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코로나19의 일시적 소강상태는 시작의 끝일 뿐 진정한 끝의 시작으로 보기 어렵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사진. 금융위원회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4일 “(코로나19의) 일시적 소강상태는 시작의 끝일 뿐 진정한 끝의 시작으로 보기 어렵다”며 “본격적인 충격은 이제 시작”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오는 6일부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유지하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고,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다. 이에 따라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 아니냐”는 희망섞인 분석도 나오지만 경제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되레 섬뜩한 경고음을 발하며 아직은 '무장해제' 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국내 경제상황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실물과 고용 부문의 충격이 이제부터 본격화되고 유가 붕괴로 인한 리스크(위험)가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는 분석을 기조에 깔고 한 경고여서 더욱 주목된다.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대다수 전문가들은 2/4분기를 저점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이에따라 실물경제 침체나 실업 등 본격적인 충격은 이제 시작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회의는 국내외 경제·금융 부문별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효과적인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김 차관은 이처럼 비관적 경제전망이 나오는 배경에 대해 △유가충격 △신흥국 리스크 △글로벌 리쇼어링 등 3가지 요인을 꼽았다.

김 차관은 "산유국들의 성장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되고 경상수지, 재정수지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저유가의 근본적인 원인인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와 함께 저유공간 부족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유가의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가의 변동성은 결국 산유국의 경제 불안과 금융 시장에서의 오일머니 회수 가능성 하락 등으로 작용하고, 세계 경제의 교란 요인이 된다. 특히 김 차관은 "미국 에너지 업체들을 필두로 한 고수익·고위험(하이일드) 채권시장 내 불안이 우려된다"며 "유가 하락에 대한 각별한 주의와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 차관은 신흥국 상황 역시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신흥국의 경제 타격이 선진국보다 더 깊고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미 100개 이상 신흥국이 구제금융을 신청하거나 문의했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신흥국은 낙후된 보건의료체계로 감염병 확산에 속수무책이고, 급격한 자본유출과 통화가치 급락, 외환보유액 감소 등을 겪게 될 경우 정책 대응 여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과거 IMF·미국발 금융위기 때와 같은 신흥국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무역붕괴와 글로벌 리쇼어링 붐도 리스크다. 김 차관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해외 진출한 제조업체들이 본국으로 회귀(리쇼어링)하고, 국가부채 증가와 은행 건전성 악화에 직면한 남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반(反) 유럽연합(EU)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다시 무역갈등으로 재연될 조짐도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 차관은 경제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강력한 '경제 방역'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기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기간 산업 등에 대한 금융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사상 최초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도 지급하는 등의 긴급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래할) 새로운 경제 질서와 산업구조 변화에 대한 대비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차관이 인용한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맥킨지(McKinsey & Company)의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는 단순한 전염병 위기를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선제 대응과 전략을 고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김 차관은 "국난 극복의 핵심은 '일자리'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지원에 총력을 다하는 한편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를 발굴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디지털 기반의 대형 IT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비대면 의료서비스, 온라인 교육 서비스와 같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 등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기획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돈을 함부로 풀 게 아니라 경쟁 차원에서 괜찮은 기업에만 지원을 하는 게 적절하다”며 "정부 예산의 투입이 적절하게 이뤄지는 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오히려 지금 같은 시기에 개별 기업이 할 수 없는 산업, 5G나 AI기술, 클라우드 구축 등 빅데이터 산업에 대해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가 글로벌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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