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00대 기업 CEO-임원-직원 간 1인당 평균 보수 차이. 자료. 지속성장연구소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지난해 국내 200대 기업의 CEO와 일반 직원의 1인당 평균 보수가 8배 넘게 차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개발 전문업체 지속성장연구소(대표 신경수)는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의뢰해 작성한 ‘2019년 국내 200大 기업의 CEO-임원-직원 간 보수 격차'에 대한 분석 결과를 7일 발표했다.

20개 업종별 매출 상위 10개 기업, 총 200개 기업의 CEO(등기 사내이사) 1인당 평균 보수는 6억 8783만원, 부장급 이하 직원(이하 직원)은 1인당 평균 7919만원으로, 평균 보수 격차는 8.7배를 기록했다. CEO가 받은 1인당 보수는 같은 해 책정된 최저 연봉의 30배 이상(32.8배)을 기록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해 200대 기업에서 649명의 CEO급에게 지급한 급여 총액은 4464억원, 임원급 7189명에게 준 전체 보수액은 2조 5662억원이다. 직원은 90만명이 넘는 규모로 이들에게 지출한 인건비는 72조원 이상이다.

임원 1인당 평균 보수는 직원 대비 3.8배 높았으며, CEO급 평균 보수를 100이라고 했을 때 임원급 보수는 CEO의 절반(51.9%) 수준이었고, 직원은 11.5% 정도 되는 급여를 받은 셈이다.

200대 기업 중에서 CEO와 직원 평균 보수가 20배 넘게 차이가 나는 곳은 24곳(12%)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보수 격차를 보인 구간은 5~10배 미만 사이로 67곳으로 조사됐다. 5배 미만도 54곳으로 비교적 많았다. 이외 10~15배 미만은 37곳, 15~20배는 18곳으로 조사됐다.

200대 기업 주요 업종 및 직급별 평균 보수. 자료. 지속성장연구소

#업종별 CEO-직원 보수 격차, 유통‧상사는 20배 넘어

CEO와 직원 간 보수 격차는 업종에 따라서 편차가 컸다. 지난해 CEO 평균 보수가 가장 높은 업종은 ‘정보‧통신’ 분야로, CEO 평균 보수가 15억 2680만원, 임원급 4억 2100만원, 직원 평균도 8120만원을 기록했다. 직원과 임원도 평균을 상회하지만 CEO와 직원 간 보수가 18.8배를 기록해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정보통신 업종의 CEO가 100에 해당하는 보수를 가져갈 때 임원은 4분의 1 수준(27.6%), 직원은 20분의 1 수준(5.3%)의 보수를 받아갔다.

‘유통·상사’ 업종은 CEO와 직원 보수 격차가 가장 컸다. 이 업종의 CEO급 보수는 14억 5580만원이었고, 직원은 1인당 6070만원이으로 CEO 보수가 직원 급여의 23.8배에 해당했다. 임원 보수는 3억 5480만원으로, CEO-임원-직원 간 보수 비율이 100 : 24.4 : 4.2를 기록했다. 직원들에게는 임금이 적게 돌아가는 반면 CEO는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를 챙겨가고 있는 구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외 CEO 보수를 100이라고 할 때 직원 급여 비율이 낮은 업종은 대개 CEO 보수의 1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6.1), 석유화학(6.2), 전자(6.5), 금융(7.6) 순이다.

CEO와 직원 간 보수 격차가 낮은 곳은 ‘전기·가스’ 업종이었다. 이 업종의 작년 CEO급 보수는 3억 1390만원, 직원 평균은 8130만원으로 CEO와 직원 간 급여 차이는 3.9배 정도로 비교적 낮았다. 임원 보수 역시 1인당 2억 원 수준으로 CEO 급여의 65.6% 수준을 보였다.

섬유 업종 역시 CEO(1억 5810만 원)와 직원(3930만 원) 간 보수 격차가 4배 정도로 비교적 차이가 크지 않았으며, 제지업(4.4배), 교육업(6.9배), 제약업(8배), 조선·중공업(8.1배) 등도 상대적으로 CEO와 직원 간 급여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CEO-직원 간 보수 격차 30배 넘는 기업. 자료. 지속성장연구소

#엔씨소프트, 김택진-일반 직원 격차 129배...

엔씨소프트는 CEO와 직원 간 평균 보수가 30배 넘게 차이 나 가장 큰 격차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CEO급 1인당 평균 보수액은 49억 5800만원 수준이고, 미등기임원 보수를 제외한 일반 직원의 1인당 평균 보수는 7400만원으로 계산돼 타 기업보다는 높은 수준이었으나, 다만 CEO급 보수와 일반 직원의 보수 격차가 67배로 나타났다.

이같은 차이는 등기 사내이사 2명 중 김택진 사장의 몫이 94억 5000만원에 달한 데서 비롯됐다. 김 사장의 보수액은 같은 회사 직원의 평균 급여 대비 129배나 높았다.

한편 이번 조사와 관련해 신경수 대표는 “국내 대기업의 경우 CEO와 직원 간 보수 차이가 10배를 넘지 않는 기업이 전체의 60%에 달했고, 평균 15배 넘는 격차를 보이면 통상적으로 고액 보수를 받는 기업군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며 “특히 국내 기업 중에는 경영 성과와는 별개로 단지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고액 보수를 받아가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에 CEO 보수를 좀더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기업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미디어SR에 “현재 유럽의 경우 CEO의 보수에 대해 제한선을 두자는 여론이 크게 형성된 편이고 스위스에서는 법안까지 상정됐지만 통과하지는 못했다”고 언급하면서도 “CEO 보수 제한의 여부보다, 보수에 대해 합리적인 근거와 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 사회 풍토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소장은 이어 “경영 성과에 대해 CEO와 일반 직원들의 기여도를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성과에 따라 기업 내에서도 CEO와 직원들 간 균형있는 분배가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직급별로 CEO급은 등기 사내이사, 임원급은 미등기임원, 직원급은 등기 및 미등기임원을 제외한 부장급 이하 직원으로 구분했다. 부장급 이하 직원 보수는 각 기업 사업보고서에 명시된 임직원 보수에서 미등기임원 해당분을 제외해 별도 값을 산출했으며, CEO와 임원급 평균 보수는 퇴직금을 제외한 평균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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