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아시아나항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과 제주항공이 각각 인수 완료 시점을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과 ‘선행조건이 충족되는 날’로 변경 공시했다.

당초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예정일은 이달 30일이었으며,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 완료 시점은 29일이었다. 그러나 HDC현산과 제주항공 모두 기존에 명시한 날짜를 삭제하는 대신 ‘선행조건의 충족’을 거래 종료 시점으로 명시했다. 

주식 취득일 날짜를 따로 특정하지 않고 유상증자 등 선행조건이 모두 중촉되면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미다. 항공업계의 구조 재편을 불러올 2건의 인수 작업이 모두 미뤄지면서 업계 일각에선 HDC현산과 제주항공이 인수 작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HDC현산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인수 절차는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인수를 위한 선행조건 미충족으로 인한 변경 공시”라며 “해외서 이뤄지는 기업결합심사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주항공의 인수 작업에 대해서는 태국과 베트남에 신청한 기업결합심사 승인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이며, HDC현산의 경우는 해외 6개국 중 러시아 한 곳의 승인만 남겨둔 상태다. 항공사의 경우 취항하는 국가에서 경쟁 제한성 평가가 필요할 경우 이같은 심사를 거쳐야 한다.

또한 제주항공은 발행 예정인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납입일도 6월 30일로 변경 공시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달 2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545억원에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으로 양측 합의 하에 인수가액은 당초 예정보다 150억원 줄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스타항공이 자체적으로 회생 불가능하다고 보고 기업결합 제한 규정의 적용 예외를 인정해 제주항공의 인수를 심사 6주만인 지난 23일 승인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양사가 인수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해외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포함한 미충족 선행조건이 존재해 불가피하게 일정을 연기하게 됐다”며 “남아 있는 절차의 조속한 처리를 통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스타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타항공은 수요 급감으로 리스 항공기 반납에 이어 노선까지 반납해야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보유 현금이 바닥난 상태에서 매출도 발생하지 않자 1600여명의 직원은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의 한 달 인건비는 60억원 정도로, 리스료 등을 합치면 매달 100억원가량의 고정비가 계속 나가고 있다. 제주항공은 정부가 지원하는 1500억~2000억원으로 남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조조정과 관련해 또다른 잡음이 생길 경우 인수 절차가 진행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태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참여하는 미래에셋의 상황도 변수로 꼽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중국 안방(安邦) 보험으로부터 미국 내 15개 고급호텔을 매입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중국 측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증권업계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이 계약에 문제가 생기면서 미래에셋측의 자금난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참여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HDC현산이 앞서 실시한 실사 과정에서는 밝혀지지 않았던 내용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이 라임 사태에 관여했다는 의심이 제기되면서 이를 이유로 인수 계약 파기나 조정이 거론됐다. 계약 내용에는 “본 계약에 규정된 회사의 진술 및 보장이 본 계약 체결일 및 거래종결일 당시 중요한 면에서 진실하고 정확할 것”이라며 “다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로 인하여 중대하게 부정적인 영향이 초래되지 않는 경우는 예외”라고 명시하고 있다.

HDC현산은 이달 초로 예정했던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를 연기한 데 이어 이달 하순 예정했던 회사채 발행 계획도 중단했다. 당초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그 자금으로 산은과 수은 차입금 1조 1700억원 가량을 갚을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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