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실버세대 금융교육 현장. 사진. 신한은행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금융권에도 '언택트(Untact)' 바람이 부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노인을 위한 금융' 준비 상황은 아직 기초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금융 디지털 디바이드 해소 방안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금융권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가속하면서 시중은행의 영업점 폐쇄, 비대면 영업 기조에 맞춰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 또한 요구되고 있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디지털 소외자 지원을 위해 자사 모바일 뱅킹 앱을 통해 큰 글씨 보기·24시간 채팅상담 등의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스마트폰이 없거나, 있어도 모바일 뱅킹 앱을 설치해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노인들에게는 허울뿐인 서비스로 여겨진다. 노인들은 조회·송금 등 간단한 금융 서비스 이용을 위해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은행권은 급격한 금융 환경 변화에 걸맞은 스마트폰 및 모바일 뱅킹 앱 사용 교육, 와이파이 무료 설치 등의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우리은행은 서울 신촌, 명동점 총 2곳에 '우리은행 시니어플러스센터'를 개소해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각종 금융 교육과 은퇴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우리은행은 금융보안원과 함께 고령자 대상으로 안전한 스마트폰 활용법 교육을 실시해 모바일 백신, 스팸차단 앱 등 보안프로그램 설치 방법을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방식을 택했다.

신한은행도 작년 하반기 시니어를 대상으로 ‘신한 더드림(THE Dream) 사랑방’ 사업을 운영해 노인복지관 정보화 교실 리모델링, 인터넷 뱅킹 활용 교육 등을 한 바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실제 노인복지관과 어르신들의 수요를 반영해 맞춤형 금융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교육을 펼쳤다. 

하나은행은 개별 영업점에서 주기적으로 인근 노인정, 요양원 등을 방문해 모바일 뱅킹 이용법 및 금융 사기 예방 교육 등을 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시니어 고객 특화 플랫폼인 '골든라이프뱅킹'을 통해 단순한 메뉴 구성과 큰 글씨 안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은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시니어 고객의 안전한 소비생활을 안내하는 책자를 제작해 노인복지회관 등에 무료 배포헸다. 책자에는 복잡한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설명과 투자상품 가입 시 유의할 점,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행동 요령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농협은행은 올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면 콘텐츠를 보강해 책자 배포 사업을 계속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고 100% 비대면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시중은행보다 적극적인 금융취약계층 지원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7년 출범한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2018년부터 시니어 대상의 디지털 금융교육을 꾸준히 펼쳐왔다. 케이뱅크는 금융취약계층 정보격차 해소 지원을 위한 TF를 구성해 직접 시니어 맞춤형 교안을 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인복지회관 등에서 현장 교육을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도 작년 말 경기남부경찰청과 협약을 맺고 성남 지역 노인 대상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 바 있다. 해당 교육은 금융 서비스 활용법을 안내하고, 보이스피싱과 같은 금융사기 예방 방법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카카오뱅크는 이를 신호탄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디지털 금융 교육'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다만 이같은 활동들은 올해 꾸준히 진행되지 못하고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발이 묶였다. 은행들은 이구동성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디지털 금융 교육을 더 강화할 예정이었으나, 모든 계획이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다고 아쉬워했다. 현재로서는 아직도 재개 시기를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올해는 종전에 하고 있던 청소년, 어르신 등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디지털 금융교육을 확장해나갈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복지관이 전부 문을 닫아 어렵게 됐다"면서 "상반기까지는 힘들 것 같고 코로나 사태가 종료되면 작년과 비슷한 형태로 올해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시중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어르신들 대상으로 디지털 금융 교육을 진행하고, 인터넷 시설을 마련해 제공해왔으나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계획들이 무산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은행권의 금융소외계층 정책을 정비하고 강화하는 계기가 될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은행들의 영업 기조 또한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지난 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2분기 조회사를 통해 "코로나19에 의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기존 경쟁 방식을 바꾸고 모바일 사회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할 필요성이 대두된다"면서 "이를 위해 손님 경험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신한은행 통합 14주년 기념사에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대고객 서비스, 채널운용, 리스크 관리 등 금융업의 기준도 바뀔 것"이라며, "선을 넘는 도전과 구체적인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한발 앞당겨진 언택트 사회에 대비한 영업 전략 및 시스템의 변화 속도에 맞춰 디지털 디바이드 해소를 위해 은행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시점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비대면 사회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금융취약계층 지원과 관련한 CSR 활동도 활성화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향후 영업 방식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모든 은행이 디지털 격차 해소 방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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