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23일 ‘2020년 주주총회 Trend(트렌드)’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전히 사외이사가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기업 이사회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이하 연구소)는 12월 결산을 마친 상장기업 2282개 기업 중 601개 기업에 상정된 4088개 안건 중 국내 주요 30대그룹 소속 상장기업 137개기업의 임원 선임 안건 622건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연구소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사외이사의 전직 경력이 여전히 일부 분야에 집중되어 있어 이사회의 다양성 및 독립성 확보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주요 30대 그룹 소속 상장 기업 중에서 올해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한 117개 기업의 사외이사 전직 경력은 감독기관(국세청‧금융감독원‧공정위원회‧감사원‧금융위원회)과 사법기관(검찰, 법원), 장‧차관‧청와대 등 소위 3대 권력기관 출신 비중이 27.9%로 집중되어 있다.

이같은 사외이사 후보자의 경력 집중은 2016년 31.8%에서 지난해 30.2%를 기록하는 등,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부터 이어진 사외이사 재선임과 신임 등을 안건 별로 분석했기 때문에 결국 절대다수의 현직 사외이사가 이같은 권력기관 출신일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특히 경영권 분쟁 등 지배구조 이슈와 지배주주의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그룹일수록 사외이사 후보자의 전직 경력이 특정 분야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전문성 확보의 이유를 무시할 수는 없으나 특정 그룹이 대처해야할 사안에 대한 대관 업무 차원에서의 사외이사 선임 의도도 있다고 해석했다.

최근 경영권 승계 관련 이슈가 있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2020년 정기 주총에서 3대 주요기관 출신의 사외이사 선임 비중이 45.0%를 기록해, 30대 그룹 평균(27.9%)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롯데와 한진도 각각 56.5%, 36.8%로 3대 주요기관 출신의 사외이사 선임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주요 그룹의 사외이사(신규+재선임)의 전직 경력별 분포. 사진. 대신지배구조연구소

한편 사외이사 후보자의 현직 경력도 법무와 회계, 대학교수 등에 집중되어 있다.

그룹 소속 111개 기업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자의 현직 경력 중 법무와 회계 경력 비중은 27.2%로 높게 나타난다. 앞서 후보자의 전직 경력이 3대 기관에 집중 되는 것과 유사하다.

이에 연구소는 사외에사 전문성 보강을 위한 경력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사외이사로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인’의 비중이 11.6%에 그치는 것에 연구소는 우려를 표하고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와 관련이 깊은 분야의 교수 출신 사외이사는 이같은 다양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가기 위해서는 이처럼 사외이사 후보 선임 시 다양성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한 것이다.

또한 연구소는 분석 결과 이사회 독립성 우려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2020년 주주총회에서 임원 선임 안건이 있는 544개 기업을 대상으로 안건 중 반대 권고 의견을 제시한 것은 총 130건으로, 반대 사유는 이사회 독립성 훼손 우려, 겸임과다, 재직연수 등이다. 각 사유 별 비중은 26.2%, 26.9%, 20.8%를 차지하여 총 73.9%에 이른다.

특히, 사외이사 후보자에 대한 반대 권고 의견 총 35건 중에 반대사유는 출석률 저조가 20건 (57.1%), 독립성 훼손 우려가 11건(31.4%), 재직연수 과다가 3건(8.6%)를 기록하고 있다.

재직 연수 과다도 독립성 훼손 우려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외이사 반대 사유 중 독립성 훼손 우려 등으로 인한 반대사유 비중은 40%에 이르는 등 여전히 사외이사 후보자에 대한 독립성 확보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대신지배연구소 안상희 본부장은 미디어SR에 “과다 겸임에 관해 전문경영인과 기업 오너를 다르게 봐야 하고, 맡은 일과 상황에 따라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통상 7개가 넘어가면 과다 겸임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의 안건을 검토했을 때도 사외이사의 독립성 훼손 우려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를 우려해 안건에 반대를 권고한 비중은 2018년 46.9%, 2019년 60.3%, 2020년 40.0% 등 연평균 약 50.0%에 이르고 있다. 즉 여전히 사외이사 후보자에 대한 독립성 이슈는 완화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는 이같은 분석 결과에 대해 상장기업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가장 필요하지만, 동시에 한국의 ‘사외이사(Outside Director)’가 아닌 미국과 일본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독립이사(Independent Director)’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 경력이 일부 분야에 집중되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고, 사외이사 반대 권고 사유 독립성 훼손의 비중이 여전히 높게 나타나는 등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기업이 시행할 수 있는 규정(공시 규정 등)을 통해 보완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소는 국내에 스튜어드십코드가 제정된 이후 최근까지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확대되거나, 의결권 자문사의 임원 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 권고율 하락 등의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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