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락 폭락세에 국내 정유주도 동반 하락
국제 정유업체 실적 악화 전망에 투자 유의

픽사베이

[미디어SR 박세아 기자] 반등하던 국제유가가 다시 나흘 만에 폭락하면서 시장 불안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유주의 흐름에 주목된다. 

2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4.6% 내린 12.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여전히 근본적인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과 셧다운(일시가동중단)으로 인한 원유 수요 급감과 공급 과잉 심화다. 주요 산유국들의 하루 970만배럴 감산 합의가 수요 감소 폭에 이르지 못한다는 시장의 판단이 지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원유 저장공간이 곧 포화상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상승하던 유가를 다시 하락세로 전환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원유 시추업체 다이아몬드 오프쇼어 드릴링이 26일(현지 시간) 파산 수순에 돌입해 지난 3일 화이팅 페트롤리엄 이후 이달 들어 두 번째 미 석유업체 파산 소식이다. 수천 개의 석유 기업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내재된 상황에서 국내 정유업체의 실적도 최악을 기록할 전망이라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8일 오전 9시 25분 기준 S-OIL은 전일대비 2.38% 하락한 6만9800원에, GS칼텍스를 자회사로 둔 GS는 0.39% 떨어진 3만7950원, SK이노베이션은 1.02% 내려간 9만6600원에 거래 중이다. 

물론 큰 폭의 하락세는 아니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이들 주가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여왔다. 연초보다 반 토막 이상 난 주가에 투자자들은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S-OIL은 9만1900원에서 지난달 23일 종가기준 4만8500원으로 89.48%의 폭락세를 보였다. 그러다 점차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다 최근 약보합과 강보합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GS는 1월 2일 5만원의 주가에서 지난달 23일 종가기준 3만2600원을 기록하며 53.37% 급락했다. 그러다 지난달 20일 역대 처음으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이 마이너스 37.63달러를 기록했을 때는 다시 하락세로 전환해 3거래일 연속 3만8350원에서 3만7350원까지 2.67%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SK이노베이션은 다른 정유주보다 하락폭이 더 심각하다. 연초 14만6500원에서 지난달 19일 5만7300원까지 155.67% 급락했다. 이후 유가 감산 합의와 미국과 이란의 분쟁 격화 조짐 등으로 인해 유가 상황이 전보다 회복 되면서 정유주 또한 반등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국내 정유업계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하강으로 인한 수요침체와 저조한 정제마진, 유가 변동성으로 2018년 대비 약 33% 감소한 약 3조1000억원의 합산 영업이익(연결기준)을 기록해 기본적으로 침체 국면을 겪고 있던 터라, 올해 1분기 유가 급락이 미치는 파급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확산이 연내에 진정돼도 원유 재고량 부담 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약 3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 수준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또 유가의 경우 배럴당 1달러 하락시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약 700억~800억원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석유제품 재고 물량 소진과 제품가격 및 정제마진 안정화를 위해 미국과 유럽 등 대규모 정제시설은 가동률을 하향조정하여 재고 수준을 맞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의 경우 정제설비 가동률이 2019년 평균 90.6%에서 2020년 4월 첫째 주 75.6%로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정유업계도 가동률을 하향 조정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향후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가동률 축소 폭을 더 확대하고 정기보수 시기 조정을 통해 공급량을 조절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국내 정유업계도 이미 가동률을 80~90% 축소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판매처를 제한적으로 가져가는 업체의 경우, 가동률을 축소하고 정기보수를 앞당겨 공급량 컨트롤을 한다"면서 "국제 유가 하락이 절대적으로 업황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예외는 없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이 1분기 창사 이래 최대적자를 내 영업손실 1조73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오는 29일 실적발표를 앞둔 현대오일뱅크와 다음달 6일 발표예정인 SK이노베이션, 또 5월 둘째 주로 예상되는 GS칼텍스도 1분기 최악의 성적을 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정유주 투자에 보수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정유관련 업체가 줄줄이 파산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오르지 않으면 구조조정 또한 쉽지 않다"면서 "세계적으로 정유업계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차익 실현을 위한 저가매수의 차원을 떠나 정유관련 주식 투자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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