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올해 1분기 실적 암울…ELS 발행 늘린 게 독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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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SR 박세아 기자] 증권사의 거래 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한 몫 챙기자는 개미군단의 주식 투자로 전 분기 하루평균 증시 거래대금 보다 오히려 늘었다. 하지만 순이익은 거꾸로 줄어들었다. 이유는 증권사가 과도한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등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LS는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면 증권사가 투자한 금액도 손실을 보는 구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하루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9조4455억원으로 지난해 9월부터 12월 평균인 8조8233억원보다 6222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3조원대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적지만  4분기보다는 반등한 수치다.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매월 하루평균 10조원 이상이 증시에서 거래됐으나 하반기 들어 미국의 금리 인상과 글로벌 무역분쟁 심화 등의 이유로 8조원대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관심을 보이며 투자금이 몰린 결과 거래대금이 소폭 상승했다. 최근 증권사들이 잦은 트레이딩 시스템 오류의 원인을 코로나19로 인한 물량 증가에 두고 있다는 것도 이의 방증이다. 

문제는 증권사가 거래대금 증가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손실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이다.  

KB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손실 14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 당기순이익 873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잠정실적 발표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25.2% 감소한 467억원, 신한금융투자도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4.1% 감소한 467억원을 기록했다. 대형사 NH투자증권도 28일 연결기준 잠정공시에 따르면 당기순이익이 3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9%나 급감했다. 

이외에도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순이익에 대해 삼성증권 69.19%, 키움증권 66.47%, 미래에셋대우 54.45%, 메리츠증권 37.65% 등으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코로나로 인한 시장 상황 악화로 인해 자기매매 부분 실적이 감소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기매매란 증권사가 자신들이 보유한 자산으로 직접 투자를 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의 거래 대금 증가로 수수료 수익과 글로벌투자금융(GIB) 수익은 견조한 편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변동성으로 인해 자산 운용 수익이 감소했다"고 언급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ELS 발행액은 역대 최대인 99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2% 가량 늘어났다. 여기에 DLS(파생결합증권)까지 합하면 129조원으로 2018년보다 11.3%나 증가한 수치다. 저금리에 글로벌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조기 상환이 늘자 투자수요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ELS를 발행하고 판매한 후 이 자금으로 고객에게 약속한 수익을 주기 위해 자금을 운용하게 된다. 운용 방식은 주로 미국이나 홍콩 등 주요국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거나 해외 금융사에 맡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주요국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투자금에 손실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 

특히 업계에서 실적 하락의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자체 헤지 비중이 큰 증권사의 경우 증시 폭락에 따라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쉽게 말해 증권사는 일반적으로 ELS(주가연계증권) 발행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헤지 거래를 하게 된다. 자체 헤지란 투자자에게 상환해야 할 금액을 증권사가 직접 운용하는 것으로, ELS 운용 손실 규모는 증권사의 자체 헤지 규모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마진율이 높은 자체 헤지에 주력했던 증권사의 경우 ELS 기초자산이 코로나19로 인해 폭락하면서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입 요구) 확대 우려가 커지면서 수익성이 부진할 수 밖에 없다. 요컨대 증권사들이 내놓는 ELS는 해외 주요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기에 글로벌 증시가 급락세로 돌아서면 추가로 늘어나는 마진콜 부담을 리스크로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일례로 삼성증권의 경우 타 증권사보다 자체 헤지 규모가 높은데 지난해 상반기 6조원이 넘는 ELS를 발행하고, 이중 자체 헤지비중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험 노출수준은 높지만 마진율이 높기에 수익 확대를 위해 자체 헤지비중을 늘려왔다고 여겨진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ELS 발행 증가는 금융상품 투자의 대안으로써 선호를 받았기 때문"이라면서 "기본적으로 지수가 내려가다 보면 조기상환이 미뤄지고, 자금이 묶일 수밖에 없어 ELS 발행 및 판매 수수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부문의 손실도 증권사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었던 가운데 증권업계가 해외 부동산 투자로 가파르게 이익을 증가시켜온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해외 부동산 경기마저 악화돼 그동안 빚내 사들였던 투자물건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황에서 처분조차 불투명한 상황이 실적 악화 요인의 또 다른 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위험 자산의 부실화가 장시간 지속하거나 부동산 시장 침체로 금융투자회사의 부동산 금융 부문 손실이 확대될 경우 전체 손익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업계의 복수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시장이 급격하게 경색이 되면서 IB(Investment Bank, 투자은행)의 경우 해외실사를 나가지 못하거나 진행 중인 딜이 취소되면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증권사에서 하는 IB 업무는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증자, 회사채발행 등을 주간하고 자문하는 것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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