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케이뱅크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BC카드가 KT의 케이뱅크 지분을 넘겨받으면서 KT 대신 최대주주에 올라 고사 위기에 빠진 케이뱅크를 구하는 데 앞장선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BC카드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주식 2230만9942주(10%)를 363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 취득예정일자는 오는 17일이다. 

BC카드는 KT가 지분 69.5%를 보유한 자회사다.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을 BC카드에 모두 넘기면 BC카드는 케이뱅크의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현재 케이뱅크 1대 주주는 지분 13.79%를 보유한 우리은행이다.

이뿐 아니라 BC카드는 오는 6월 18일로 예정된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해 KT의 구주 매입을 포함해서 케이뱅크 지분을 총 34%까지 늘리는 안도 결의했다. 지분 확대는 기존 주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발생하는 실권주를 BC카드가 추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KT는 이날 바로 이사회를 열어 BC카드에 케이뱅크의 지분을 양도하겠다는 내용을 결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KT가 5월 임시 국회에 케이뱅크의 명운을 걸기보다 빠르고 확실한 방법을 택한 것이다. KT는 당초 케이뱅크 지분을 34%까지 늘려 대주주에 오른 뒤 5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려 했으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동이 걸렸다.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요건에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제외하자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불발되자 KT는 자회사 BC카드를 통해 우회 증자하는 안을 내세웠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4월부터 자금난에 시달리며 대출상품 판매를 모두 중단하는 등 1년 동안 개점휴업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케이뱅크는 지난 6일 보통주 약 1억1898만주, 594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금납입일을 6월 18일로 넉넉하게 잡아 납입일 전 열릴 임시국회에서 인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에 기대를 걸었다. 현 지분율에 따라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의 증자이지만, 납입일 전 개정안이 통과되면 KT가 케이뱅크의 지분을 확대해 증자를 주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이배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지속해서 인전법 개정안에 강경한 반대의견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임시국회에서도 개정안이 통과된다는 보장은 없다. KT는 위험부담을 안고 케이뱅크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보다 안전한 방법을 택한 것이다.

케이뱅크로서는 임시국회에 배팅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케이뱅크 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88%로, 국내 19개 은행 중 최하위다. BIS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기준인 10.5%를 하회하면 은행의 배당이 제한되고 8% 밑으로 떨어지면 금융위원회가 경영개선 조치를 권고한다.

KT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SR에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에 대한 포기의 의미는 아니지만, 무조건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면서 "개정안이 통과돼야 추후 다른 기업들이 인터넷은행업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으므로 개정안에 대해서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칫 꼼수로 여겨질 수 있는 자회사를 통한 우회 증자는 이미 카카오뱅크가 먼저 실현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카카오로 대주주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한투지주의 지분을 한국투자증권으로 넘기려 했으나, KT와 마찬가지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에 발목이 잡혔다. 이에 한투지주는 손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했다. 

당시 금융당국이 별다른 문제로 삼지 않고 한투지주의 지분 양도를 무난히 승인했기 때문에 KT의 경우에도 규제 회피 논란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케이뱅크의 증자를 도울 일이 있다면 돕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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