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계 "실효성은 지켜봐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한국은행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사태로 회사채 시장 불안이 확산하자 이례적으로 증권사·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10조원 규모의 회사채 담보 대출을 단행하기로 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비은행 금융기관에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

한은법 제80조에 의거, 금융기관의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했다고 판단해 정부 의견을 참고해 금통위원 4인 이상이 동의한 결과다.

이는 사실상 한은이 민간기업에 직접 대출해주는 첫 사례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공적 역할을 하는 한국증권금융(2조원)과 신용관리기금(1조원)을 통해 간접 대출한 사례 외에 한은이 한은법 제80조를 적용해 영리기업에 대출을 실행한 경우는 없었다.

한은은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에 일반기업이 발행한 신용등급 AA- 이상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최장 6개월 이내로 대출할 계획이다. 

적격 회사채를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언제든 한은으로부터 차입이 가능한 대기성 여신제도 방식으로 운영한다. 한도는 3개월간 한시적으로 10조원 이내로 정했으며, 추후 한도소진 상황에 따라 연장 및 증액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한 대출금리는 통화안정증권 182일물 금리(0.69%)에 0.85%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로 산정하는데, 지난 14일 기준 1.54% 수준이다. 한은은 내달 4일부터 증권사, 보험사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회사채 담보 대출을 가동하기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회사채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금융기관의 자금수급사정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이는 비상상황 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안전장치로서, 대기성 여신제도를 미리 마련해둠으로써 시장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이 증권사 단기 자금난 해소에 기여해 회사채 시장 안정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또다시 시장에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안전장치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으로 보는 것이다.

17일 김현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한국은행의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가 금융기관의 자금수급사정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향후 금융시장 상황 및 한도소진 상황에 따라 연장 및 증액 가능성도 존재하는 점도 긍정적이다"면서 "단기시장 금리 상승으로 인해 증권업 조달 비용은 증가할 것이나, ABCP 차환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현재 금융 시장이 정책 초기 논의 시점과 비교해 다소 안정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 증권사들의 대출 수요는 미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현재 시장이 다시 안정화되면서 증권사 유동성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으므로 실제로 증권사들이 높은 금리를 부담하면서 대출을 이용할지는 미지수"라면서 "또 다시 위기가 왔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열어놓은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므로, 실효성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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