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CDP가 발간한 보고서 '그린스완, 기후금융 제도화를 촉진하다' 표지. 사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 한국위원회가 2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CDP 코리아 리포트 2019 발간·우수 기업 시상식'을 열었다.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는 CDP가 평가하는 ‘기후변화 대응’과 ‘물 경영’ 2개 분야 모두 세계 상위 2%에 해당하는 ‘리더십A(Leadership A)’ 평가를 받았다.

2000년 영국에서 설립된 비영리 단체인 CDP는 지속가능성 평가기관 중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와 함께 가장 권위 있는 기관 중 하나로 인정 받는다.

CDP 한국위원회는 2008년부터 매해 코스피(KOSPI) 시가총액 상위 국내 20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후변화대응’ 평가를, 물 사용량 상위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물경영’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리더십A(Leadership A), 리더십A-, 매니저먼트B(Management B), 매니저먼트B- 등 8개 등급을 나눈다.

투자자에게 정보를 공개한 전세계 8361개 기업 중 182개 기업이 ‘A List’에 속하며 이들은 상위 2% 수준인 셈이다. 2019년 기준 기아자동차, 삼성엔지니어링, 신한금융그룹, 현대자동차, (주) LG,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이노텍, LG전자 등 9개 기업이 기후변화 대응 최고 수준인 ‘Leadership A’를 획득, 세계적인 수준의 리더 기업임을 증명했다.

물 경영 분야(Water Security)에서는 전세계 2435개 기업 중 72개 기업이 A리스트에 편입됐으며, 이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은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 등 2개 기업이다.

기후변화 대응부문에 있어 평가점수 상위 5개사는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Carbon Management Honors Club)으로 선정한다. 올해는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전자가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으로 진입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실시한 2019년도 평가에서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Honors Club)’에 선정됐다. (왼쪽부터) 현대차 최두하 상무, 기아차 조정현 실장.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는 ‘기후변화 대응'과 '물경영' 평가 부문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대자동차는 친환경차를 개발‧보급한 점과 사업장별로 온실가스를 높은 효율로 감축하는 설비와 아산공장 무방류 시스템 등 중장기적인 환경경영 강화 활동 등을 인정받았으며 올해 수자원 관리 부문에 현대차가 처음 참여했음에도 최고 등급인 리더십A를 획득하며 물 관리 부문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SK하이닉스가 물 관리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현대차를 제쳤다. SK하이닉스는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를 위해 2018년 ‘2022 에코(ECO) 비전’을 발표, 2022년까지 국내 사업장의 일 평균 수자원 재활용량을 6만 2000톤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사 차원의 수자원 절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난해 연간 240만톤(국내 사업장 기준)의 용수를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이외에도 수처리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이번 심사에서 높게 평가된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기후변화 부문에서도 최고 수준인 명예의 전당 플래티넘 클럽을 유지했다. 5년 연속 탄소 경영 아너스 클럽에 선정돼야 오를 수 있는 명예의 전당은, 헌액된 이후에도 최고 수준에 준하는 등급을 유지해야 자격이 인정된다. 2007년부터 CDP에 참여한 SK하이닉스는 기후변화 대응에 꾸준히 노력한 업적을 인정받아 2013년 국내 기업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진입, 국내 기업 중 최장 기간인 7년 동안 그 지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디어SR에 “CDP측에서 질의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데 항목과 질문이 굉장히 많다고 들었다”고 설명하면서도 “어떤 항목에 가중치가 있고, 평가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도 기업으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해 평가의 공정성을 가늠케 했다.

2019 기후변화 대응 부문 명예의 전당에 진입한 기업 리스트. 사진. CDP

LG디스플레이의 약진도 눈에 띈다. 기후변화 대응 부문에서 A리스트에 진입하는 한편 수자원 관리 강화 노력도 매니저먼트 B 등급을 받아 우수기업으로 인정받았다. LG디스플레이는 정수 처리 시설을 고도화해 용도에 맞게 재사용했고, 지방자치단체와 협약해 버려지는 생활하수를 재이용해 생산공정에 사용하면서 연간 물 사용량을 줄여왔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의 용수재이용률은 76%를 넘었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 부문의 경우, 제조공정에서 사용되던 육불화황(SF6)가스를 분해할 수 있는 감축 설비를 설치하거나 다른 가스로 대체함으로써 3년 연속 연간 12만톤이 넘는 온실 가스를 감축시킨 노력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육불화황가스의 경우 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보다도 더 크기 때문에 감축 효과도 더 커졌다.

STOXX의 데이터에 따르면, A List에 편입된 기업은 7년 동안 글로벌 벤치마크보다 매년 평균 5.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에 대한 투명성과 주도적인 행동이 재무적인 성과와 연관되어 있음을 나타낸다고 CDP는 밝혔다.

CDP한국위원회 장지인 위원장은 CDP 한국보고서 발간사를 통해 기후변화가 초래할 심각한 경제‧금융위기인 그린스완(green swan)에 대응하기 위한 주류 경제-금융 관련 국제기구들의 행보를 언급하며 “기후변화가 단순히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금융의 문제”이며 “기후행동 촉구가 환경운동가들의 급진적 주장이 아니라, 주류 금융당국의 목소리가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 위원장은 “CDP를 통한 투자자와 기업들의 정보공개와 활동은 곧 G20, IMF, BIS(국제결제은행) 등이 우려하는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위기, 금융위기를 막는 가장 기본적인 기후행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 반기문 위원장은 CDP 한국보고서에 발간한 축사를 통해, “코로나19 등의 전염병은 우리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 그 재앙의 파편에 불과하다”며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생활이 아닌 생존이 최우선인 일상적 재난의 시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반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인류의 합의 를 후퇴시키고 전진을 가로막은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이럴 때일수록 장기적인 관점으로 더욱 굳건한 기후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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