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핫펠트(HA:TFELT·예은). 사진. 아메바컬쳐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핫펠트(HA:TFELT·예은)은 음악을 통해 늘 자신에 대해 노래했다. ‘진심이 담긴 음악을 뜨겁고 새롭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은 핫펠트라는 이름은 그가 추구하는 음악관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예은은 핫펠트로서 기념비적인 첫 정규앨범의 주제를 자신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삼았다. 감추고 싶은 아픔과 정면에서 마주한 ‘1719’는, 그래서 더욱 핫펠트다운 앨범이다. 타오르는 열망으로 진심을 노래하는, 핫펠트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Q. 정규앨범 발매를 축하해요. 핫펠트로는 처음이네요(웃음).
핫펠트:
핫펠트로 활동하면서 처음으로 내는 정규앨범이에요. 14곡을 꽉꽉 담아봤어요. 준비하느라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정성이 정말 많이 들어간 앨범이에요.

Q. 앨범명인 ‘1719’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뜻한다고 들었어요.
핫펠트:
10년 동안 몸 담았던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에서 나와 아메바컬쳐라는 새 회사로 옮기게 되면서 많은 상황들이 달라진 때예요. 개인적으로도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20대 끝자락에 서면서 정말 혼란스러웠어요. 그때 느꼈던 감정과 일들을 책과 음악에 담아본 거죠. 가장 어두웠던 시기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그 안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순간들도 있었어요. 지나고 보면 굉장히 소중했던 시간이었다고 느껴져요.

가수 핫펠트(HA:TFELT·예은). 사진. 아메바컬쳐

Q.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북에 다소 민감한 내용이 담겨있어서 놀랐어요.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그동안 느낀 사랑, 우울과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는 고백이 고스란히 적혀있는데, 이를 가감 없이 밝히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었나요.
핫펠트:
전부 제가 겪었던 일들이 맞아요. 연예인들은 늘 행복하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 것 같다는 느낌이 있잖아요. 하지만 사실 똑같은 사람들이거든요. 힘든 시간을 겪기도 하고, 남들보다 고통스러운 순간과 마주할 때도 있어요. 그것들을 감추려고만 하다 보니 제 속에서 더욱 곪아왔던 것 같아요. 오랜 활동으로 인한 ‘번 아웃’ 상태이기도 했고요.

Q. 솔직하게 털어놓는 걸 돌파구로 삼은 건가요.
핫펠트:
그런 셈이에요. 일전에 힘든 감정에 대해 상담을 받았었는데, 글로서 제 감정을 풀어내는 걸 추천받아서 제 이야기를 꾸준히 써봤어요. 그러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이 글을 공개하면 제 음악이 더욱 잘 들리지 않을까 싶어서 스토리북을 준비하게 됐고요. 가족들도 저를 많이 응원해줘서 준비를 하면서도 마음이 편했어요. 힘들었지만 제게는 꼭 필요한 시기였다고 느껴요. 쉼 없이 계속 더 달리기만 했다면, 나중엔 회복하기가 정말 어려웠을 것 같거든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우울한 감정을 해소하고 새로운 설렘이나 기대감을 채우기 위해 매일 노력하며 지내고 있어요. 

Q. 힘든 시기와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앨범의 흐름에 녹아있다고 느꼈어요. 8번 트랙 ‘새틀라이트(Satellite)’와 9번 트랙 ‘스윗 센세이션(Sweet Sensation)’을 타이틀로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핫펠트:
두 곡의 주제가 달라요. ‘새틀라이트’는 제가 꼭 위성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만든 노래예요. 제 삶을 지탱해온 꿈인 가수로 살고 있으면서도 음악을 오래 하다 보니 지쳐서 이 길이 맞나 싶은 회의감을 느낄 때가 있었거든요. 그때 밤하늘을 보다 위성을 보고 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빛나지만 진짜 별은 아니잖아요. 누구나 같다고 생각해요. 다들 자신이 가는 길이 맞는지 고민하는데, 그런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고 싶어서 그 노래를 만들었어요. 이와는 다르게 ‘스윗 센세이션’은 저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담은 노래예요. 힘들었던 시절의 경험을 그대로 담은 곡인데, 제 자신에게 음악으로 힘을 주고 싶어서 가장 리듬감 있는 트랙으로 만들어봤어요.

가수 핫펠트(HA:TFELT·예은). 사진. 아메바컬쳐

Q. JYP에서도 핫펠트로서 음악을 했고, 마찬가지로 아메바컬쳐에서도 핫펠트로 활동 중이에요. JYP와 아메바컬쳐에서의 핫펠트는 어떤 차이를 갖고 있나요?
핫펠트:
JYP는 핫펠트의 시작이에요. 음악적으로 원더걸스와 달라지고 싶은 강박이 컸죠. 아메바컬쳐에 와서는 제가 아티스트로서 제 자신을 더욱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지금은, 조금 더 물 흐르듯 음악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원더걸스 활동을 2016년에 마쳤잖아요. 그 후 솔로로 서기까지 고민이 컸을 텐데, 핫펠트로 활동 방향을 전환하면서도 혼란이 컸을 것 같아요.
핫펠트:
이전까지는 핫펠트와 원더걸스의 커리어를 병행했지만, 원더걸스 활동을 마친 뒤에는 온전히 제 커리어에만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된 거예요. 10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무게감이 크게 느껴져서, 더 많은 걸 이뤘어야 했다는 후회감도 들었어요. 원더걸스로서 실수하면 안 되고 성공해야 한다는 집착이 있었던 데다, 스스로에 대한 옳고 그름의 잣대도 엄격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부분을 많이 내려놨어요. 인간 박예은으로서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과 형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죠.

Q. 자전적인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면서 삶의 방향에 대한 해답도 찾았을까요?
핫펠트:
가장 크게 하는 생각은 고민하지 말자는 거예요. 인생은 짧잖아요. 뭔가가 하고 싶어지면 오래 고민하지 않으려 해요. 그동안 저는 일을 우선순위로 두는 삶을 살아왔어요. 하지만 삶의 균형과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애정을 쏟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끼게 됐죠. 제 취향이 중요하다는 것도 느끼게 된 거예요. 좋은 변화라 생각해요.

가수 핫펠트(HA:TFELT·예은). 사진. 아메바컬쳐

Q. 아메바컬쳐에 몸 담은지도 벌써 4년이나 됐어요. 그리고 이제 첫 정규앨범도 발매했죠. 음악적으로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고 느껴져요.
핫펠트:
지금 회사에 온 뒤부터는 제 메시지에 집중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핫펠트로서 음악의 이야기를 전하는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었거든요. JYP에서는 원더걸스로서 새로운 콘셉트를 보여드렸지만, 저는 이야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아티스트가 늘 되고 싶었어요. 새 회사에서는 그런 부분이 많이 충족됐다고 느껴요. 여러 시간들을 지내오며 앨범 준비에도 긴 시간을 쏟았지만, 회사에서도 천천히 걸어 나가는 저를 계속 지켜봐주신 것 같아요. 다들 이번 앨범에 실린 음악들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Q. 아메바컬쳐의 수장인 다이나믹 듀오와도 함께 곡 작업을 했어요.
핫펠트:
두 분 다 좋은 반응을 보여주셨어요. 최자 오빠는 제 스토리북을 보고 글을 잘 쓴다며 칭찬해주셨고, 개코 오빠는 ‘스윗 센세이션’을 타이틀곡으로 추천해주셨죠. 여태까지 핫펠트가 보여주지 않은 색이면서도 현실적인 가사가 매력적이라며 저를 지지해주셨어요. 개코 오빠는 이성적으로 대중성과 음악성을 고려해주시면서 음악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줬는데, 최자 오빠는 제 감성에 많이 공감해주셨어요.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셨고요(웃음). 부모님 몰래 맛있는 걸 사주는 삼촌들이 생긴 기분이에요.

Q. 음악을 통해 자전적인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어요. 음악을 만들 때 영감을 얻는 가장 큰 부분은 자기 자신인가요?
핫펠트:
저뿐만 아니라 많은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삶에서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저는 삶의 다양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고, 사랑이나 이별에 국한되지 않은 것들을 노래하고 싶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음악에 집중하는 거예요. 음악성과 대중성 모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음악성에 더욱 무게를 두려 해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가장 대중적인 것들을 찾아서 회사와 함께 만들고 있어요.

가수 핫펠트(HA:TFELT·예은). 사진. 아메바컬쳐

Q. 아이돌로 화려한 삶을 살다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아티스트로 전향했어요. 그동안 음악에 대한 큰 갈망이 있다고도 느껴져요.
핫펠트:
저는 제가 해봤던 것에 미련이 없어요. 큰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다면 유명해지고 싶은 갈증이 있었겠지만, 저는 이미 원더걸스로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았잖아요. 핫펠트로서도 사랑받고 싶지만, 저는 제 이야기를 풀어내고 아티스트로서 저만의 정체성을 찾고 싶다는 갈망이 커요. 사람이 다 가질 수는 없는 거잖아요. 많은 곳에 욕심내지 않으려 해요.

Q. 이번 앨범을 통해 그 갈망을 채웠나요.
핫펠트:
그럼요. 정규앨범을 내는 건 제 오랜 염원이었어요. 한 앨범에 14곡이나 담아낸 것도 정말 뿌듯한 일이고요. 스스로에게도 “고생했어, 예은아”라면서 많이 칭찬해주고 있어요. 대중과 팬 분들이 보여주실 반응도 궁금하지만, 일단 제 스스로에게 정말 만족해요.

Q. 일전에 여자가 꽃으로 비유되는 게 싫다면서 여성의 주체성에 대해 노래하고 싶다고 언급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는 어두웠던 시간을 가감 없이 풀어냈죠.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을지 궁금해요.
핫펠트:
늘 음악으로 불안함과 우울함을 많이 표현해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보다 더 멋있고 단단한 여자의 모습을 그려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면에서부터 단단해진다면 제가 생각하는 멋진 여자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가수 핫펠트(HA:TFELT·예은). 사진. 아메바컬쳐

Q. 앨범에 담긴 소재가 어둡다보니 이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들이 나올 것 같아요. 가장 듣고 싶은 반응이 있다면.
핫펠트:
100% 사랑만 받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 같아요. 그저, 제 음악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에게 만족감을 드리고 싶어요. 그분들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진 않거든요. 제 음악을 기다려주신 분들이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 말씀해주시면 정말 행복할 거예요. 이전에 제 음악을 접하지 않았던 분들은 ‘생각보다 좋네’라는 반응만 보여주셔도 좋을 것 같고요. 이번 앨범에 정말 많은 공을 들였거든요. 오랜 시간 준비한 만큼 정성과 진심이 녹아있으니, 그런 부분을 느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아픈 부분을 감추려 하는데, 그럴 때 상처는 더욱 곪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음악을 통해 힘든 일을 겪은 분들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가까운 사람에게라도 상처를 꺼내놓고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Q. 인터뷰를 나누면서 아티스트로서 입지를 다지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로 평가받고 싶나요?
핫펠트:
좋은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 그거면 돼요. 수십 년이 흘러도 제 음악이 좋다고 느껴지는, 그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제가 1980년대나 1990년대의 노래를 듣고 새로운 자극을 얻을 때가 많은데, 제 음악도 그런 느낌을 드렸으면 참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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