단계 마지막에서 신청한 금액을 기부할지 선택하는 양식은 행안부에서 내려온 지침으로, 전 카드사가 똑같다"면서 "고객들이 처음이라 헷갈리신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행안부는 국민들에게 기부를 유도하려는 목적이 아닌, 기부할 수 있는 여러 방식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나온 방침이라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당초 국민들이 재난지원금을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을 세 가지로 제시했고, 그 정책에 따라 카드사에서 신청 페이지를 만든 것"이라면서 "기부는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기부를 유도하려는 목적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이 정부 지침을 따르면서도 보다 명확하게 구분되는 UI나 팝업 화면을 추가하는 등의 노력으로 오해를 줄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해프닝이다.

한편 실수로 기부된 재난지원금은 당일에 한해 신청 카드사 고객센터를 통해 취소가 가능하다. 

특히 기부 취소 민원이 많았던 하나카드는 홈페이지 및 모바일 앱 신청 페이지에 '기부금 변경' 메뉴를 신설해 고객센터를 통하지 않고서도 고객들이 실수로 신청한 기부금을 취소할 수 있게 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원래 기부금 변경 메뉴가 없었는데 전날 오전 실수로 기부하고 고객센터에 문의한 손님이 많아 별도로 항목을 마련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단, 카드사가 행안부로 재난지원금 데이터를 넘기는 밤 11시 30분을 넘기면 기부금 신청 내역은 취소할 수 없다. 

행안부 관계자는 "시스템상 당일 데이터를 자정이 넘어 익일에 받게 되는데, 한 번 기부로 집계된 금액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이중으로 확인되는 등 오류 날 가능성이 있어 일단은 당일 취소만 가능하다"면서 "진행 상황을 봐서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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