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코로나19에도 실적 나올 만한 종목에 집중...2차전지는 '글쎄'

국민연금관리공단

[미디어SR 박세아 기자] 연기금이 선택한 종목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장기투자자인 데다 기관이기 때문에 안정성 높은 종목에 투자할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시 급락 폭이 컸던 지난달에는 3조원 가량을 순매수하면서 주가 추가 하락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은 2292억원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서만 연기금이 유가증권시장에 투입한 자금은 4조3000억원 가량이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1457.64로 최저점을 찍은 지난달 3월 19일 이후 2조 1644억원 규모를 순매수하고 나섰다. 올 초부터 3월 전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3000억원도 채 안 되는 순매수세를 보였던 연기금이 3월에만 3조280억원 가량을 사들인였다.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 주가 하락에 따른 증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고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연기금도 투자자기 때문에 수익을 봐야 하는 것이 필연적 속성인 만큼, 연기금이 투자한 종목을 보면 코로나19에서도 실적이 나올만한 종목을 중심으로 자금을 투입했다. 

우선 종목을 크게 나누면 연기금이 다양한 분야에 골고루 투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도체 중심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대형주를 비롯해 언택트 기조가 나타나면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타격이 심하지 않은 NAVER, 또 코로나19로 집중받고 있는 바이오주 중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에 집중했다. 특히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주가 저점 이후 반등장에서 각각 5650억원, 192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같은 경우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6조4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73% 오른 모습을 보여주며 어닝서프라이즈로 시장에서 평가받았다. 

연기금은 자동차에도 관심을 보였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 각각 1270억원, 838억원을 투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판매량 감소가 예상되지만, 이는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고려해 중장기 성장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반등장 속에서 2차전지 업종이나 에너지, 항공 업종은 순매도했다. 삼성SDI, 두산솔루스, 일진머티리얼즈 등 2차전지 관련주가 대거 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국제 유가 급락의 영향으로 전방산업인 전기차의 투자 가치가 희석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최근엔 연기금의 투자 관련해서 코로나19와 더불어 선거 시즌이라는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코로나19의 특수성도 있지만 일단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더 많이 사들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생각을 각종 주식 투자 커뮤니티나 네이버 증권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지난 15일 있었던 총선 전 연기금은 역대 총선 직전보다 더 많이 사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연기금은 2016년 20대 총선 직전 한 달 동안 하루평균 121억원, 2004년 17대는 11억원,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116억원, 2012년 19대는 136억원어치를 매수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한 달간 하루평균 130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4차례의 총선 중 연기금이 가장 많은 매수세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선거라는 특수성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코로나19 라는 특수성이 생겨난 시점부터 이미 연기금의 매수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증시 변동성에 대한 위험이 내재해 있는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이전보다 증시가 안정된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연기금은 주식을 적극 매수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연기금 중심의 기관 매수세가 증시 지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데 의견을 모은다. 또 저가 매수가 장기투자에 따른 수익 극대화 차원에서도 유효하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IBK투자증권은 "연기금 중심의 기관 순매수가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언급했다. NH투자증권도 "미국 실물 지표 악화와 실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연기금 중심의 기관 순매수가 증시 상승의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연기금은 총선 전 투자자들의 눈길이나, 코로나19의 악재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과 함께 외국인 물량을 받아내며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형국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지 투자는 원칙적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원칙적으로 투자 결정의 경우 기금의 장기수익 제고를 위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정해진 지침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면서 "선거든 코로나19든 이 원칙을 벗어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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