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점한 NC아울렛 당산점. 사진. 카카오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이랜드그룹의 1호 아웃렛인 NC아울렛 당산점이 영업 허가 취소 위기에 놓였다. 영업 허가 기한이 오는 6월까지 임에도 불구하고, 구분소유자가 50여명에 달해 재개장 혹은 매각, 리모델링 등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NC아웃렛 당산점은 2016년 12월 31일 폐점한 이후 공실로 남아 있다. 1층 상가와 아웃렛 앞 부지를 단기 임대하기도 했으나 3년이 넘도록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 주변 환경과 동떨어진 외관으로 방치되고 있다.

NC아웃렛 당산점은 폐점 당시 이랜드그룹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당산점 건물은 인수할 당시 이미 집합 건물로서 146개로 구분돼 분양됐다. 때문에 이랜드리테일 측은 구분소유자들의 동의를 받아 점포 매입 후 매각을 추진했으나 일부 소유자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 건물 구분소유자만 50여명에 이르는데다 이랜드리테일이 이 건물의 지분 40%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협의가 완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해당 건물에 NC아웃렛이 다시 개점하거나, 신촌의 이랜드복합관처럼 리모델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구분소유자들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큰 건물은 아니지만 내부에서는 상당히 의미있는 건물”이라면서 “향후 사용 방향에 대해서도 구분소유자들과의 협의가 완료되어야 결정할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랜드는 2012년 말부터 자사 외식·유통·패션 브랜드 3~4개 이상 매장을 한데 모은 '복합관'을 꾸준히 늘려왔다. 지역특성과 고객 소비 성향에 따라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입점시켜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신촌 이랜드복합관이다. 2015년 개점한 신촌복합관은 폐점한 신촌역 그랜드마트에 1층부터 6층까지 슈펜·스파오·자연별곡·피자몰 등을 입점시키며 죽은 상권에 숨을 불어넣었다. 이랜드 복합관 중 매출 3위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신촌역의 새로운 만남의 장소로 떠오른 바 있다.

이랜드의 전략적 운영으로 복합관은 백화점식 쇼핑몰과 달리 3~4층 작은 규모로 오픈해도 집객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산점 아웃렛 부지도 리모델링을 통해 복합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룹의 유통업 진출에 신호탄을 쏜 상징성도 포기하기는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NC아웃렛 당산점 유통업 허가가 오는 6월 말까지로 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 허가가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허가가 취소된다면 현행법에 따라 상생 합의, 교통영향평가 심의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랜드 그룹의 ‘공격경영’에는 또다른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말 이랜드는 도심형 아웃렛으로 공을 들여온 NC백화점 청주점을 오픈했다. 이랜드는 유통업 부문 경쟁력 회복을 위해 2015년 NC 부산 서면점, NC 경북 경산점을 출점한 후 무려 4년 만의 신규 출점을 결정하고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점쳐졌다. 지난 10월 AK플라자 구로 본점을 인수한 것도 이같은 공격경영의 일환으로 평가됐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개점이 미뤄졌다.

이랜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당초 상반기 내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늦춰졌다”면서 “리뉴얼 작업을 끝내면 8월 경 개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룹 지주사인 이랜드월드가 차입금과 사채를 1조 원 미만(개별기준)까지 축소하고 지난해 말 기준 유동성비율이 112%를 기록하는 등 재무구조는 안정화한 상태다. 이랜드그룹은 중국 사업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2013년 부채비율이 400%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알짜 패션 브랜드 ‘티니위니’, 스포츠 브랜드 ‘케이스위스’ 등을 잇따라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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