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형태의 배드뱅크 설립은 국내 최초

제공. 라임자산운용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라임자산운용이 결국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라임 펀드 판매사들은 1조6000억원 규모의 부실 펀드 회수를 전담하는 배드뱅크를 설립해 자산 회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20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은행·증권사 등 19개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들은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라임 부실 펀드 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배드뱅크 설립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배드뱅크란 금융기관의 부실 자산이나 채권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을 말한다.

통상 신규 영업은 하지 않고 부실 자산이 모두 청산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운용사 형태의 배드뱅크가 설립되는 것은 국내 최초다.

다만 아직 운용사 설립에 참여할 판매사, 출자 지분, 편입할 펀드의 범위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날 회의를 시작으로 구체적인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신생 운용사 출자금은 판매사별로 환매 중단된 라임 펀드 잔액에 따라 분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라임 펀드는 우리은행(3577억원), 신한금융투자(3248억원), 신한은행(2769억원), 대신증권(1076억원), 하나은행(871억원), KB증권(681억원) 등 19곳에서 판매됐다.

라임운용이 지난 13일 환매 중단 펀드의 자산 현금화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배드뱅크 설립 방안이 추진되는 것은 라임 경영진에 대한 금융당국의 신뢰가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초 라임운용이 환매 중단된 펀드에서 고객 자산 195억원을 빼돌려 라임 '실세'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넘긴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펀드 한 판매사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SR에 "현재 라임자산운용은 정상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검찰 수사를 통해 계속 범죄 행위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배드뱅크 설립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고, 판매사들도 자산 회수에 속도를 내자는 의견이 맞아 구체화하려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배드뱅크 운용사가 설립되면 지난해 환매가 중단된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호, 크레디트인슈어런스(CI) 1호 등 4개 모펀드를 담은 173개 자펀드는 모두 신생 운용사에 이관될 전망이다. 

다만 라임자산운용이 마련한 자산 현금화 계획은 회계법인의 실사를 바탕으로 수립된 만큼 원점에서 논의되기보다 그대로 이어받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감원은 신생 운용사 설립과 함께 라임자산운용의 전문 사모 운용사 등록을 취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신생 배드뱅크 운용사의 자산 회수 절차는 라임자산운용이 수립한 자산 현금화 계획과 같은 선상에서 진행될 것"이라면서 "라임운용 등록 취소는 제재와 관련된 것이므로, 배드뱅크 설립과는 별개의 절차라 운용사가 설립된다고 바로 라임운용 등록이 취소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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