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수 국토부 2차관 “정부의 지원과 함께 항공사의 자구노력도 병행돼야 추가 지원 가능”
허희영 항공대 교수 "지분 소유가 경영 참여로 이어진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

한진그룹.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대한항공의 추가 자구안에 최대 1조원대의 유상증자안이 포함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상증자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경우, 대주주인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4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 2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운영자금 2000억원과 화물 운송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원 인수, 전환권 있는 영구채 3,000억원 인수 등의 방식으로 지원을 받게 된다. 추가로 하반기에는 회사채 신속 인수 지원까지 예정돼 있어 총 1조 4100억원 가량 지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4일 항공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 중순쯤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 여부와 규모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 추진 시 최대 규모는 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해 최대 1조 5000억원을 확보하는 자구안을 마련해 산업‧수출입은행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유상증자가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대한항공의 대주주인 한진칼도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지분을 보통주 기준 29.96%를 보유하고 있는데 대한항공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 지분율에 따라 3000억원 가량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진칼도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분쟁의 핵심이 얄굿게도 3자연합의 ‘실탄’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로 구성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연합’(이하 3자연합)은 현재 조원태 회장측 우호 지분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3자연합이 확보한 한진칼 지분은 KCGI(19.36%), 조 전 부사장(6.49%), 반도건설(16.90%) 등 총 42.75%에 이른다. 조원태 회장의 지분은 우호지분까지 포함해 41.30%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게 될 경우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밀리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한진칼이 조 회장에 우호적인 투자자를 확보해 주주 배정이 아닌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사진. 한진칼 제공

한편 자구안 제출을 계기로 대한항공의 유휴자산 매각 작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송현동 부지를 비롯해 왕산레저개발 지분,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등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주관사로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선정한 상태다.

정부가 항공 등 기간산업을 위해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만큼 추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자구안이 계속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 관측이다. 앞서 손명수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지난달 항공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정부의 지원과 함께 항공사의 자구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며 항공사에 재무구조 개선과 자본확충 노력 등을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자금지원을 빌미로 경영이나 지분 구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항공경영 전문가인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미디어SR에 “물에서 건져줬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으로 지분 소유가 경영 참여로 이어진다면 기업으로서는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선은 경영정상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