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보다는 신곡...앞으로의 30년도 현재진행형"
"음원 시대에도 앨범의 미덕·색채 최대한 이어가고파"

 

가수 신승훈. 사진. 도로시컴퍼니 제공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발라드의 황제로 꼽히는 가수 신승훈이 데뷔 30주년을 맞아 4년여 만에 신보를 발표했다. 누군가 신승훈에 대해 물으면 이 앨범이라 답할 수 있을 정도란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음악들을 담은 만큼 이름까지 ‘마이 페르소나스’(My Personas)로 지었다. 명함 같은 노래들만을 신보에 담았다는 신승훈을 만나 새 노래는 물론 서른살 가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올해로 데뷔 30주년이 됐어요.
신승훈:
30주년이 되니 반환점을 도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신인 시절에 이런 말을 했었어요. 획을 긋기보다는 점을 계속 찍다 보면 선처럼 보일 텐데, 그때쯤이면 제가 한 획은 그었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요. 지금이 딱 그래요. 30개의 점을 찍고 바라보니 신승훈이라는 선이 하나 있긴 하네요(웃음).

Q. 새 앨범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신승훈:
봉준호 감독님이 ‘나의 페르소나는 송강호다’라고 했던 것처럼 제게는 어떤 게 분신 같은 건지 생각해봤어요. 결국,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페르소나는 노래더라고요. 이번 앨범 트랙 중 6곡이 신곡이에요. 나머지 두 곡은 실력있는 후배 싱어송라이터 중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곡을 담았죠. ‘사랑, 어른이 되는 것’은 예전에 우연히 듣고 원곡 가수인 더필름 님에게 연락을 드렸어요. 그리고 ‘워킹 인 더 레인’(Walking in the rain)은 CCM계에서 유명한 원우(모리아)의 곡인데, 이전에 제 노래의 편곡을 맡아줬던 것이 인연이 돼서 이번 작업을 함께 하게 됐어요. 이외에도 ‘더 콜’에서 제가 작업했던 ‘룰라바이’(Lullaby)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해 비와이와 함께 새로운 버전으로 만들어서 담아봤어요.

가수 신승훈. 사진. 도로시컴퍼니 제공

Q. 더블 타이틀을 선곡한 이유도 궁금해요.
신승훈:
두 곡의 반응이 정확하게 5:5로 갈리더라고요.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라는 곡은 5분이 넘는 노래예요. 소속사 식구들에게 질타 받았지만 열심히 밀어붙였죠. 또 다른 타이틀인 ‘그러자 우리’와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는 뮤직비디오를 남자와 여자 입장으로 나눠 찍었는데, 아마 노래 가사가 더 잘 들리실 거예요. ‘내가 나에게’라는 노래는 제 마음 속 타이틀이었는데, 이런 가사를 쓰고 싶고 이런 노래를 만들고 싶던 바람이 담겼어요. 콘서트 엔딩곡으로 생각 중이에요. 만든 뒤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4분 20초의 힐링을 선물해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웃음).

Q. ‘늦어도 11월’은 ‘라라랜드’를 보고 30분 만에 만든 곡이라고 들었어요.
신승훈:
맞아요. 그 노래는 주위에서 제게 자주 물어보곤 하는 결혼 이야기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는 곡이에요. ‘아이 빌리브’(I Believe)를 함께 작업했던 양재선이라는 친구가 제 이야기로 가사를 써줬죠. 저는 지금의 제가 열병과 소나기 같은 4, 5월을 지나 9월 정도에 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누군가가 제게 와 준다면 늦어도 11월에는 와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이 노래를 통해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을 거예요.

Q. 기존 곡을 모아놓은 기념 앨범이 아닌 신곡으로 오롯이 채운 점이 눈에 띄어요.
신승훈:
30주년이라 해서 ‘미소 속에 비친 그대’ 같은 예전 노래를 리메이크하기보다는 현재진행형 가수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30주년인 만큼 과거 영광을 대견하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들지만, 새 앨범이 나온 이 시점부터 앞으로의 30주년을 신곡으로 충실하게 만나 뵙고 싶은 게 지금의 마음이에요.

가수 신승훈. 사진. 도로시컴퍼니 제공

Q. 지난 30년 동안의 대표곡을 뽑아본다면.
신승훈:
그동안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보이지 않는 사랑’이나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네가 있을 뿐’과 같은 여러 곡들을 이야기 드렸었는데, 사실 매번 제가 말씀드리는 대표곡이 달라지곤 해요. 이번 30주년에는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꼽고 싶어요. 그 노래로부터 지금의 30년이 시작된 거니까요. 제겐 정말 의미가 남다른 곡이에요.

Q. 주옥같은 명곡들이 많다보니 ‘발라드의 황제’, ‘국민가수’와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어요.
신승훈:
연인이 헤어지고 가장 가슴이 아픈 게 잘해줬던 추억이 생각날 때래요. 아마 그래서 ‘가수 신승훈’이라하면 발라드를 많이 불렀다는 기억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저도 나름 맘보, 디스코, 뮤직스윙 같이 여러 장르도 시도하면서 각고의 노력을 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에게 발라드로만 각인이 돼서 때로는 애증의 관계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그리고 국민가수는… 이제 아닌 것 같아요(웃음). 지금은 전폭적인 지지를 받진 않으니까요. 하지만 앞으로 국민가수가 되려고 노력하지도 않을 것 같아요. 뮤지션이자 아티스트, 괜찮았던 아티스트라는 칭호로 남고 싶어요.

Q. 30년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가요계를 이끌어오며 어떤 변화들을 느껴왔을지 궁금해요.
신승훈:
 과거엔 연예계에서 가요가 중심이었어요. 모든 주요 시간대에 음악 프로그램이 있었고 시청률도 엄청났어요. 앨범이 나오면 동네 레코드점에서 줄을 서기까지 했을 정도로 가요계에 관심이 높았던 시대가 있었죠. 저도 그 시대의 수혜자라 생각해요. 하지만 이제는 가요계 자체가 큰 산업이 되면서 전문성이 높아지고 체계성과 투명성이 생겼어요. 예전 제 앨범에는 하우스 뮤직과 알앤비, 발라드 같은 많은 장르가 한 앨범에 들어가곤 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한 장르 안에서도 세분화가 되고 있어서 좋아요. 장르의 세분화가 시작된 건데, 그런 게 좋아요. 다변화된 많은 장르가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가수 신승훈. 사진. 도로시컴퍼니 제공

Q. 30년 동안 상업광고를 모두 거절하고 음악 외길 인생만 걸어왔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신승훈:
고지식한 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음악에 대한 열정이 필요했던 만큼 진정성 있게 가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고리타분하지만 저만의 법칙 같은 거였어요. 그렇게 안하다보니 계속 안하게 되더라고요. 앞으로 만약 광고를 하게 된다면 상업광고보다는 공익에 가까운 내용을 할 것 같아요.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돌려주는 삶을 살고 싶은 바람이에요.

Q.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겼어요. 활동에 있어서도 여러 변동이 생겼을 것 같은데.
신승훈:
기다려준 팬들과 30주년을 자축하고 싶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조금은 속상하기도 해요. 기존에 활동을 미뤄오면서 30주년에 제대로 해야겠다 싶었는데, 날벼락처럼 이런 상황이 됐죠. 오는 6월에 수원에서 콘서트를 가질 예정인데, 두 달여의 시간이 남은 만큼 기존의 공식을 완전히 뒤엎고 새로운 연출을 생각하고 있어요. 전화위복이라 생각해요. 30년 동안 쌓아온 내공과 연륜으로 잘 이겨내서 행복하게 30주년을 보내고 싶어요.

Q. 이번 수록곡 ‘내가 나에게’는 떠밀리지 말고 부딪혀보자는 내용을 담고 있잖아요. 이 곡의 가사처럼 스스로도 세상에 떠밀리지 않고 자신의 꿈을 잃지 않으며 살아온 편일까요.
신승훈:
그 노래는 어느 순간부터 지킬 게 많아지면서 모험을 하지 않으려는 나 자신에게 해주는 이야기예요. 떠밀리지 말고 부딪혀보자는 가사죠. 하지만 저는 뭔가를 등 떠밀려 한 적이 없어요. 스스로 결정하고 모든 책임을 져왔거든요. 그 질타도 모두 제가 받았고요. ‘전설 속에 누군가처럼’ 같은 실험적인 노래를 하면 그런 노래 말고 슬픈 발라드를 하라고 하는데, 슬픈 발라드를 부르면 고리타분한 자기복제라 하고… 그 사이에서 힘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많은 걸 지키며 살아왔기 때문에 이렇게 30주년을 기쁘게 맞을 수 있는 거라 생각해요. 자만하진 않되, 자부심은 갖고 있을 거예요.

가수 신승훈. 사진. 도로시컴퍼니 제공

Q. LP, 테이프, CD, 스트리밍 등 음악 환경의 변화를 겪으며 느낀 점이 있다면.
신승훈:
그러고 보니 심신, 윤상, 서태지, H.O.T., 동방신기에 BTS 시대까지 쭉 겪어왔네요(웃음). 오래된 가수가 맞긴 한데 대견하기도 하네요. 하하. 저는 어느새 빈티지 가수가 된 것 같아요. 낡았지만 멋스럽고 또 보고 싶은, 그런 거요. 저는 지금 신인의 마음이 없어요. 30년이나 된 가수가 신인의 마음이면 안 되죠. 그래서 이번 앨범도 기승전결을 확실히 담아 보여드리려 했어요. 앨범 위주로 음악을 해오던 사람이니까, 음원 시대가 돼도 앨범의 스토리를 담아내고 싶었거든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팬 분들을 위해서라도 기승전결과 희노애락이 있는 앨범 색을 최대한 이어가고 싶어요.

Q. 30년 동안 가수로 활동하며 힘든 시기도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슬럼프 같은 순간이 오면 어떻게 극복해왔나요.
신승훈:
많은 분들이 저는 처음부터 잘 됐으니 슬럼프가 없을 거라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스타일 변화에 대한 고민이 있었거든요. 제 목소리가 많은 분들에게 익숙해지면서 흔하게 느껴지다 보니 힘든 적이 많았어요. 이 장르가 내게 맞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고, 근원적인 외로움이 느껴질 때고 있었죠.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왔는데, 선배님들이 이제는 투정을 부리는 것도 괜찮다고 해서 그래보려 해요. 하지만 프로 가수로서는 힘든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을 거예요. 프로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가수 신승훈. 사진. 도로시컴퍼니 제공

Q. 가요계의 정점에 올랐던 만큼 스스로 ‘신승훈 표 음악’의 강점을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신승훈:
모나지 않음과 친숙함 그리고 신뢰예요. 제 음악을 듣고 욕을 하신 분은 없는 것 같아요. 제 스타일을 좋아하지는 않을지언정 이상한 음악이라 생각하시는 분은 없는 것 같다고 할까요? 누군가가 좋아하는 노래를 꼽는다면 한 곡 정도는 제 노래도 포함돼 있던 것 같아요. 저는 쉼 없이 꾸준히 음악만 해왔어요. 조용필, 이문세 선배님의 발자취를 쫓으며 저만의 발자국도 남겨왔죠. 제가 휘청거리면 저를 쫓아올 후배들도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한 방향으로 꾸준히 걸어가려 해요. 제 행보가 괜찮다면 흔쾌히 따라오실 수 있도록, 앞으로 또 다른 30년을 시작해보려 해요.

Q. 이번 앨범을 통해 꼭 듣고 싶은 반응이 있을까요?
신승훈:
저는 추억의 가수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며 위로를 전하는 가수로 남고 싶어요. 그래서 그저 이번 앨범이 좋다는 것보다는 “‘내가 나에게’를 듣고 힐링을 얻고 간다”는 반응이 제게는 정말 기쁘게 다가올 것 같아요. 5년 만에 나왔으니 한 분이라도 더 알리기 위해 노력할 거에요. 기획도, 구성도 잘 했는데 안 알려지면 너무 아깝잖아요(웃음). 이번 스페셜 앨범은 모험정신보다는 30년 간 제 노래를 들어주신 팬 분들에게 드리는 ‘땡스 투’에 가까워요. ‘너무 신승훈스럽지 않냐’는 느낌이 날 정도로 제 명함 같은 노래들이 담겼거든요. 여러 활동을 생각 중이니, 많이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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