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작업이 한창인 이태원 클럽 주변 모습.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이승균 기자] 최근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과 관련 일부 언론의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가 방역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국민일보는 "[단독] 이태원 게이 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라는 기사를 통해 확진자가 성소수자일 가능성을 드러내는 제목을 달았다. 논란이 일자 게이 클럽을 유명 클럽으로 수정했다.

이어 기독일보는 11일 '게이 확진자의 감염경로 공개하라'는 기사를 통해 질병관리본부가 게이 코로나 확진자의 자세한 감염경로와 활동 특성을 공개해야 한다는 동성애 반대 단체의 주장을 담았다.

이 외에도 다수 온라인 매체가 자극적인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사를 무분별하게 내고 있다. 위키트리는 10일 이태원 클럽 명부에 연예인 이름이 나왔다며 출처가 분명확한 정보를 토대로 기사를 발행하기도 했다.

위키트리는 11일에도 '게이 의료진인데, 너무 화가 난다', '이태원 게이클럽 방문자들이 진단검사 받은 뒤에 소스라치게 놀란 까닭'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작성하며 이태원 클럽 관련자 혐오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정부는 이런 보도가 “방역을 방해하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클럽에 방문한 확진자와 2차 감염자를 모두 포함해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로 발표하고 있다"며 "이들 모두를 일방적으로 성소수자로 몰아 세우면 2차 확진자 등이 음지로 숨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에 서울시는 11일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응하기 위해 '익명검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신분 노출을 꺼리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검사에 응하도록 하려는 조치로, 클럽 방문자 중 3천여명이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도 이날 강남의 수면방이나 이태원 클럽 방문 사실을 밝히지 않고 해당 동을 방문한 사실만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소수자 인권을 보호하고 이들이 감염 사실을 은폐하지 않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원희룡 제주지사도 11일 라디오에 나와 “신원이 밝혀져 가족관계나 친구들한테 충격을 줄까 꺼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일단 신고를 하면 철저히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중대본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문제가 된 '특정 클럽'에 갔었다고 말하지 않고, 그냥 이태원 일대의 유흥시설에 방문했다고만 말하면 보건소에서 추가 질의 없이 바로 무료로 검사한다"며 "검사가 필요한 분들은 안심하고 적극적으로 검사에 응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기자협회에서 자율적으로 만든 감염병 보도준칙 준수를 부탁한다"며 "인권보도준칙의 경우에도 필요 하지 않을 경우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에 따르면 기사에서 성소수자 클럽이라는 점을 적시해서 안 된다. 기자협회 지난달 28일에는 "감염인은 취재만으로도 차별 및 낙인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감염인과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는 감염병보도준칙을 신설한 바 있다.

기자협회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해당 준칙은 한국과학기자협회 등과 함께 감염병 피해 확산 최소화를 위해 마련되었다"며 "과도한 보도경쟁으로 확진자들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기자들에게 "성소수자 기사를 쓸 때 자신이 성소수자를 공정하게 대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이 나의 편견이나 혐오가 기사에 반영되어 있는지 되짚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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