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포미닛 출신 배우 허가윤. 사진. (주)디엔와이,(주)스톰픽쳐스코리아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가수도 6년 만에 데뷔했는데 배우로서는 이제 3년이에요. 앞으로 열심히 보여줘야죠.”

인기 아이돌로서 정상을 달리다 배우로 다시금 출발선에 섰다. 카리스마 있던 모습을 벗고 진정한 ‘나’의 모습으로 대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룹 포미닛 출신 배우 허가윤의 이야기다. 원래부터 연기에 뜻이 있었다고 밝힌 그는 앞으로 배우로서 많은 경험을 쌓아 잘하는 걸 찾아가고 싶다는 포부를 내놨다. 지금을 연기자로서의 전환점으로 두고, 조급함 없이 ‘쿨’하게 앞으로의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영화 ‘서치 아웃’을 통해 배우로서 본격적인 날갯짓을 시작한 허가윤을 만났다.

Q. ‘서치 아웃’으로 스크린 첫 주연작을 선보이게 됐어요. 감회도 새로울 것 같아요.
허가윤: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시고 계신지가 가장 궁금해요. 그동안은 짧은 분량만 소화했는데 이번엔 긴 호흡을 보여드릴 수 있게 돼서 기뻐요. 좋은 기회를 주신 감독님에게도 감사하고 있어요. 제게 ‘서치 아웃’은 배움을 많이 준 작품이어서 많은 것들이 기대되고 있어요.

Q. 극 중 누리 역할을 맡았어요. 재야에 묻힌 능력 있는 해커이자 나름의 사연을 가진 인물이죠. 연기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었나요.
허가윤:
초반에는 누리의 사연이 나오지 않아서 냉소적이고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하지만 뒤로 갈수록 과거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누리가 가진 상처와 우울증이 드러나죠. 후반부에서는 감정을 다르게 가져가야한다고 생각하며 변화를 보여주는 것에 신경 썼어요. 그리고 제가 컴맹이어서, 해커 역할을 위해 타자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웃음).

Q. 관객의 입장에서는 누리의 과거가 조금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허가윤:
저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극 중 누리의 예전 이야기는 대화를 통해서만 일부 나오는 거니까요. 하지만 감독님은 사건을 더욱 중점적으로 풀어내시면서 그 사이에 요즘 청년들이 가진 고민을 녹이려 하신 것 같아요. 

그룹 포미닛 출신 배우 허가윤. 사진. (주)디엔와이,(주)스톰픽쳐스코리아

Q. 극 중 누리처럼 스스로도 요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이에요. 연기하면서 공감이 간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허가윤:
누리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강한 모습을 가졌어요. 어른들의 입장에서 요즘 청년들이 할 말 다 하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보실 수도 있겠지만, 그런 청년들도 속 안에 상처가 있죠. 그걸 감추기 위해 더 강하게 말할 수도 있는 거고요. 누리도 그랬을 거라 생각했어요. 저 역시도 비슷한 경험이 있죠.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몰라주니 더욱 강하게 제 의견을 말하려 했고, 가수 시절에도 제 의견을 똑바로 말하지 않으면 일이 흐지부지 진행된다거나 제가 피해를 볼 때도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는 누리에게 공감을 했죠.

Q. 이시언, 김성철과 호흡을 맞췄어요.
허가윤:
정말 즐거웠어요. (이)시언 오빠 자체가 자연스러운 연기를 정말 잘 하거든요. 제가 대사를 내뱉으면 그걸 크게 받아주셔서 현장에서 늘 웃음이 떠나질 않았어요. 덕분에 누리 캐릭터의 냉소적인 면이 더욱 살아난 것 같아요. 오빠가 애드리브도 많이 해주셔서, 진지한 영화 분위기에 피식 웃을 수 있는 지점을 마련해주신 것 같아요. (김)성철이와는 평소에 같은 헬스장을 이용하는 이웃이거든요. 그 덕에 장면마다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대화를 자주 나눌 수 있었어요. 제가 첫 주연을 맡아서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는데, 성철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쉽게 풀어나갔어요. 

Q. ‘N번방’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SNS 범죄를 다룬 ‘서치 아웃’의 개봉이 시의성 있다는 반응도 나와요.
허가윤:
영화 시나리오를 볼 땐 SNS 범죄 같은 게 상상만 했던 일이었거든요. 그런데 개봉 시기에 이런 사건이 발생해서 많이 놀랐어요. 실제로도 저희 영화를 보시고 N번방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한 ‘불꽃추적단’과 비슷하다고 말씀하신 분들이 여럿 계셨어요. 저희 영화에서도 경찰도 아닌 청년들과 취업준비생, 흥신소 직원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죠. 영화와 현실이 정말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분들이 ‘서치 아웃’을 보시며 SNS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가지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룹 포미닛 출신 배우 허가윤. 사진. (주)디엔와이,(주)스톰픽쳐스코리아

Q.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에 나선 만큼 포미닛 멤버들의 응원도 있었을 것 같아요.
허가윤:
사실 저희는 만나더라도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잘 나누지 않아요.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다고 할까요? 이전에는 같은 일을 했고 같은 팀에 속했기 때문에 서로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들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죠. 그렇다 해서 멤버들에게 ‘나 지금 이 작품을 촬영하고 있어’라는 말을 하지도 않고요. 이제는 각자의 직업이자 사생활이 돼서 서로 사적인 질문을 하지 않으려 해요. 멤버들은, 평소 일상 이야기를 주고받는 가족 같은 존재들이에요. 

Q. 포미닛 활동을 할 땐 연기를 병행하지 않아서, 이후 연기자로 노선을 선회했을 때 놀라워하는 반응들이 많았어요.
허가윤:
사실 저는 처음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스무 살 때 연극영화과를 지망해서 수시 모집에 지원해 합격까지 했는데, 당시 소속사 대표님이 포미닛 데뷔와 대학 입학 중 하나만 선택하라 해서 데뷔를 하게 된 거죠. 데뷔 이후에는 제가 메인 보컬을 맡았던지라 후렴을 불러야 해서 행사나 공연에서 빠질 수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연기를 제대로 할 기회도 없었고, 가끔 스케줄이 빌 때 카메오 출연 정도만 소화했죠. 그러다 보니 연기에 대한 갈증이 더욱 쌓였던 것 같아요. 팀 활동이 끝난 이후에는 배우 활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죠.

Q. ‘가수 허가윤’과 ‘배우 허가윤’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허가윤:
지금은 큰 차이가 없어요. 아직까지는 많은 분들이 저를 ‘가수 허가윤’으로 봐주시거든요. 제가 바꾸고 싶다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를 포미닛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그런 만큼, 앞으로 ‘배우 허가윤’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작품들에서 연기하고 싶어요.

Q. 소화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을까요?
허가윤:
그동안 저는 똑 부러지고 할 말 다 하는 캐릭터만 해왔어요. 그래서 그런 성격이 아닌 역할을 맡아보고 싶어요. 순수하거나 수줍음이 많은 캐릭터도 해보고 싶고요. 강한 여성이 아닌 모습도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이죠. 포미닛 자체가 센 이미지였던지라 다들 저를 강하게 봐주시거든요. 지금도 감독님들과 미팅을 할 때면 ‘생각보다 차분하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기존 가수 활동에서 보여드린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룹 포미닛 출신 배우 허가윤. 사진. (주)디엔와이,(주)스톰픽쳐스코리아

Q. 배우로서 꿈을 키워온 만큼 그동안의 롤 모델이 있었을지 궁금해요.
허가윤:
한 분을 꼽기가 어려워요. 매 작품을 볼 때마다 그 작품에서 연기하는 배우 분들이 모두 좋거든요. 어떤 한 분을 말씀드리기 보다는, 그냥 저는 ‘의외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를 아는 분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제가 연기하는 걸 보시고는 ‘쟤가 허가윤이야? 의외네?’라는 반응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Q. 의외의 모습으로는 ‘마약왕’에서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죠. 짧은 장면이었지만 강렬한 모습을 선보였어요.
허가윤:
‘마약왕’은 시작부터가 모두 의외인 작품이에요. 회사 입장에서는 오디션 경험을 쌓아보라고 저를 보낸 거였는데 감독님이 제가 포미닛인 걸 전혀 모르시고 ‘얘가 신선하니 이 역할을 권해보자’라고 해서 출연하게 됐거든요. 나중에는 몰라봐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주셨지만요(웃음). 가수 시절에는 저를 못 알아보는 게 민망했지만, 연기자로서는 신선하다고 여겨주시는 게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송강호 선배님이 제 대사를 직접 해보시면서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셨어요. 제가 언제 선배님과 그렇게 대화를 해보겠어요. 하하. 연기적으로도 제게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한두 장면만 나오지만 얻어간 게 많은 현장이었어요.

Q. 최근에는 조금 나아졌지만, 사실 아직도 ‘아이돌 가수 출신 연기자’에는 부정적인 편견이 덧씌워질 때가 있어요. 
허가윤:
이제는 그런 시선에 조금 익숙해진 것 같아요. 캐릭터에 맞춰서 연기를 해도 포미닛의 허가윤으로만 봐 주시고, 무대에서의 모습만 생각하시고 제가 활기찰 거라는 편견을 가진 분들도 계셨어요. 저 역시도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더욱 그런 척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휴식기를 가지면서 우선은 대중에 ‘나’를 보여주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미닛 시절의 저도, TV와 무대, 예능 속의 저도 모두 다 ‘나’인 건데 그것에 맞춰갈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편견에 마주해도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보여드리려 해요. 활발할 줄 알았는데 차분하고 여성스럽다는 말을 들으면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요’라고 답하곤 하죠.

그룹 포미닛 출신 배우 허가윤. 사진. (주)디엔와이,(주)스톰픽쳐스코리아

Q. 포미닛으로 얻은 인기를 뒤로 하고, 지금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시작에 나선 셈이에요. 신인 배우로서 활동하는 데에 어려움도 있을 텐데.
허가윤:
저는 오히려 포미닛 활동 당시에는 저희가 잘 됐다는 걸 몰랐어요. 항상 더 잘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거든요. 그만두고 나니까 그제야 보이더라고요. 늘 위만 보고 아래를 보지 않았던 게 아쉬웠어요. 요즘은 후배 분들이 포미닛의 이런 노래를 좋아한다는 걸 보며 우리가 헛되게 활동하진 않았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그리고 이제는, 팀으로서 잘됐던 만큼 제가 풀어가야 할 숙제가 더욱 많다고 느껴요. 계속 포미닛 허가윤으로만 봐주시니까, 배우 허가윤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 싶어요.

Q. 허가윤에게 포미닛이라는 그룹은 어떤 의미인가요.
허가윤:
포미닛은 제게 잊지 못할 기억이에요. 아직도 멤버들과 만나면 그때의 이야기만 할 정도로 제게 많은 추억을 남겼어요. 다시 돌아가도 포미닛을 하겠다고 할 정도로, 힘들기도 했지만 재미있던 것도 많았거든요. 제게 많은 감정과 경험, 배움을 줬죠. 제가 포미닛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여러 나라를 다니며 그런 퍼포먼스를 보여드렸겠어요(웃음). 지금도 ‘미쳐’가 좋은 반응을 얻는 걸 보면 뿌듯하고 좋아요. 포미닛으로 보낸 시간과 추억, 그 모든 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Q. 스스로 생각하는 연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허가윤:
제가 느끼는 걸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가수는 이미 회사가 짜놓은 플랜과 콘셉트대로 활동하지만, 배우는 제 생각을 투영해서 주체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게 좋아요. 가수는 하나의 콘셉트가 만들어지면 그것만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연기는 장면마다 다 다른 매력이 있거든요. 이런 게 정말 재미있어요. 

그룹 포미닛 출신 배우 허가윤. 사진. (주)디엔와이,(주)스톰픽쳐스코리아

Q.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어떤 평가를 받고 싶을지 궁금해요.
허가윤:
이전까지는 긴 호흡의 작품을 별로 해보지 못했어요. 그동안은 제가 그 작품에 나왔냐는 정도의 반응이었지만, 이번에는 잘하든 못하든 연기적으로 평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나쁜 말이 나오면 그걸 고칠 수 있고, 좋은 말이 나오면 감사히 받아들이면 되니까요. 사실 이 작품을 2017년에 찍어놓은지라 지금 다시 보면 아쉬운 게 더 보여요. 하지만 그런 만큼 관객 분들이 주시는 피드백이 제게는 더욱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해요. 그리고 포미닛 활동 때에도 경험이 쌓이면서 제가 뭘 잘하는지 알게 됐던 만큼 연기자로서도 여러 경험을 통해 제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가고 싶어요. 지금은, 장르와 역할을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Q. 새로운 출발선에 선 만큼 배우로서는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 생각해요. 올해 가장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요?
허가윤:
어쩌다 보니 제가 그동안 영화에만 출연했더라고요. 앞으로는 드라마에서의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드라마는 많은 분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게 저만의 목표인데, 가능하면 좋겠죠? 하하. 잘 해내고 싶어요. 

Q. 영화도 개봉하고 최근 새 소속사와도 활동하게 됐어요.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은데, 앞으로의 활동에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허가윤:
연기하는 모습을 더욱 더 보여드리고 싶어요. 7년 간 가수 생활을 할 땐 여유가 없었는데, 그 활동을 끝내니 공허함과 외로움이 왔어요. 조급함과 불안감도 생겼지만, 그런 걸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회사도 새롭게 만나니 마음속에서도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30대의 시작을 잘해내고 싶기도 하고요. 가수 데뷔도 6년 만에 해냈는데 배우로서는 2, 3년이라는 시간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런 만큼 ‘쿨’하게 생각하면서 앞으로 열심히 저라는 사람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새로운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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