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아시아나항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HDC의 우산 아래로 들어가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세계 하늘길이 막혔고 항공사들의 주가는 아예 이륙도 못한 채 주저 앉고 말았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부담은 그야말로 엄청날 수 밖에 없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이날 각각 확대여신위원회와 신용위원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지원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측은 미디어SR에 “이날 신용위원회 개최 일정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구체적인 안건을 확인해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채권단이 출자 전환하거나 연 7%대인 영구채 금리를 낮춰주는 것도 유력한 지원 방안의 하나로 거론하고 있다.

앞서 현산 측은 항공업계의 총체적 경영난 악화로 아시아나항공 인수건에 대해 부담이 크게 늘자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상환 연장, 금리 인하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현산은 이달 7일 아시아나항공에 1조 4665억원을 제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연기한 바 있다. 현산 측은 해외 6개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끝나면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산은과 수은에서 빌린 차입금 1조 1700억원을 상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주가가 출렁이면서 현산이 2배 넘게 비싼 가격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모양새가 됐다.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맺을 당시 현산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주당 약 4700원, 총 3229억원에 인수하기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지난달 19일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종가 2270원을 기록하면서 절반 넘게 가격이 떨어졌다. 다만 이날 산은 등 채권단의 추가 지원 가능성이 거론되자 오전 10시쯤 4100원까지 오르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현산이 주가 하락과 항공업 침체 등을 이유로 재협상 요구나 인수 중단에 나설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산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에 아무런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산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재협상도 고려하지 않고 기존 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산은과 수은에도 지원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될 경우 채권단, 금호산업, 현산 측 모두 손해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매매 계약 조건 변경 과정을 거치더라도 매각이 성사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채권단의 경우, 현산이 손을 털게 되면 이후 적당한 인수자를 찾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전방위적으로 위력을 떨치면서 쉽사리 인수 작업에 나설 기업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금호그룹도 인수 중단 시 난감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매각 대금으로 금호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야 하는데 인수 작업이 막히면 당장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우려가 있다.

현산으로서는 인수 포기 시 계약금 2500억원 상당의 거액을 포기해야한다는 점도 또하나의 부담이다.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노선 변경이라는 HDC 정몽규 회장의 비전도 허공속으로 날아갈 것이 분명하다. 다만 이번 인수에 재무투자자(FI)로서 인수대금 중 5000억원 가량을 내기로 한 미래에셋 쪽은 계약금을 아직 한 푼도 내지 않은 상황이어서 설령 이번 계약이 파기되더라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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