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작업은 물론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는 자신만의 공간 속 다비(DAVII)의 모습.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한혜리 기자]

때때로 공간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추억이 깃들고 시간이 흐른 만큼 특별함은 더욱 짙어진다. 때로는 프로듀서, 때로는 싱어송라이터로 활약하는 다재다능한 아티스트 다비(DAVII)는 자신의 작업실이자 아늑한 집에 우리를 초대했다. 즉석에서 피아노를 치며 다정하게 우리를 맞이한 다비의 모습은 그야말로 잊지 못할 영화 속 ‘명장면’이나 다름없었다. 다비의 공간에서 나눈 특별한 다비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자.

Q. 집의 인테리어가 정말 예뻐요. 다 본인이 꾸민 거예요?

다비: 네. 전부 제가 꾸몄어요. 하하.

 

Q. 앨범이 나오고 시간이 조금 흘렀어요. 공들였던 앨범을 세상에 내놓고 나니 기분이 어떤가요?

다비: 시간이 지나니까 아쉬운 부분들이 보이더라고요. 사실 지금은 다음 앨범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최근에 라이브 클립도 나오고 이번 앨범에 대한 콘텐츠들은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머릿속엔 다음 앨범 생각이 가득해요.

 

Q. 아쉬움이 남는 건 첫 EP 앨범이라 더 그런 게 아닐까요? 그래도 자신을 칭찬해본다면요?

다비: 완전 처음 경험해보는 거였죠. 헤이즈 누나의 정규 앨범도 함께 만들어보고 다른 아티스트의 전곡을 프로듀싱 해 보기도 했지만, 많이 달랐어요. 노래도, 가사도 모든 걸 직접 해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다행히 옆에서 함께해준 팀원들이 있어서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를 칭찬해주고 싶은 건… 이 곡들을 한 앨범에 모아놓은 거요! 하하. 앨범 구성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Q. 앨범 설명 문구 중에 “듣는 영화”라는 문구가 인상 깊었어요. 듣는 이들이 앨범 ‘시네마’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을 떠올렸으면 좋을까요?

다비: 저는 아무래도 제 경험담이니까 지나온 추억들을 연상하면서 들어요. 마찬가지로 듣는 분들도 추억을 되새기는 저의 모습이나, 혹은 자신의 스토리를 대입해서 들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보통 음악의 모티브를 영화에서 얻는 편인가요?

다비: 어떻게 보면 아버지의 영향이 커요. 아버지께서 하루에 한 편씩 영화를 보실 만큼 영화관람이 취미시거든요. 아버지 따라 영화를 자주 봤는데, 저는 하나에 꽂히면 한동안 그것만 계속 봐요. 그중에 ‘본 투 비 블루(Born to be Blue)’라는 영화를 좋아해요. 미국 재즈 음악가 쳇 베이커에 대한 이야기인데, 제가 재즈 음악을 해서인지 더 재밌게 보게 되더라고요. 사람이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은 한정적이잖아요. 그렇지만 살다 보면 새로운 경험을 계속 얻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고요. 영화 속 다른 사람들의 인생, 스토리로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거죠. 이번 앨범의 ‘세상 모든게 다 너야’라는 곡도 영화 ‘야수와 미녀’를 보면서 모티브를 얻었어요. 때로는 스토리, 때로는 배우의 대사, 때로는 메시지나 배경 색감까지 모든 게 영감이 될 수 있는 소재예요.

음악작업은 물론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는 자신만의 공간 속 다비(DAVII)의 모습. 사진. 구혜정 기자

Q. 그렇게 완성된 앨범 ‘시네마’는 전체적으로 사랑 그 이후 이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요.

다비: 영화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지만, 이번 앨범에는 조금 더 제 얘기를 꺼낸 것 같아요. 제가 이별했을 때 느낀 슬픔과 공허함, 허무함을 중점적으로 담아냈어요. 특히 ‘세상 모든게 다 너야’는 그런 슬픔을 부각하고 싶어서 넣은 트랙이기도 해요.

 

Q.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기도 하고, 첫 EP 앨범이기도 하다 보니 더욱 애착이 클 것 같아요.

다비: ‘시네마’라는 앨범은 ‘저’라는 영화의 첫 장면이 될 것 같아요.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앨범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시네마’라는 주제는 시리즈로 펼쳐나갈 예정이에요. 첫 ‘시네마’가 사랑과 이별에 대해 말했다면 다음 ‘시네마’는 그때 제가 느낀 경험이나 생각을 녹여낼 것 같아요. 영화의 장면이 엮이는 것처럼요. 다음 앨범도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하하.

 

Q. 보컬, 작곡, 작사, 연주까지. 이 정도면 싱어송라이터를 넘어서 만능 재주꾼이 아닌가 싶어요. 다른 앨범들을 보면 크레딧에 이름들이 가득하잖아요. 그것 또한 좋은 앨범이겠지만, 다비의 이번 앨범은 오롯이 다비의 이름이 강조되는 앨범인 것 같아요.

다비: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 모든 걸 같이 배웠어요. 노래도 그렇고 미디까지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죠. 또 이번 앨범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앨범이었으니까요. 첫 앨범 이기도 하고 모든 걸 혼자서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렇지만 열려는 있어요. 언제든지 좋은 아티스트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Q. 혼자서 한다는 게 쉽진 않잖아요.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다비: 혼자하는 게 습관이 된 것 같아요. 물론 프로듀싱할 땐 아티스트들의 생각이나 영감이 중점적으로 다뤄져야 하기 때문에 많은 논의를 거치지만, 제 앨범은 제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하지만 확실히 어려운 부분도 있었죠. 혼자가 쉽지는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하하.

 

Q.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지만, 본인 앨범에 피쳐링은 다른 성격의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베이빌론, 민아, 권진아 등 첫 EP의 피처링 라인도 상당해요.

다비: ‘테디베어’ 같은 경우 여자 파트의 가사는 헤이즈 누나가 써주셨어요. 가사를 정말 잘 쓰기 때문에 제가 부탁했죠. 그랬더니 흔쾌히 가사도 써주고 가이드까지 해줬어요. 그렇게 작업하다가 둘이서 이 파트는 권진아 씨가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바램처럼 얘기했죠. 시간이 좀 흐른 뒤에 제가 SNS를 통해 연락하고 후에 회사 쪽으로 연락드리니 단번에 승낙해주셨어요. 나중에 전해 들은 바로는 유희열 대표님께서 노래도 듣지 않고 바로 허락해주셨다고 하더라고요. 바로 헤이즈 누나한테 권진아 씨가 불러준다고 자랑했던 기억이 나요. ‘시행착오’ 같은 경우는 그전부터 베이빌론 형 앨범 작업을 함께해서 친분이 있었는데, 이 곡은 무조건 베이빌론 형이 불러야겠더라고요. 민아 씨 역시 단번에 떠올랐고요. 목소리가 정말 좋은 두 분이 함께해줬으면 싶었어요. 이번에도 먼저 부탁했더니 흔쾌히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하고 기뻤어요.

 

Q. 다비는 프로듀서이기도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해요. 재주꾼처럼 굉장히 다양한 역할을 해내고 있어요.

다비: 아무래도 포지션이 여러 가지이다 보니 그때그때 지녀야 할 성향이 있더라고요. 프로듀서로서는 아티스트분이 시너지를 낼 수 있게끔 서포트를 잘 해줘야 하고, 싱어송라이터로서는 저의 주체를 좀 더 드러내야 해요. 두 가지를 함께 하다보면 솔직히 혼란이 생기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균형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멘탈을 잘 다스리려고요.

 

Q. 멘탈을 다스리는 데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나요?

다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 같아요. 사람은 원래 외로움과 공허함이 많은 존재잖아요. 외로움을 혼자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다잡는 거예요. 주로 피아노를 치거나, 영화를 보는데, 피아노 칠 때가 제일 행복하고 재밌어요. 하지만 피아노를 치는 게 ‘일’처럼 느껴지지 않게끔 조심하는 중이에요. 일할 때 기쁘고 행복한 점이 분명 있지만, 압박이나 부담으로 다가와서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래서 피아노를 더욱 가까이 곁에 두고 일상에 녹이려 노력하는 거죠.

 

Q.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는 외로움이나 공허함을 잘 다루는 편이기도 한가요?

다비: 그러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친동생 스웨이(s.w.e.y)와 함께 일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외로움을 덜고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으니까요.

 

Q. 스웨이는 다비의 비주얼 디렉터이기도 하죠. 오늘 촬영 때도 스웨이가 옆에서 세심하게 챙겨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보통의 형제보다 더 끈끈한 우애가 엿보여요.

다비: 스웨이는 저에게서 정말 없으면 안 되는 존재예요. 제 인생의 동반자죠. 하하. 동료이기도 하지만 진짜 가족이니까요. 스웨이한테는 늘 항상 고마우면서도 미안해요. 뭐든 해주고 싶은 동생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스웨이가 저에게 주는 에너지나 서포트가 더 커요. 그래서 제가 더 힘을 낼 수 있나 봐요.

음악작업은 물론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는 자신만의 공간 속 다비(DAVII)의 모습. 사진. 구혜정 기자

Q. 다비의 일상에서 음악이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집 역시 작업실과 동일하니까요.

다비: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음악을 잘하고 싶잖아요. 그러다 보면 어려움도 부딪히게 되고 “내가 잘하고 있나?”, “나는 재능이 없나?”라고 고민하는 시기도 찾아오고요. 많을 땐 하루에도 수십 번씩이요. 그럴 때를 위해서 곳곳에 피아노를 두고 장비를 둔 ‘작업실과 같은 집’이 됐어요. 부모님들이 아이의 독서를 위해서 책을 곁에 두는 것처럼요. 거실에 있는 그랜드피아노도 좋아서 들여놓은 것도 있지만, 그런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 놓은 이유도 있어요. 사실 그랜드피아노를 집에 들이는 건 최대한 미루고 싶었어요. 너무 익숙해져서 행복감을 잃을까 봐요. 다행히 아직까진 행복하지만요. (웃음) 원래 잘 안 나가는 성격이기도 한데, 집이 곧 작업실이다 보니 거의 매일 작업 생각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재미없게 살아요. 하하.

 

Q. 이 공간은 다비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다비: 제가 만들고 싶은 걸 구현해주는 우주선 같은 공간이자, 가끔은 쳐다도 보기 싫은 곳이에요. 하하. 완전 집돌이이기도 하고 늘 음악 작업을 하고 있지만, 요즘엔 체력이 부족한 게 느껴지더라고요. 작업을 한 번 하면 두 시간 이상 잘 못 넘겨요. 그게 체력이 약해서인 것 같아요. 그래서 곳곳에 샌드백도 설치하고 건강해지려고 노력 중이에요.

 

Q. 다음 앨범에도 피처링이 있다면, 함께 하고 싶은 아티스트는 누구일까요?

다비: 일단 너무 많아요. 하하. 폴 킴 형이랑도 꼭 제 앨범에서 함께해보고 싶어요.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이자 친한 형이거든요. 헤이즈 누나랑도요. 저의 인생에 있어서 떼래야 뗄 수 없는 좋은 아티스트니까요. 헤이즈 누나랑 함께라면 언제든지, 혹은 뭐든지 하고 싶어요. 또 이하이 씨랑도 언젠가는 꼭 한번 함께해보고 싶어요. 원래 저는 재즈를 해서인지 그루비한 흑인 음악이 잘 맞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음악을 하시는 분들과도 협업해보고 싶어요.

 

Q. 다음 앨범이 참 기대가 돼요. 미리 예고를 해줄 수 있나요?

다비: 시기는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쯤을 계획해놓고 있어요. 이미 완성된 곡도 있고, 새로운 곡도 구상하고 있지만, 지금은 구성을 고민 중이라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사람들에게 제가 뭘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거든요. 일단 먼저 음악의 다양성에 초점을 두고, 제가 장르적으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 안에 담을 메시지들은 계속 생각 중이고요. ‘다비’라는 타이틀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과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고 생각 중이에요.

 

Q. ‘다비’의 뜻이 ‘답이 되어 주겠다’라고 들었어요. 스스로에 대한 답도 잘 찾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요. 잘하고 있다면 비결은 무엇인가요?

다비: 비교적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 제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그러다 보니 음악은 저 자신에게도 답이 되고 힘이 되더라고요. 음악은 그런 힘을 구현하는 창구 같아요.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 중이기도 하고요.

 

※ 다비의 더 많은 인터뷰는 매거진 '임팩트 스타' 5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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