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수 산업부 기자

[미디어SR 권민수 기자] 청와대가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바로 게임 `마인크래프트`에 청와대 맵을 구현해 어린이들을 초대한 것. 코로나19 사태로 예년처럼 어린이들을 청와대 경내로 초청할 수 없게 되자 어린이날을 맞아 온라인으로 초청한다는 참신한 아이디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캐릭터로 등장해 아이들을 청와대로 이끈다. 어린이들은 청와대 맵을 다운로드 받아 게임 속에서 청와대를 직접 다녀볼 수도 있다.

청와대 랜선 초청 이벤트는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집 안에 틀어박혀 있어야 하는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는 평이다.

청와대가 어린이와 소통하기 위해 게임을 활용하자 게임업계는 기대감에 부풀어있는 듯한 모습이다. '게임=문화'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게임산업에 힘을 실어준다는 시그널로 이해하는 시각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7일 게임 진흥정책을 발표한 것도 이와 맞물려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30여 명의 인력이 1주일간 밤을 지새워 마인크래트 맵을 만들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30명의 인원이 일주일간 달려들어 밤을 새우면서 수작업으로 만들었다"고 밝힌바 있다. 많은 인력이 매달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발언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노동 존중 사회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와는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듯한 인상이 강하다.

특히 게임업계 종사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은 예민한 이슈다. 게임 출시 기한을 맞추기 위해 완성 직전 개발에 몰두하는 '크런치 모드'에 시달리다 병원에 실려가고 심지어 과로사한 사례도 적지 않은 게 바로 게임업계 아닌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근무환경이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산업 전반에 건강한 게임 개발 문화가 아직은 온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여전히 장시간 노동 관행이 존재한다는 것이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게임업계 출신인 류호정 정의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최근 "게임업계에서 52시간 초과 근무한 것을 기록하지 못하게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IT기업 경영진이 주 52시간 근무를 무력화하려는 발언을 쏟아낸 만큼, 게임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과거로의 회귀나 퇴보에 대한 두려움이 상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30여 명이 일주일 동안 밤새 매달려 작업했다"고 언급한 것은 게임업계의 과로문화를 당연시하거나 긍정하는 표현으로 오해될 소지가 다분하다. 게임업계 내부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추진하는 정부가 '크런치 모드'를 하다니 모순 아닌가"라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는 게임을 '문화예술'로 인정하고 각종 정책 지원을 통해 게임산업을 키워나가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근로자에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업계가 더욱 노력해 게임 개발 문화가 더욱 건강해지고 성숙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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