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명암 ②] 언택트로 빛 보는 홈인테리어... 마이너스 유가에 시름하는 정유사
[코로나19의 명암 ②] 언택트로 빛 보는 홈인테리어... 마이너스 유가에 시름하는 정유사
  • 정혜원 기자
  • 승인 2020.04.2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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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에 머무는 시간 늘자 대형·1등급 TV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 롯데하이마트 제공
자택에 머무는 시간 늘자 대형·1등급 TV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 롯데하이마트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코로나19가 점차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추가 확산의 우려는 여전하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 아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면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도 크게 늘었고, 비대면 서비스 등이 ‘뉴노멀(New Normal)’로 일상속으로 파고들며 점차 자리잡아가는 모양새다. 

이로 인해 인테리어와 가전 등의 수요가 늘어나고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공장 가동중단의 문턱까지 갔던 반도체 산업은 오히려 중‧장기적 수요 증가가 예측되면서 실적 개선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다만 사람 및 상품의 이동량이 절대적으로 감소하면서 유가는 급격히 하락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해 정유사 4개사는 올해 1분기 실적이 최대 4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나온다. 

#빛 보는 인테리어‧가전

정부는 코로나19의 재유행을 우려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출과 소비 활동이 크게 줄고 삶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일상은 하루하루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외출을 줄인 대신 이제 가전제품,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집을 꾸미는 데 공을 들이고 실내에서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여가생활을 찾고 있다.

집에 머무는 ‘집콕족’은 TV에서 시작한다. 최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65인치 이상 대형 TV의 판매가 늘었다. 지난 27일 롯데하이마트는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롯데하이마트에서 판매된 65인치 이상 대형 TV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기간 65인치 이상 TV 매출액은 전체 TV 매출액 내에서 75%를 차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p 증가했다. TV 매출액 중 65인치 이상 대형 TV 연간 매출액 비중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각각 50%, 55%, 63%로 점차 늘었다.

‘스마트 TV’가 늘면서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을 품고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에 따라 선호하는 TV 크기도 커져 기존의 TV보다 더 큰 TV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롯데하이마트 박정환 가전2팀장은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며 온 가족과 함께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 대형 TV 구매 문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4월 중 커뮤니티·블로그·카페·유튜브 등 12개 채널을 대상으로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청소기 등에 대한 관심도와 정보량을 비교한 결과, 이같은 가전제품에 대한 관심도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을 꾸미는 재미에 빠져드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SSG닷컴이 2월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집에서 식물을 기르는 '홈가드닝'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2% 증가했고, '홈인테리어' 제품 판매도 40% 늘었다. 집 안이나 베란다, 옥상 등을 활용해 캠핑 온 듯한 분위기를 내는 '홈 캠핑'도 인기다. 지난달 롯데마트의 캠핑용품 매출을 살펴보면 캠핑용 테이블, 의자 등 캠핑과 홈 캠핑에 동시에 활용이 가능한 제품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58.6% 증가했다.

코로나19로 구매를 미뤘던 가구 수요가 한꺼번에 온라인으로 몰린 것도 매출 증가를 뒷받침했다. 현장 실측과 설치 작업이 필수인 ‘리바트 키친’의 경우, 지난 1월 온라인 매출이 지난해 1월보다 25% 늘었지만 3월 들어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했다. 휴식이나 업무 관련 가구 판매도 크게 늘었다. 소파 매출은 지난해보다 44%, 책상·책장 등 서재가구의 매출은 43% 증가했다.

외출을 줄이고도 집 꾸미기와 여가생활이 가능한 것은 이처럼 언택트 소비가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온라인 개학으로 PC구매가 늘었는데 온라인 구매가 15%정도 차지한다”며, “(우리 회사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강점인 것을 고려하면 온라인 소비가 늘어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언택트(untact)란 접촉(contact)을 뜻하는 콘택트에 언(un)이 붙어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기계로 메뉴를 주문하는 키오스크나 VR(가상현실) 쇼핑, 챗봇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판매 직원이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들어 온라인 소비를 늘렸다는 50대 여성도 미디어SR에 “최근 수납함이나 책장 등을 온라인으로 구매했다”며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사는 것을 선호하지만 외출을 줄이느라 모바일 쇼핑을 늘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이어 “온라인 구매 시 더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아무래도 구매한 뒤 실제 색상과 온라인상 색상에 차이가 있거나 불편한 부분이 있긴 하다”고 아쉬운 점을 털어놨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언택트 소비‧재택근무에 반도체 화색

온라인 개학으로 PC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전제품의 매출이 늘어난 것 모두 반도체 산업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가 북미‧유럽 지역에서 진정되는 시점에 따라 회복 시기은 전문가마다 차이는 있다. 다만 사태 종식 이후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은 대부분 일치한다. IT기기 등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사실상 모든 산업 영역에 반도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한 반도체 전자부품 제조사는 코로나19로 오히려 1분기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 대비해 비메모리 반도체 부품 재고를 확보하려는 해외기업의 주문이 줄을 잇는데다, 주로 메모리 반도체 부품을 판매하는 내수시장도 아직까지는 별다른 타격이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하반기 이후에는 '언택트' 소비 문화 확산에 따른 온라인 서비스용 데이터센터 반도체 수요 증가라는 반사 이익이 수요 감소로 인한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위축이 실적에 부정적인 요소라면 서버용 수요증가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20일 "반도체 업종은 모바일 수요 측면에서 '코로나 피해주'였고 서버 수요 측면에서 '코로나 수혜주'였다"고 평가했으며 삼성증권도 같은 날 발간 자료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스마트폰, PC쪽에서 반도체 수요가 줄지만 데이터센터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회계감사 업체 삼정KPMG는 지난달 발간한 자료를 통해 "공급보다 수요 측면에서의 회복 속도가 (반도체 업황을) 좌우할 것"이라며 "반도체 수요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으나 반도체 기업들도 공급을 감소시키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마이너스 유가의 방아쇠를 당기다

코로나19로 교통 에너지 수요가 급감하면서 감산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이미 원유 재고는 포화상태다. 이에 유가 선물 거래 투자자들은 원유를 추가로 구매하지 않고 있다. 통상 한 달 단위로 미리 원유를 구매하는 투자자들이 만기일에 원유를 구매하지 않으면서 돈을 주고 원유를 처분해야하는 상황이 다가온 것이다.

국제 유가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관련 시장이 초토화됐다. 당시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원유(WTI)의 5월물 종가는 배럴당 -37.63달러. 지난 17일 종가인 18.27달러보다 306%나 폭락했다. 이론상으로는 공급자가 소비자에게 1배럴의 원유와 함께 4만 6318원의 돈을 집어줘야 팔 수 있는 셈이다. 1983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원유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후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최초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유류 소비가 급감하는 상황으로 직결되면서 원유 재고량이 늘고 유가는 더 떨어졌다. 사람 간 접촉과 국가 간 교류를 멈추고 공장도 멈춰 세우면서 실어나를 물건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나들이객이 줄고 출‧퇴근 대신 재택근무가 장려되면서부터는 교통량도 줄었고, 이는 휘발유·경유 소비 감소로 이어진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휘발유의 98%, 경유의 77%가 차량 등 수송용으로 쓰인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주말인 지난 2월 29일~3월 1일, 일평균 전국 고속도로 이용 차량은 288만대로 2월 첫 주 주말(1~2일) 355만대에 비해 18.4%(67만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국내‧외 이동 및 물류 감소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여러 국가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터키는 주말 48시간 이동통제령을 시행 중이며 미국도 필수업종을 제외하고는 집에 머물 것을 강제하는 ‘재택 명령’을 시행하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아침 7시부터 낮 12시끼지만 길거리를 걷는 게 허용된다. 페루는 이달 초 성별에 따른 외출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을 정도다. 유류 소비가 바닥을 칠 수밖에 없는 정책을 각국이 앞다퉈 시행하는 형국인 셈이다. 

블룸버그는 "원유 시장의 4월 대재앙이 앞으로 수 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달 원유 수요가 이례적 수준으로 붕괴하면서 앞으로 수 년동안 에너지 업계는 근본적인 체질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가 내다본 것이다.

이에 따라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산업은 바로 정유산업이다. 항공, 해운은 물론, 차량 연료와 유화산업까지 수요가 급감한 데다 원유 생산비와 석유제품의 가격차인 정제마진까지 마이너스로 떨어진 상황에서 큰 폭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혜원 기자 won@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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