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3월 증시판세를 뒤흔든 가운데 4월 실적 발표하자 변화 조짐 보여
예상보다 1분기에 '선방'한 기업도 적지 않지만 불확실성 커진 2분기 실적 전망은 '글쎄'

픽사베이

[미디어SR 박세아 기자] 3월 증시는 혼돈 그 자체였다.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재난에 직면한 상황에서 출구조차 보이지 않던 어두운 긴 터널 속 공포를 느낀 개인들로 인해 주식시장은 맥없이 무너졌다. 하지만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당시와 금융위기 등 어려운 상황을 이겨낸 경험 덕분인지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믿음은 의외로 주식시장에 지난해 4분기보다 더 나은 활황을 가져다주었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증시 대금 규모가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460조9703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과 코넥스를 포함한 지난 1분기 거래대금은 총 928조1146억원으로 전 분기 보다 무려 53%나 급증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악재가 증시를 덮쳤음에도 증시 대금 규모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셈이다.  

문제는 투기성 자본이 코로나19와 관련된 백신, 마스크, 소독제, 진단키트, 음압병동, 전자결제 등에 대거 몰리면서 기업의 사업목표와 성과 등 내재적 가치 보다 외적인 심리 요인에 의해 주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지난달 19일 주가가 2000선에서 1400선까지 줄곧 하락하는 패닉 장세가 연출 됐을 때도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불사조같은 괴력을 보여줬던 종목은 모두 바이오, 제약과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주였다.  

규모와 상관없이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방어에 열을 올려도 큰 효과가 없었던 시장 상황 속에서, 코로나 치료제 임상 계획이라는 소식만 들려도 증시는 쉽게 천장을 뚫고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거의 마비되다 시피하던 3월이 지나 4월이 되자 각국의 경기 활성화 정책과 경제 재개 방안 등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기업 실적 발표에 따라 주가가 반응하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됐다. 심리적 요인에 의해 주식을 매수하던 다소 기형적 투자행태가 재무제표 등과 같은 기업의 가치가 투자지표로 살아나고 있음은 증시가 일정부분 안정화되고 있다는 증표로 해석됐다.  

LG생활건강이 대표적 사례의 하나다.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로 화장품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처음에는 큰 타격을 입었으나 점차 회복세로 돌아서 최근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 오른 3337억원을 기록했다. 주가 역시 코로나19가 처음으로 국내에 상륙하기 직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지난달 20일 종가기준 138만7000원의 주가가 이달 23일에는 144만4000원으로 오히려 더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1분기 6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증권사 추정치 평균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 전년 동기 6조2333억원과 비교해서도 2.67% 상승했다. SK하이닉스도 1분기 800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41.4% 감소한 수치지만 전 분기와 비교하면 239% 증가해 어닝서프라이즈를 실현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상승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코로나19라는 악재를 상쇄시킨 효과 덕분이었다. 

물론 삼성전자의 경우 여전히 매도 공세 중인 외국인으로 인해 주가를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그나마 1분기 실적 기대감을 통한 개미군단의 매수세로 주가를 방어하는 형국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폭락했던 3월 19일 4만2950원에서 29일 5만원으로 16.41%나 상승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19일 주가가 6만9000원에서 이달 20일 8만3700원으로 21.3% 올랐다. 

LG화학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15.8% 감소한 2365억원을 기록했지만 전분기 영업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역시 주가도 지난달 19일 23만원에서 이달 29일 37만6500원까지 63.69%나 껑충 뛰었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간편결제와 쇼핑 등 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4% 증가한 2215억원을 기록했다. 주가도 역시 지난달 19일 14만4000원에서 지난29일 19만7500원까지 37.15% 올랐다. 이는 코로나19가 국내에 발을 들여놓기 전인 연초의 주가 18만원 선을 넘은 수치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1분기보다 2분기 주식시장을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예컨대 계절적 성수기가 여름인 기업의 경우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태가 장기화되면 제품이나 서비스 등의 수급 불확실성으로 인해 실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게 될 공산이 크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1분기에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받은 사업 부문의 실적이 반영되지 않은 기업이나 중심사업이 다른 분기에 집중될 경우 1분기에 타격이 없었더라도 2분기부터 가시화될 것"이라며 "업황 개선 시점이나 속도 등과 함께 관련 종목은 섣부른 매수보다는 관망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진자 100만명을 훌쩍 넘긴 미국의 경우, 자동차. 항공 등 전통 제조업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위기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혜택을 볼 것이라고 예상됐던 택배, 제약, 식음료들마저 실적이 악화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가정용 수요는 늘었을지 몰라도 전세계 사업 활동이 마비돼 총수요가 급감한 것이 실적 악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표적 코로나19 수혜주로 꼽힌 배송업체 UPS는 1·4분기 순이익이 9억65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3%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택배 수요가 폭증했지만 정작 수익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무실과 상점 택배의 실적이 급감한 탓이다. 마스크 특수로 대박을 터트린 3M은 1·4분기 마스크 매출이 1억달러 늘었지만, 반면 재택근무가 늘면서 포스트잇을 비롯한 사무용품 매출이 급감하면서 미주 지역 매출이 4월에 20% 급감했다. 3M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득실을 모두 봤으나 득보다 오히려 실이 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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