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라는 글자의 모습을 통해 부정이 아닌 '연결과 교차'를 그려내
'X'ydo라는 자신의 아이덴티티까지 녹여내며 차별화에 성공해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시도(Xydo).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한혜리 기자] 

통상적으로 X는 금기된 무언가, 부정의 의미를 뜻한다. 그렇지만 아티스트 시도의 첫 EP 앨범 ‘X’는 보편적인 생각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X라는 글자의 모습을 통해 연결과 교차를 그려냈고, 'X'ydo라는 자신의 아이덴티티까지 녹여냈다. 시도는 X에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시도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X에는 새로운 의미가 더해졌다. 정의되지 않은 무한함. 시도는 경계를 허물고 진부한 속박을 벗어던지는 자유로운 아티스트였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의 움직임은 앞으로 그에게 기대해야 할 무한의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Q. 첫 단독 인터뷰라고 들었어요. 처음을 장식하게 되어 영광이에요.

시도: 저도 엄청 설렜어요. 소속사 그루블린에 들어오고 나서 처음 단독 인터뷰를 하는 거거든요. 하하.

 

Q. 앨범 얘기부터 해볼까요. ‘X’라는 앨범은 첫 정식 EP이기도 하잖아요. 발매 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시도: 주변에서 기대를 많이 해주셨어요. 발매 후에 반응도 좋았고요. 특히 앨범에서 제가 의도한 점을 많은 분이 알아주셨던 게 좋았어요. 곡 하나하나 신경을 정말 많이 썼거든요. 어떤 분은 “알찬 EP”라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하나, 하나 다 괜찮은 음악들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Q.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반응이 있었다면요?

시도: 5번 트랙 ‘할로우(HOLLOW)’란 곡이 있는데, 이 곡을 좋아해 주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전혀 예상 밖이었죠. 오롯이 혼자 작업한 곡이기도 해서 솔직히 잘 될 거란 생각도 못 했고요. 트랙의 연결 다리 느낌으로 넣은 곡인데, 많은 분이 좋아해주셔서 놀랐어요.

 

Q. 반대로 리스너로서는 트랙 중 독보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진솔함이 더욱 느껴지는 곡이었어요. 기승전결의 반전 느낌이랄까요? 창작자의 입장에서 ‘할로우‘의 반응은 전혀 예상 밖이었나 봐요.

시도: 정말 많이 놀랐어요. 무거운 분위기의 곡은 제가 주로 하던 장르가 아니에요. ‘할로우‘는 유독 우울한 감성이잖아요. 근데 이걸 좋아해 주시니까, “어? 이런 모습도 괜찮은가 보구나” 싶더라고요. 모든 트랙이 제 경험과 감성 위주로 작업 되었지만, 들으신 대로 ‘할로우’는 제 이야기가 많이 담기긴 했어요. 유독 우울한 날이 있었는데, 그날 순식간에 써냈던 노래거든요.

 

Q. 이번 앨범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렸나요?

시도: 대략 4~5개월 정도 된 것 같아요. 이건 여기서 처음 이야기하는 건데, 사실 처음 구상했던 트랙리스트를 모조리 뒤집었어요. 싹 다. 작업을 하다 보니 제가 생각했던 무드나 이야기들이 안 나오더라고요. 특히 가사가 어려웠죠. 뭔가 제게 와닿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결국 다시 작업을 했고 그게 4~5개월이 걸렸어요.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시도(Xydo). 사진. 구혜정 기자

Q. 얘기를 들어보니 전체적인 흐름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인가 봐요.

시도: 맞아요. 아무래도 싱글이 아닌 앨범이다 보니까 ‘앨범’으로서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한 곡만 듣기보다는 앨범 전체를 들어야 알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트랙 간의 연결을 중시했어요. 아마 들어보시면 흐름에 따른 이야기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Q. 맞아요. 앨범 설명에서도 “연결과 교차”를 이야기하죠. ‘X’ 라는 앨범의 궁극적인 의미가 궁금해지네요.

시도: ‘X’라는 앨범 제목은 보통 금기된 것, 하면 안 되는 걸 형상화하는 문자라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교차로나 선이 만나는 경우에도 X 모양이 되잖아요. 그런 X의 다른 의미들을 생각하다 보니 제가 앨범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들이랑 비슷하더라고요. 또, 제 이름의 앞 글자와도 같아서 아이덴티티도 자연스럽게 녹여지고요. 이런 X의 해석처럼 여러 가능성을 보이는 것들을 좋아해요. ‘역설적'으로 보이는 것들도요. '연결과 교차' 역시 역설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만난다는 건 끝이 있는 거고, 마지막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니까요. 이 모든 걸 정의할 수 있는 게 ‘X’라는 문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앨범 이름이 묘하게도 X가 된 거예요.

 

Q. 그런 ‘X’의 바탕엔 ‘사랑’이 있는 것 같아요. 앨범의 전체적인 무드는 연인이 사랑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하는 내용이죠.

시도: 사랑이야기보다는 제가 느꼈던 회의감이나 일상의 감정들에 대해 곡을 쓰는 편이에요. 고뇌 끝에 나오는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를 즐겨 하죠. 하지만 이번 앨범을 만들 때는 그 고뇌가 사랑에 대한 고민으로 옮겨갔나 봐요. 고민이 깊어지면서 이번 앨범이 완성된 것 같아요. 사랑의 시작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꿈만 같지만, 결국엔 끝이 오잖아요. 이러한 과정이 아름답게 느껴지더라고요. 앞에서 설명한 ‘X’의 역설적인 의미와도 통하고요. 이렇게 새로운 방식으로 사랑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재밌었어요.

 

Q. 트랙리스트 역시 그 과정을 따라가고 있어요. 설레는 시작부터 우울한 이별까지 무드가 전개되잖아요. 그 중 ‘M.U.S.E’는 앨범을 시작하는 첫 트랙이면서도, 사랑에 빠지는 ‘처음’의 순간을 그려 낸 곡이죠. 이 곡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궁금해요.

시도: 모두 한 번쯤은 사랑을 해봤잖아요. 저 역시도 그렇고요. 당시에 상대방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그 영감들이 나에게로 와서 특별하게 작용할 때, ‘뮤즈’라는 단어가 떠오르더라고요. 흔히들 “넌 나의 뮤즈다”라고 하잖아요. 사랑하는 연인은 그런 존재인 거죠. 이런 ‘뮤즈’라는 황홀한 존재가 큰 매력으로 느껴졌어요. 그걸 꼭 곡에 표현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탄생하게 된 게 바로 ‘M.U.S.E’예요.

 

Q. 시도는 굉장히 섬세한 감정을 다루는 사람이네요. 그루블린 이후의 시도를 처음 알게 된 대중들에게는 낯선 모습일 것 같아요. 라비와 함께한 ‘아수라’ 같은 음악은 지금의 모습과 상당히 다른 결이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시도는 어떤 사람인가요?

시도: 맞아요. ‘아수라’나 그루블린을 통해 저를 알게 되신 분들이 많아요. 회사 아티스트들과 협업할 때는 음악의 색깔에 절 맞추는 편이에요. 정확히 말해서는 곡의 분위기에 맞게 저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거죠. 이게 나름 재미있어요. 하하. 그렇지만 그루블린과 함께한 곡 이외에 여태까지 제가 발표한 음악들을 들어보시면 되게 분위기가 달라요. 제 원래 성격은 굉장히 긍정적이고 섬세한 면이 많거든요. 함께 하는 사람에게 더욱 맞춰주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많은 분이 예상과는 다르다고 말씀하시기도 해요. (웃음)

 

Q. 반면 오롯이 시도의 색깔만이 가득한 ‘X’의 앨범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트렌디한 사운드와 멜로디, 가사를 풍기고 있어요. 시도가 느낀 현재 음악시장의 트렌드는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을까요.

시도: 사실 제 음악을 만들 땐 트렌드를 크게 연연하진 않아요. 음반 시장의 흐름이라는 것 자체가 특정한 인물들의 영향력으로 시작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현재까지는 힙합이 주류로 많이 자리 잡았지만, 또 어떤 장르가 등장할지 모르죠. 종종 “어떤 장르가 인기를 끌지 않을까”란 재밌는 상상을 하긴 하는데, 그게 매번 맞지도 않아요. 그러다 보니 예측불가능한 트렌드를 굳이 따라가고 싶진 않더라고요. 지금의 음반시장은 R&B가 많이 대두되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 같아요. 모든 장르가 ‘케이팝’, ‘가요’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편히 다가가는 분위기예요.

 

Q. 그런 장르적 경계의 모호함, 융합적인 면에선 그루블린도 같은 성격을 띠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아이돌 출신 힙합 아티스트 라비부터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모여있잖아요.

시도: 맞아요. 제가 그루블린과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요. 다들 다양성과 새로움에 대해 열려있어요.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하니까요.

 

Q. 시도라는 사람 자체가 넓은 가능성을 두고 나아가는 것 같아요. 창법이든지, 협업이든지 경계를 하나씩 허물어가고 있네요.

시도: 그러려고 노력해요. 저 역시도 살다 보면 선입견이 생기고 편견이 자꾸 자리 잡으려고 하더라고요. 선입견이나 편견은 생각을 갇히게 하잖아요. 그러면 창작자로서는 더욱 재밌는 걸 못하게 되고요. ‘유레카’스러운 일들은 엉뚱함이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오는 법인데 말이죠. 이런 일들을 하려면 더욱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고 느끼는 편이에요.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시도(Xydo). 사진. 구혜정 기자

Q. SNS를 보니 밸류 퍼 아워(V/hr)라는 크루도 함께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어떤 크루인지 소개해줄 수 있나요?

시도: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소속에 이뷰즈(E.viewz)라는 아티스트가 있어요. 저랑 소울메이트처럼 친한 형이에요. 제가 음악 할 때 엄청난 도움을 받기도 했고 많은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이기도 해요. 그 형과 오랜 상의 끝에 크루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뜻이 맞는 아티스트를 모으다 보니 벌써 9명이 됐네요. 저희 크루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다 같이 행복하게 음악 하기’죠. 다른 크루랑 차이가 있다면, 좀 더 체계적이라는 거예요. 멤버들 모두 음악을 대하는 자세 자체가 프로페셔널하고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로 비즈니스를 완성하는 형태죠. 평소에 만나면 더할 나위 없이 친하지만, 일은 확실히 하는 편이죠. 이런 프로세스를 정립하기까지 조금 오래 걸리긴 했어요. 벌써 2년이 다 되어 가요. 밸류 퍼 아워로도 앞으로 더 좋은 행보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Q. 이쯤 되니 그루블린과의 첫 인연도 궁금하네요.

시도: 저는 주로 SNS와 사운드 클라우드에 제가 만든 곡이나 커버 곡을 올리며 활동했어요. 그러다가 라비가 SNS를 통해 제 음악을 듣게 된 거예요. 먼저 같이 작업하자고 제안을 줬고, 저야 좋은 기회이다 싶어 흔쾌히 응했어요. ‘후디(HOODIE)’라는 곡을 시작으로 작업은 물론, 자연스럽게 음악적 교류를 하게 됐고 그때 마침 라비가 회사를 차리던 시기였어요. 라비가 먼저 회사와 함께하지 않겠냐고 제안을 줬어요. 근데 제가 당시에 다른 회사와 계약을 하던 중이라 처음엔 어쩔 수 없이 거절했어요. 결국 그 회사랑은 인연이 안 됐어요. 제가 생각하는 음악적 방향이랑은 조금 안 맞았거든요. 그러다 라비와 차근히 이야기해보니 생각이 잘 맞더라고요. 가치관이 멋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한 번 어긋나본 경험이 있어서 더욱 조심스러웠지만, 정말 잘 맞더라고요. 그루블린과는 그렇게 함께하게 된 거예요.

 

Q. 함께해보니 어떤가요? 그루블린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쌓였나요?

시도: 함께하는 매 순간마다 신뢰를 느끼는 것 같아요. 처음에 라비는 ‘대표’라는 벽이 있었는데, 점차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더라고요.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하고요. 음악적 이야기도 많이 하고 활동을 같이하면서 자연스럽게 신뢰가 생긴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제 속내도 털어놓게 되고요. 서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 들은 솔직하게 얘기하는 편이에요. 그런 대화들이 서로를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 같아요. 시간이 갈수록 느끼고 있어요. 지금은 그루블린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하하.

 

Q. 시도와 그루블린과는 앞으로 어떤 형태의 시너지를 기대해보면 좋을까요?

시도: 일단은 시도라는 아티스트 개인의 영향력을 키울 생각이에요. 그루블린과는 좀 더 글로벌한 활동을 펼치게 됐으면 좋겠어요. 회사 친구들과 함께할 땐 제가 잘하는 것을 할 수도 있지만, 모르는 것도 도전해볼 수 있는 장점이거든요. 그게 참 재밌는 것 같아요. ‘아수라’, <칼춤>‘칼춤’, ‘GODDESS’를 해온 것처럼 안 해본 것들을 더 많이 같이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멤버들 역시 시너지가 좋지만, 앞으로도 다양한 아티스트가 들어올 거라고 기대해요. 공연도 즐거울 것 같아요. 재밌게 음악 하고 싶어요. 일은 즐겁게 하는 게 좋잖아요. 하하.

 

Q. 자유로운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시도의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시도: 한정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에요.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싶거든요. 쉽게 말해서 사람들이 저의 아이덴티티를 몰랐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요. “쟤는 도대체 뭐 하는 애야?” 이런 거죠. (웃음) 끊임없이 궁금해하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정의된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매번 “시도가 이번에는 뭘 할까?”라는 궁금증이 들게 하는 사람이요. 이게 제 아이덴티티가 되었으면 해요.

 

※ 시도의 더 많은 인터뷰는 매거진 '임팩트 스타' 5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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