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자 좋은 배우,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아요"
"좋은 선배님들 모습 배우며 뚜벅뚜벅 잘 가고 싶어요"

배우 고보결. 사진. HB엔터테인먼트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하이바이 마마’의 민정 역은 고보결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처음으로 맡아본 ‘엄마’ 역할이었고, 표현해야 하는 감정의 성질도 일반적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아예 그 인물이 되기로 했다. 민정의 입장에서 민정의 마음을 적어보고, 드러나지 않은 전사를 상상하면서 자신만의 민정을 만들어나갔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은 성장이다. 앞으로의 연기생활에 대한 의욕은 덤이다. 이같은 도전들을 통해 고보결은 자신의 연기 세계에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Q. 코로나 사태로 힘든 시기에 드라마를 마쳤어요. 감회가 더욱 새로울 것 같아요.
고보결:
힘든 시기임에도 끝까지 촬영하신 스태프 분들과 배우 분들, 감독님, 작가님 모두 고생이 많으셨어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해드리고 싶어요. ‘하이바이 마마’를 끝까지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신 시청자 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려요.

Q. 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의 감정이 극에 달하는 모습이 나와요. 감정선을 따라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겠다 싶어요.
고보결:
민정이라는 인물은 초반에는 감정을 잘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묘사돼요. 표면적인 모습만 보이거든요. 유치원 학부모들처럼 타인의 시선을 통해 묘사되는 인물이어서 후반 감정선이 더욱 드러나 보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감정들이 원래 없던 건 아니죠. 표현을 하지 않았을 뿐인 거예요. 저 역시도 캐릭터를 준비할 때 처음부터 그런 감정들을 갖고 있었기에 수월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오히려 끌어안고 있던 감정을 터뜨릴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죠.

배우 고보결. 사진. HB엔터테인먼트

Q. 결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려요.
고보결:
다들 예상하지 못했어요. 제작진 분들도 스포일러를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저는 주어진 대본에 따라 연기를 했고요. 여러 의견이 분분했지만, 휩쓸리지 않고 캐릭터에 집중하려 했어요. 그리고 제가 대본을 보고 상상한 것보다 현장에서 나오는 호흡이 훨씬 생동적이었어요. 선배님들이 진심으로 연기해주신 만큼 저도 선배님들에게 많이 의지했어요. 그 현장에서 살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Q. 극 중 민정은 아이를 직접 낳진 않았지만 모성을 갖고 있던 인물이에요. 민정이가 가진 모성애는 어떤 성질의 것이라 생각하나요?
고보결:
사실 저는 모성애가 와 닿지는 않는 나이예요. 실제로도 아이가 없고요. 캐스팅 제안이 왔을 때도 그 지점이 어려웠고 또 걱정됐어요. 하지만 극 중 민정이 역시 아이를 낳은 건 아니지만 진심으로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서툴지만 노력하는 캐릭터인 거죠. 그런 게 저와 일치하는 부분이라 생각했어요. 덕분에 용기를 냈고요. 엄마의 감정에 이입해봄으로써 제 자신도 성숙해진 것 같아요. 연기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지 않았을까 기대하게 됐고요. 앞으로도 깊고 폭 넓은 감정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김태희와 호흡은 어땠나요.
고보결:
정말 예쁘신데 마음은 더 천사 같은 분이세요. 스태프 분들에게 대하는 태도나 사람을 대할 때 진정성 있게 존중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것들을 꼭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카메라에 비춰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제 연기를 위해 진심을 다해 리액션 해주신 덕에 연기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배우 고보결. 사진. HB엔터테인먼트

Q. 이규형과는 극 중 부부로 함께 연기했어요.
고보결:
워낙 재미있기로 유명한 선배님이시잖아요. 늘 유머러스하고 쾌활하셔서 현장에 오시기만 하면 모두들 에너지가 넘쳤어요. 극 중 자녀로 나오는 (서)우진이와 잘 놀아주셔서 다정하고 배려심이 있는 분이라 느꼈죠. 연기 호흡을 맞출 때도 정말 잘 맞춰주시며 배려해주신 덕에 장면들이 더욱 잘 나온 것 같아요. 역시나 배울 점이 많은 선배님이세요.

Q. 권혜주 작가와는 ‘고백부부’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어요.
고보결:
작가님과는 ‘고백부부’ 이후 오랜만에 연락을 나눴는데, 다시 뵙게 돼 영광스럽고 기뻤어요. 저를 오민정으로 택해주셔서 감사했어요. 가능성을 봐주신 만큼 책임감을 갖고 더욱 잘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정이를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그의 입장에서 일기를 써보기도 했죠. 대본에 있는 내용과 이면에 있는 내용을 생각해서 강화(이규형)에 대한 마음과 유리(김태희)에 대한 마음을 적어보고, 서우(서우진)에 대한 마음을 육아일기처럼 적으니 민정이에 더욱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어요.

Q. 캐릭터 입장에서 일기를 썼다는 게 독특해요. 원래도 몰입을 위해 그런 시도를 즐겨 하는 편인가요?
고보결:
자주 쓰곤 해요. 이번에는 각 인물에 나눠 생각해보려 더욱 노력했어요. 민정이는 속이 깊고 사람들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다양한 감정의 결이 한 곳에 뭉쳐 있는 인물인 거죠. 그 결을 찾기 위해 민정이와 부딪히는 인물에 대한 감정을 더 깊이 연구해보려 했어요.

Q. 극 중 오민정은 차유리에 기대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요.
고보결:
민정이가 유리에게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어요. 저는 그게 정말 맞다고 느꼈어요. 민정이는 제 자신을 잘 몰랐던 사람 같거든요. 민정이는 속 안의 진심을 외면하고 숨기며 감추다보니 자기 자신을 몰랐는데, 유리는 민정이를 꿰뚫어 보는 듯한 말을 하고 속 시원한 말도 해주죠. 그러니 유리가 고마울 수밖에 없는 거예요. 나를 잘 알아주면서 나에게 다가와주니 그런 부분이 고마웠던 것 같아요. 민정이도, 사실은 참 외로웠으니까요.

배우 고보결. 사진. HB엔터테인먼트

Q. 오민정의 가족관계는 극에 전혀 드러나지 않아요. 그 점에서 캐릭터의 전사를 생각하며 연기하는 게 힘들었을 것 같아요.
고보결:
작가님에게 여쭤보진 않았지만, 저 혼자 생각한 게 있어요. 부모님이 말렸을 결혼을 했을 테고, 그 결혼을 하기 위해 민정이가 했을 고민들을 적어봤거든요. 부모님에게 죄송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확신을 갖고 밀어붙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한 결혼이니 마음고생을 해도 말을 할 수 없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민정이는 더욱 철저히 혼자가 된 것 같아요.

Q. 연기를 위해 많은 부분을 계산한 흔적이 엿보여요.
고보결:
저 역시도 민정이처럼 노력과 열정을 가진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뭣도 모르고 배우가 되기 위해 달려들었을 땐, 노력과 열정이 있으면 못할 게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웃음). 운과 기회가 따라야했어요. 제가 겪는 시기에 맞는 깨달음이 수반돼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민정이의 몇몇 면들이 제게 와 닿았다고 느꼈어요.

Q. 캐릭터 해석을 위해 노력한 만큼 연기에 대한 만족도가 어떨지 궁금해요.
고보결:
저는 늘 연기를 한 뒤 아쉬움이 남는 편이어서 제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는 편이에요.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들이요. 이번 작품에서는 ‘만약 제가 진짜 엄마였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봤죠. 그랬다면 연기가 더 달라졌을 것 같거든요. 앞으로는 점점 더 아쉬움을 줄여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아쉬움들을 채워가면서, 더욱 성장해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발전하고 싶어요.

배우 고보결. 사진. HB엔터테인먼트

Q. ‘하이바이 마마’는 사소하지만 잊고 살았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에요. 스스로도 연기를 하며 잊고 살았던 소중함에 대해 느낀 바가 있을까요?
고보결:
가까이에 있어 표현하지 않아도 제 마음을 알 거라는 생각에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가족이 그렇죠. 좀 더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 중 대사에서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느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고마운 이에게 고맙다 말하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어요. 만약 그렇게 살아간다면 아쉬움이 조금은 덜 남는 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역시도 앞으로 그래야겠다는 마음도 생겼죠.

Q. 연기를 할 때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요. 집중한 만큼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것에 어려움도 따르지 않을까 싶은데.
고보결:
작품마다 조금씩은 달라요. 매일 보던 분들을 못 만난다는 건 아쉽지만,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편은 아니에요. 이 작품에서 받았던 좋은 영향들을 다음 작품에서 잘 활용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하려고 해요.

Q.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고보결:
하하, 욕심은 많아요. 장르도, 캐릭터도 다양하게 도전하고 싶죠. 프리즘에 빛을 비추면 빨주노초파남보 다양한 색이 나오잖아요. 저 역시도 다양한 색채를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캐릭터를 다양하게 보여드리려면 장르도 다양해야겠죠? 그래서 전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멜로, 청춘, 액션, 느와르 등 모든 장르를 다 해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배우 고보결. 사진. HB엔터테인먼트

Q. 인터뷰 동안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최근 배우로서의 방향성을 두고 고민의 시간을 가진 걸까요.
고보결:
배우로서의 길은 늘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지향점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막연하게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과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건 다른 거잖아요. 그런 지향점을 두고 뚜벅뚜벅 걸어가다 보면, 그 길 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제가 ‘마더’라는 작품을 찍을 때 정말 좋아했던 대사가 있어요. ‘새들이 이집트를 향해 날기 시작하면 그들은 이미 이집트에 있다’는 건데, 꼭 저를 두고 하는 말 같더라고요. 

Q. 어떤 면에서 그렇게 느꼈나요?
고보결:
제가 어떤 지점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라면 이미 그 길 위에 서 있는 거고, 그 과정 자체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생이 어디까지 뻗어갈지 모르는데, 항상 행복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더욱 더 순간의 삶을 가치 있게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지향점을 분명히 해서 걸어가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거죠.

Q. 그렇다면 지금의 가장 큰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고보결:
좋은 사람이자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가 되기 전에 사람이 돼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좋은 사람이 곧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진심을 담고 싶어요. 그리고 좋은 선배님들의 모습을 배워서 뚜벅뚜벅 잘 걸어가고 싶어요.

Q.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경험이 더욱 중요해지겠네요.
고보결:
지금의 저는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어요. 경험을 위해 여행을 하며 다른 문화를 겪어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껴보려 노력하고 있어요. 취미도 많이 가지려 해요. 취미를 가지면 그 세계의 문이 새롭게 열리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통해 얻는 경험과 감정들이 제 연기에 있어 좋은 재료가 되리라 생각해요. 잘 담아둔 경험과 기억, 감정들을 활용해서 진심을 다해 연기하는 게 저의 또 다른 지향점이에요. 그게 곧 제 강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나가겠습니다. 기대 많이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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