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지난 7일 디지털생중계를 통해 새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 LG화학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LG화학이 ‘화학’을 뛰어넘어 ‘과학’을 기반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한 뉴 비전(New Vision)을 선포하며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LG화학은 지난 7일 신학철 부회장 및 각 사업본부 대표 임직원 20여명이 패널로 참석해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전체 임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비전 선포식을 원격 생중계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LG화학은 ‘We connect science to life for a better future(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학을 인류의 삶에 연결합니다)’라는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새로운 비전은 △모든 분야의 지식체계는 물론 지금까지 LG화학이 축적한 지식‧기술‧솔루션이라는 ‘과학’(Science)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의 지식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세상에 없던 혁신을 만들고(Connect) △고객과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해나간다는(Life for a better future) 의미를 담고 있다.

비전은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를 의미하며 기업의 미래상(像)을 담고 있는 것으로, 기업의 중‧단기 전략이 비전을 바탕으로 구체화된다.

LG화학은 지난 2006년 이후 14년 만에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기존 비전은 차별화된 소재와 솔루션으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세계적 기업’이다.

이날 선포식에서 신학철 부회장은 “우리를 둘러싼 과학과 우리가 축적한 과학으로 깨지지 않는 화장품 뚜껑부터 세상에 없던 최고의 배터리를 만들기까지 꿈을 현실로 만들어 왔다”며,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사업모델을 진화시키고 전혀 다른 분야와 융합하여 고객의 기대를 뛰어 넘는 가치를 만들어갈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새로운 비전 선포는 LG화학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새로운 비전과 함께 LG화학은 슬로건도 새롭게 발표했다. 새로운 슬로건인 ‘We connect science’는 과학이 인류의 삶과 연결되어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미래에 기여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를 ‘Connect’의 알파벳 ‘C’와 ‘O’를 연결해 무한대 기호(∞)로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비전 달성을 위한 핵심가치로는 △고객가치중심(Customer Focus) △민첩성(Agility) △협력(Collaboration) △열정(Passion)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선정했다.

LG화학은 이같은 비전 선포가 경영환경 급변에 따라 화학을 뛰어넘는 혁신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한 응답이라고 설명했다.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초지능(hyper-intelligence)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은 고객을 변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고객이 LG화학에 기대하는 가치를 변화시키고 있어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캐시카우 하나 더 만든다, 성장 축 분산

이에 따라 LG화학은 석유화학, 전지, 첨단소재, 생명과학 부문을 성장축으로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전략으로부터 출발하던 이전과는 시작점부터 달라진 것이다.

LG화학은 이제 석유화학 시장을 넘어설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기업의 DNA를 진화시키면서 화학 기반의 사업 구조를 넘어서, 사업분야별 변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석유화학부문은 이산화탄소 저감,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트렌드에 맞춰 바이오 기반의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공정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다양한 업체와 협력을 강화한다.

전지부문은 글로벌 자동차업체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사업운영 역량을 높이고 공동연구를 확대해 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하는 등 e-모빌리티 혁신을 추진한다.

첨단소재부문은 양극재 사업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신규 배터리 소재 사업 발굴을 위해 글로벌 소재 업체와 다양한 협력 기회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생명과학부문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타겟 발굴 및 알고리즘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의 암세포 변이 예측 프로그램 보유 기업과 협업해 항암 치료 백신 개발도 진행한다.

LG화학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배터리의 경우는 과학의 분야로 따졌을 때 전자 과학도 적용되는 등, 화학이라는 과학의 분야에 구애받지 않고 융‧복합의 시대에 발맞춰 다른 사업 영역에서도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LG화학 여수 NCC공장 전경 제공:LG화학

#비전 공유, 비전 설정만큼 중요

LG화학은 ‘뉴 비전’ 선포에 맞춰 사업 전반에 걸쳐 조직문화도 혁신한다. ‘과학과의 연결’이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서로 다른 분야와 적극적으로 융합하여 시너지를 창출할 예정이다.

또한, 새로운 비전과 핵심가치가 실제 조직 운영과 연계될 수 있도록 리더십 육성 체계를 전면 개편해, 올해 하반기 채용과 평가에 반영한다. 동시에 전 구성원이 새로운 비전과 핵심가치의 의미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CEO가 화상 시스템을 통해 정기적으로 국내 사업장을 비롯해 미국, 폴란드, 중국 등 해외 사업장의 임직원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등 글로벌 임직원들과의 소통도 강화해 나간다.

신학철 부회장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리더와 구성원의 노력은 물론 전방위적 제도 및 시스템 개선 등이 함께 따라야 한다”며, “새로운 비전을 바탕으로 R&D 뿐만 아니라 생산, 구매, 영업 등 다양한 직군별로 프로덕션 사이언티스트(Production Scientist), 세일즈 사이언티스트(Sales Scientist)와 같이 구성원 모두 ‘과학과의 연결’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LG화학의 새로운 비전 선포는 오랜 고민에서 나온다. 이미 2018년부터 석유화학의 호황이 지속성을 갖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 아래, 안정적인 사업 부문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불안하다는 투자자들의 눈초리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해 코로나19로 석유화학의 시황이 당장 직격탄을 맞으면서 14년 만의 비전 재설정이라는 결정에 속도를 더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동차전지 사업의 매출이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영업이익의 90% 이상은 석유화학사업에서 나온다.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업부문의 성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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