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1,2학년과 초등학교 고학년 2차 온라인 개학.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권민수 기자] 16일 2차 중·고교 1~2학년생과 초교 4~6학년생이 온라인 개학에 들어간 가운데 EBS온라인클래스 등에서 접속장애가 발생하는 등 현장에는 혼란과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교육부에 따르면, 고등학교 1~2학년 90만 4000여 명, 중학교 1~2학년 89만 8000여명, 초등학교 4~6학년 132만 3000여 명이 원격수업을 시작했다. 지난 9일 온라인 개학한 중3 학생과 고3 학생 85만 8006명을 합하면 약 400만 명이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이트 멈춰 아무것도 못해...학부모 민원 전화만 무성"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정모 교사(26)는 미디어SR에 "첫 온라인 개학 날 EBS클래스로 수업을 시작하려고 해도 접속이 아예 안 됐다"며 "오전 8시 30분부터 사이트가 마비돼 약 3시간 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그는 "오후 12시 20분까지 수업인데 사실상 하루를 아예 날려버린 셈"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양대 학습관리시스템(LMS) 최고 동시접속자는 EBS 온라인 클래스가 67만5000명, e학습터는 66만4000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정 교사는 출석체크, 숙제검사, 원격학습 등을 위해 이용하는 프로그램 '클래스팅' 등도 서버가 다운돼 활용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정 교사는 하루종일 수업도 못하고 학부모의 민원전화만 받아 "내가 콜센터 직원인 줄 알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 교사는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며 "교육부가 하루라도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교육부는 현장의 분위기와는 달리 성공적으로 2차 온라인 개학을 진행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16일 오후 신학기 개학 추진단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거대한 정보화 시스템이 하루 만에 안정화되지는 않는다"며 "생각보다 무난하게 먹통현상 없이 지나간 것만으로도 비교적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이어 "EBS 온라인 클래스와 e학습터의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원활했다"며 "일시적으로는 동영상 재생이나 로그인 지연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학교별 온라인 수업 격차 상당...공교육 보편성 하락

온라인 개학을 두고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돈이 공부하는 시대가 됐다"는 푸념이 나온다. 특목고·명문고와 일반고의 온라인 수업 격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목고나 명문고는 자체 강의를 실시간으로 편성해 수업해 대체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행 연습을 하루 2~3시간씩 며칠 동안 하면서 개학에 대비한 결과다. 

대전의 한 명문고 3학년생(17)은 "줌(Zoom,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실시간 수업을 진행하는데, 몇 명이 출석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줌을 통해 입시 상담을 하는 등 선생님과 소통하는 것에도 큰 무리가 없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반면, 일반고의 경우 서버다운 등으로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웠다는 학생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학교에서 원격수업 프로그램을 잘 다루지 못해 수업과 출결에 계속 문제가 발생했다. 기술적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공유되지 않거나, 학생들의 질의에 담임 선생님이 명확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수업의 질이 낮아지는 현상도 발생했다. 고3 수험생을 자녀로 둔 한 학부모 여성은 "수업의 질이 너무 낮다는 아들의 성화에 오히려 100만원짜리 인터넷 강의를 추가로 신청했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그냥 학원을 보내는 것이 낫겠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는 “엄마들끼리 만나면 사회성 함양도 없는 강의로 교육하는데, 질까지 낮으면 그냥 학교 자퇴하고 검정고시 후 수능 보는 게 보다 효율적이지 않냐는 말이 나온다"며 "초기엔 웃어넘겼지만 이젠 조금씩 관심을 두는 분위기까지 왔다"고 전했다.

이처럼 학교별로 수업 격차가 상당해 공교육의 '보편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마저 나온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학생이 많은 특목고, 명문고는 양질의 수업을 원활히 받을 수 있는 반면, 일반고 학생들은 그보다 못한 수업 환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교육 문제 해소를 위해 '공교육 정상화'를 국정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온라인 개학으로 공교육 수업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오히려 사교육을 찾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의 국정과제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50대 사업가 장모씨는 “특목고나 자사고 등은 등록금이 높으니 준비도 잘 되는 모양”이라며 “결국 돈이 공부하는 시대가 됐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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