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I도입, 해외 비해 많이 뒤처져
광대한 데이터 기반…승자독식 우려도

제공. KB자산운용

[미디어SR 박세아 기자]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자산운용사들은 이미 인공지능에 미래를 걸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이따금씩 비대면 접촉에 대한 필요성이 각인된만큼, 투자 관리를 받고 있지 않은 잠재적 고객에 대해 비대면 채널을 통한 접근을 통한 고객기반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기존 세대와 다른 성향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가 곧 중심 고객이 될 수 있어 AI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에 있는 자산운용사들의 AI 활용률은 뒤처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20일 금융투자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AI 스타트업 민간투자액은 매년 48% 성장하고 있다. AI 시스템 투자도 지난해 375억달러에서 오는 2023년 979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만큼 AI 관련 산업군에 대한 기대와 투자가치가 크다는 의미다.

특히 금융업은 주요산업 중 헬스커어와 자동차에 이어 3번째로 AI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측되는 산업군이란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운용산업은 전반적으로 가격 인하 압력, 규제 강화 등으로 자산운용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높은 고객 기대 수준 등을 만족시키기 위해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초과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운용업계가 생존의 일환으로 지속성장이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으로 인공지능 기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쉽게 말하면 AI를 자산운용산업에 적용할 경우, 신속하게 시장 동향을 파악해 투자할 수 있는 머신러닝·딥러닝 알고리즘 설계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시장추세를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최저가로 매수하면서 거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시장과 상품의 복잡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세밀하게 현존하거나 잠재적인 위험을 식별해 평가하기 위해 AI기술을 편리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이미 세계 최대 운용사 블랙락(BlackRock)은 핵심 서비스인 알라딘(Aladdin)을 필두로 6.7%인 테크서비스 수익비중을 30%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세우는 등 AI 역량을 자사 경쟁력 강화 수단을 넘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또한 ACI(American Century Investment)는 AI 기반 로보애널리스트를 활용해 16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면서 기업들의 실적 컨퍼런스 콜 내용을 분석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도 AI 분석모델을 통해 투자테마와 종목을 발굴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는 운용사는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을 전제로 AI기술 도입에 앞다퉈 선도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AI 도입수준과 활용도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수수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기술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와 활용도가 높은 밀레니얼 세대가 자산운용사들의 주 고객이 될 수 있어서 더 편리한 금융서비스가 필요하다. 다만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도 AI도입과 시각이 각기 달라 해외보다 AI도입과 활용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2017년 국내 증권사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금융 조직을 신설한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미디어SR에 "AI를 통해 상품을 만들고 있고, 실제 AI를 활용한 펀드들이 6개 정도 있다"면서 "2016년 말 인공지능센터를 열어 AI의 운용능력을 검증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시장 상황 자체가 AI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큰 흐름인 상황에서 미래에셋도 고객에게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AI기술 적용은 시간을 가지고 가늠해야 하는 분야인 만큼 해외 운용사에 비해 뒤처진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당장 AI 로보어드바이저를 직접 활용한 펀드는 없다"면서도 "내부적으로 AI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AI를 활용한 상품 계획은 아직 없다는 설명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AI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면서 "AI를 활용해 부동산 투자 및 운용에 접목할 수 있도록 프롭테크 기업 발굴, 육성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AI도입에 대해 규제 관련 문제도 남아있다. 막대한 투자가 가능한 소수의 대형사들만이 AI기술을 활용해 더 많은 투자기회를 찾아 자본시장내 승자독식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대부분의 기존 사업 및 신규 사업 모두 대형사들이 끌고 나가는 상황에서 AI 부분 또한 대형사들이 주도해나가는 시장이 될 것"이라면서 "일부 AI특화 운용 및 자산 관리 플랫폼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고,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플랫폼 업체들도 진입하고 있는 만큼 금융시장 판도 변화를 일단은 유의해서 깊이있게 관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금융투자협회의 한 국제부 관계자는 "소수 대형사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경우 사이버 공격, 알고리즘 테러, 회사위기 등으로 글로벌 금융회사와 시장 전체에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 기술은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며 "정부는 AI가 가져올 패러다임 변화를 감안해 규제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 검토를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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