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지속가능한 기업,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을 가려내고, 그런 기업이 내놓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골라서 구매한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소비자의 압력으로 기업이 좋은 방향으로 변한다면 세상은 좀 더 나아지지않을까. 행동하는 소비자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다.

미국에서 최근 등장한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앱) 하나가 눈에 띈다. 바이코트(Buycott). 애플 iOS나 안드로이드에서 모두 구동되는 이 앱은 거래의 투명성(transparency to your transactions)을 표방한다. 처음 앱을 접속하고 로그인을 하면 현재 진행중인 여러 캠페인을 볼 수 있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 표시를 요구하는 캠페인, 미국에서 세금을 제대로 내지않은 기업을 거부하는 캠페인, 클린푸드 캠페인, 몬산토(Monsanto 미국의 다국적 농업생물공학 기업)를 거부하는 캠페인 등등. 동물보호, 인권, 경제정의, 교육, 환경, 음식, 건강, 이민, 노동권, 사회적책임, 여성인권 등 여러 카테고리에서 진행중인 수많은 캠페인을 자세히 안내한다.

‘노동착취와 어린이노동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자신의 캠페인으로 등록한 경우를 보자. 캠페인의 대략적인 정보와 함께 타깃 기업을 확인할 수있다. 이 캠페인을 지지하는 사람이 선호할만한 기업은 아메리칸 어패럴, 홈보이 인더스트리, 뉴발란스 운동화 등이 있다. 반대로 피해야할 기업은 바나나리퍼블릭, 허쉬, 나이키, 갭(Gap), 월마트 등이 나열돼있다. 이 캠페인에 지지의사를 보낸 모든 사람들의 이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수도 있다.

앱을 사용하는 사람은 이런 캠페인 가운데 자신이 지지하는 캠페인을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이 앱을 활용해 바코드를 인식시키면 그 상품이 어디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완제품 제조기업뿐 아니라 어떤 기업들이 원료를 공급하는지, 그 기업들이 어떻게 운영되고있는지 등 상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깨어있는 소비자들은 제품을 만든 기업이 단순히 준법의 수준을 뛰어넘어 사회적책임을 제대로 이행하고있는지도 알고싶어한다. 문제가 있는 기업은 벌주려 한다. 자신의 쇼핑리스트에서 빼버리는데 머물지않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도록 압력을 가한다. 이는 소비자운동에 가깝다.

바이코트는 미국사회의 현재를 보여준다. 앱에서 소개되는 수많은 캠페인들은 현재 미국사회에서 이루어지고있는 변화를 반영한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혹은 비자발적으로 사회적책임 활동의 대열에 끼어들도록 강요한다. 반면 한국에서 진행되는 캠페인들, 각종 비영리기구(NPO)들이 펼치는 사회공헌, 자선활동들은 상당수가 기업의존형이다. 기업이 건네주는 기부금에 의존해 진행되는 수만은 캠페인들이 기업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한국형 바이코트가 등장한다면 거기에 소개할 캠페인이 더 늘어날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그 앱을 통해 소비자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