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AI스피커를 이용해 홈트레이닝을 하는 이용자의 모습. 사진. KT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는 19일까지 2주 연장되면서 업무 외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집 안에서 보내야 하는 요즈음이다. 유튜브나 TV 등에 볼거리가 넘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두 달 넘게 지속되면서 이마저도 서서히 흥미가 떨어진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존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언택트로 인해 각광을 받았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 조치에 대한 관리가 엄격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시간 지속되면서 언택트로 인한 여가 활용 방식 및 소비 품목도 이에 따라 변화했다.

외식을 하지 않고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다보니 조리도구를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통조림과 냉동식품, 즉석식품 등 집에서 간단히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식품군의 매출이 늘고 있다. 주문 품목도 신선식품을 비롯해 생수 등 음료와 화장지, 물티슈 등으로 다양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에만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이 34.3% 급증했고, 2월과 3월 GS25에서는 냉장반찬과 냉동간편식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125%, 42%씩 늘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불러온 변화로 온라인 쇼핑에 익숙치 않은 세대들까지 유입되고, 생필품·식료품의 온라인 쇼핑과 배달앱 사용이 고착화할 것"이라며 "대형마트 온라인 부문은 고객 록인(자물쇠) 효과를 강하게 누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 연구원은 이어 "소비자가 어떤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입·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유사한 상품이나 서비스로의 수요 이전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경우에는 실외활동을 할 수 없어 교구, 장난감 등 상품을 찾고 있다. 아이들이 보육기관이나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각종 육아용품과 장난감, 도서 구매가 늘었다.

언택트로 인해 AI(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KT는 1분기 AI스피커 서비스 ‘기가지니’ 가입자들이 가장 많이 말한 키워드를 뽑아 ‘기가지니 말해랭킹’을 발표했다. 올해 1분기 기가지니 전체 발화량은 지난해 4분기에 비해 38% 증가했다. KT는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화되면서 외출을 자제하고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기가지니 서비스 이용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22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기가지니 서비스에서 2019년 4분기 대비 올 1분기 발화량 증가율 1, 2위가 키즈 카테고리에서 ‘핑크퐁 칭찬하기’와 ‘구구단 연습’이라고 밝혔다. 증가율이 각각 333%와 277%를 기록했다.

또한 요리, 명상, 홈트레이닝, 장보기가 늘었는데 만개의 레시피 서비스는 이용이 이전 분기에 비해 84% 증가했다. TV 시청도 증가했다. 기가지니로 실시간 채널을 검색하거나 재생하는 발화량이 43% 증가했으며, 주문형비디오(VOD)을 검색하거나 재생하는 발화량이 53% 증가했다. KT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기가지니가 언택트 시대의 필수품이 된 셈"이라면서 "기가지니를 이용하면 다양한 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가지니에 '요리'나 '홈트레이닝' 등을 말하면 기가지니가 관련 서비스를 검색해 창을 띄워준다. 인터넷을 TV로 이용하는 브라우저 역할을 하도록 기가지니가 작동한다고 보면 틀림없다.  

이처럼 언택트가 일상생활이 되면서 홈트레이닝을 즐기는 사람도 늘었다. 국내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 3월 한 달간 웨이트 기구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40% 급증했다. 세부 품목에서는 아령이 70%로 가장 많이 신장했고 ,케틀벨·덤벨·바벨 판매량도 45~55% 늘어났다. 하체 유산소 운동기구인 스텝박스는 지난해 3월보다 98%, 트위스트 운동기구도 두 배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실내 운동기구 판매량 증가와 함께 개인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전문 온라인 강의 수강생도 크게 늘어났다. 국내 1위 온라인 퍼스널트레이닝(PT) 업체 마이다노의 지난 2월 수강생은 전년 대비 153% 급증하며 개강 6년 만에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2~3월 수강 문의는 코로나19 확산 전에 비해 하루 평균 20% 늘어났으며 회사 측은 최근 수요 급증을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른 한시적 특수로 보고 수강생을 받지 않고 있다.

극장도, 하늘길도 ‘셧다운’에 가까운 상태다. 이 때문에 가장 수혜를 본 건 OTT(Over the Top‧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디지털TV 서비스)다. 국내외 콘텐츠를 한데 모아 제공하는 OTT 이용량이 급증하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IPTV 서비스 이용량도 늘어났다.

원하는 시간에 손쉽게 즐기는 ‘주문형 비디오’ 이용도 인기를 끌고 있다. 3개 IPTV와 디지털 케이블TV 자료를 모은 영화진흥위원회 온라인상영관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상위 20위 영화 이용 건수는 1월 마지막 주 64만 건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월 셋째 주(17~23일)에 77만 건으로 상승했다.

한편 지상파 3사 연합 OTT 플랫폼인 웨이브 라이브 방송 시청량도 첫 확진자 발생 전후 6주간의 데이터를 비교했을 때 16.4% 증가했다. OTT 대표주자인 넷플릭스 이용자 수도 많이 늘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앱마인더’에 따르면 국내 확진자 발생 전 3주 동안 넷플릭스 앱 이용자는 92만 명이었지만, 이후 2주간 104만 명이 찾아 12.8% 증가했다.

넷플릭스의 대항마인 왓챠플레이는 지난달 16일 경증환자, 자가격리자 등 3만 7100여명에게 왓챠플레이 이용권을 무료로 지급했다. 이용기간은 최소 한 달로, 완치 혹은 격리해제 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3일 이용권을 주는 ‘왓챠와 함께 이겨 내요’ 이벤트는 첫날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는 전언이다. 왓챠플레이 관계자는 미디어SR에 “1월과 2월말 이후로 시청량이 가장 빠르게 증가했고,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둔화한 데다 날씨도 따뜻해져 아무래도 3월에는 시청량이 조금 줄었다”고 했으나 “최근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자에 대한 제재가 엄격해지면서 다시 시청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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