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앞두고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신뢰도 짚어보니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전문가칼럼=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21대 총선이 나흘 앞으로 나가왔다. 이번에는 어느 후보에게 표를 줄까. 고민이 아닐 수 없다. 4년만에 한번 하는 국회의원 선거인데 아무 기준도 없이 의미없는 한 표를 던지기는 싫다.

총선에 나서는 후보자들은 저마다 자기를 선택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야당 후보들은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한 표를 호소한다. 여당 후보들은 정권의 안정적 운영을 통해 코로나19 등 여러 난관을 극복해나가자고 강조한다.

과연 누구 말을 믿어야 할까.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국회의원은 선거의 결과물이다. 이번에는 정말 마음에 드는 나라의 일꾼을 뽑을 수 있을까. 하지만 국민들의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는 높지 않다. 선거 때만 되면 표를 달라고 아우성이지만 정작 선거가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국민들은 찬밥 신세가 되고 만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각 당의 공천을 받아야 후보자들은 본선에 나서게 된다. 지역구 후보자들은 선거구 골목골목을 누비며 자신들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한다. 유권자들은 "한 표를 달라"는 후보들의 목소리가 소음처럼 들릴수도 있다. 얼굴도 잘 모르는 유권자들에게 무조건 표를 달라고 줄다리기 하는 풍경이 4년마다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다만 13일 간의 선거 운동을 떠 올리면 비장한 후보들의 눈빛을 기억하게 되기도 한다.

4년 전 눈빛에 약속의 의미를 담았지만 지난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다. 새로운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를 앞두고 직전 국회가 최악이 아니었던 적이 있었을까. 국회의원들은 어쩌다 이렇게 국민들에게 불신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것일까.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을 향한 바닥민심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보았다.

먼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감성은 부정적이다. 빅데이터 분석도구인 소셜메트릭스인사이트에 ‘국회의원’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4월 10일을 포함해 이전 한 달 동안 인스타그램, 뉴스, 블로그, 트위터 등에 나타난 내용을 진단해봤다. 전체 검색 건수 중에서 부정적인 비율이 43%로 가장 높았다. 긍정적인 비율은 33%로 나타났고 중립적인 평판은 24%로 나타났다.

부정적인 평판과 관련된 감성 연관어는 매우 자극적이다. ‘범죄’, ‘불법’, ‘비판’, ‘논란’ 등 이다. 국민들로부터 지도자로 대접을 받는 조직이라기 보다 ‘비리의 온상’이라는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한 연결이다(그림1). 

긍정적인 평판 연관어는 주로 기대적인 관점에서 연관어로 나타난 것이라 실제 국회의원들의 긍정적인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올리버의 기대불일치 이론에 따르면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지도자들에 대한 기대를 처음부터 버리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일탈이 일어나도 원래 지지했던 속성을 그대로 가져가려는 경향이 있는 정도다. ‘실수가 있기는 했지만 더 잘할 수 있을거야’라는 이해심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정적인 상황까지 긍정적으로 봐주는 인내심을 넘어서면 급격히 비판적으로 돌변하게 된다. 기대를 저버린 것에 대한 일종의 가중 처벌인 셈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회의원’에 대해 두 번 째로 발견하게 되는 속성은 ‘민생’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 후보자들을 보면 당장이라도 모든 유권자들과 눈높이를 같이 하고 있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보게 된다. 적어도 당선을 위해 목적 앞에서는 유권자들에게 겸손하고 권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선량'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선만 되고나면 초호화시설의 국회 의원회관에 갇혀 유권자들과 멀어지며 사회적 유대감을 갖기도 힘들어진다. 1억5188만원에 이르는 고액 연봉자인 국회의원은 보좌진의 충성스러운 지원까지 받으니 그야말로 의원 뱃지만 달면 훨훨 날게 된다. 후보시절에는 유권자 밑에 있지만 유권자들로부터 표를 얻어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삶 자체가 최상층부로 단번에 치고 올라가는 셈이니 일반 국민과 거리감이 생길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의원’을 검색어로 연관어 분석을 해봤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주요 정당의 이름이 보이고 ‘공천’, ‘출마’, ‘지역구’ 등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관련 용어들이 중심적으로 부각된다(그림2). 

선거에서 대통령 마케팅을 하는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까지 높은 연관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민생과 밀접하게 관련돼있는 주요 정책들은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코로나 19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은 혹시 감염될까봐 두려워하고 먹고 사는 문제로 힘들어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상관 관계를 증명하는 연관어에서 국민의 고통이나 고충 등은 빠져 있다. 오로지 국회의원이 되려는 후보자들의 머리 속에는 공천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할뿐 아니라 소속 정당의 심기를 살피는 것이 제 1순위 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빅데이터에 나타난 유권자들의 민심은 더욱 충격적이다. 4월 15일 오후 6시가 지나 투표가 완료되면 그날밤 개표 종료와 동시에 300명의 21대 국회의원들이 새로 탄생할 것이다. 이 중에는 재선,3선 등 다선 의원도 있을 것이고 처음으로 국회에 발을 내디딜 초선 의원들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주요 관심사에 과연 국민과 민생이 진짜로 있느냐 하는 점이다. 국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한번 더 ‘친조국’ 대 ‘반조국’ 이슈로 또한번 이전투구가 벌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기우로 끝나길 바랄뿐이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유권자들의 관심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 대해 계속해서 실망하고 어느새 진영간 막장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점차 국민들의 관심이 정치에서 멀어지고 있다. 빅데이터 비교 분석으로 ‘국회의원’ 키워드와 최근 인터넷 공간을 달군 ‘n번방’을 비교해보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선거일이 불과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많은 이들의 관심이 총선 보다 'n번방‘에 가 있을 정도다. 지난 한달 간 검색 상황을 비교했을 때 'n번방’은 일일 최대 50만건이나 되지만 ‘국회의원’은 선거일 가까운 날짜를 기준으로 해도 2만 건이 채 넘지 않는다(그림3).

 

이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수치다. 4년 마다 되풀이지만 근본적 변화없는 이벤트에 국민들이 크게 실망한 탓이다. 지역구에서 후보자들이 꺼내든 정책들의 대부분은 이미 4년 전 선거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재탕, 삼탕한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정책 공약이 아니라 선심성 공약은 더 고약하다. 결혼하면 수억원을 지급한다는 공약은 귀가 솔깃하고 군침이 꼴깍 넘어가지만 국민 세금을 걷어서 이런 식으로 돈을 살포하는 것이 과연 단 하나라도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

빅데이터로 살펴본 국회의원들의 이미지는 우리가 배우고 따라야할 지도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오히려 곳간의 세금이 이들에 의해 새나가지는 않을 까 전전긍긍해야 하는 경계의 대상처럼 여겨진다. ‘국회의원’을 둘러싼 빅데이터 분석 내용은 과연 우리가 국회의원을 믿을 수 있는지 되묻고 있다. 유권자들이 이번 총선에서는 더욱 깐깐해져야 할 것 같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똑 부러지게 일할 수 있는 진짜 선량을 추려내고 가려내기 위해 눈을 부릅떠야 한다. 

 

필자 프로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요즘은 유튜브 전문가로 통한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갖춰 정치 판세의 핵심을 잘 짚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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