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한국은행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한국은행이 9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75%로 동결하고, 올해 한국 경제가 0%대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주열 총재 주재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0.7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 0.50%포인트 빅 컷을 단행한 이후 첫 회의에서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것이다.

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세계 경제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영향으로 크게 위축됐지만, 지난달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대책의 정책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른 영향으로 향후 성장과 물가 흐름이 기존 전망경로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금융·통화정책이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지켜보고 정책 방향을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돼 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주열 총재가 금통위 후 기자회견에서 "금리로 대응할 정책 여력이 남아 있다"는 말로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음에 따라 이르면 5월, 늦어도 하반기 중에는 금리가 다시 인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미디어SR에 "올해 하반기 안에는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지만, 인하 시기를 5월로 강하게 보고 있지는 않다"면서 "지난달 기준금리 50bp 인하 결정 후 현재 시중금리가 그에 걸맞은 수준까지 내려와 있지 않으므로 현재 나온 정책들이 제대로 효과를 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싣는 시각도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디어SR에 "한국은행이 계속해서 유동성 공급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시장이 한 번 더 크게 흔들리지 않는 이상 한국은행은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올해 한국 경제가 0%대 성장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올해 한국 경제는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1%대는 쉽지 않다"면서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2분기 중에 진정돼 하반기에 들어서 경제 활동이 점차 개선된다는 시나리오가 전제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 총재는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출을 검토하겠다는 지난주 발언에 대해서 "회사채시장 안정 도모를 위해 일차적으로는 증권사에 대해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제도를 한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언급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 가동, RP 매입 등의 시장 안정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회사채 시장에 신용경색이 생길 가능성도 존재함에 따라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과 정부가 실무자 선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협의 진행에 따라 세부 내용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된 회사채, 기업어음(CP) 직접 매입 방안에 관해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같은 방식으로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회사채를 매입하는 방안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연준이 그랬듯이 정부 보증 하에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설립하는 게 상당히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의 신용 보강을 통해 시장안정에 대처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도 한은의 회사채 직접매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법적으로 제약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지금은 시장이 필요로 하는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 없이 공급하고 있고, 국고채의 경우도 국고채 수급 안정과 시장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필요하면 매입할 계획도 있다"고 일축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