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디지털금융점포. 사진. 우리은행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코로나19 사태 심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으로 '언택트(Untact)'가 주목받고 있다. 소비 경향은 물론, 서비스 및 마케팅 형태에서 채용 문화까지 비대면 중심으로 모든 라이프스타일이 재편될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의 기본적 생활 지침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생활 습관과 근무 환경에서부터 언택트가 확산되고 있다.

#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일상화되나

코로나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재택근무 및 유연근무의 확산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던 지난 2월부터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국내 다수 기업이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SK, 현대차, 한화, 효성, 코오롱 그룹 등이 재택근무를 도입했으며, 다만 이들 기업은 사태가 장기화하자 이달부터 속속 정상근무 체제로 복귀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기업들의 재택근무 실험 무대로 작용해 사태가 진정된 후에도 근무 유연화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준비 안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원격 근무가 도입됐지만 새로운 근무방식에 대한 실험의 계기가 되면서 근로환경에도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재택근무 시행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SK그룹은 지난달까지 재택근무를 마치고 이달부터 정상근무에 돌입했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업무 효율을 위해 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주)는 '스마트 워크'를 도입하기로 했다. 스마트 워크제는 유연한 시간제를 원칙으로 전체 구성원이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각자가 근무시간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 SK텔레콤은 지난 6일부터 '디지털 워크'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워크도 일종의 유연근무제로, 직원들은 출근과 재택근무를 선택해 근무할 수 있다. 이밖에 SK그룹 다른 계열사들도 현재 분산근무제 등의 대안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수펙스추구협의회 화상회의를 통해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데이터 축적 등을 통해 체계적인 워크 시스템으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택근무가 한시적인 대책으로 도입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효율적이고 선진적인 근무 형태를 안착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SR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직 사태 종료 후 근무 형태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이번 기회에 디지털 워크의 체계를 잘 갖췄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와 관계 없이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재택근무 체제를 상시화하려는 기업들의 실험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제공하는 재택·원격 인프라 구축 지원 사업에 지원해 심사를 마친 사업장은 지난달 말 현재 26곳에 달한다. 이는 정부가 중견 및 중소 기업이 원격근무 인프라 구축에 투입한 비용의 50%(2000만원 이내)까지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지난 2018년 11곳, 지난해 28곳에 불과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에도 재택근무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패션업계 한 중소기업은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주 2회 재택근무 시행을 검토하고자 임직원 설문조사 진행 후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또 한 정보보안 전문기업은 이번 계기로 사옥 내에 재택근무 가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내부 TF를 발족한다. 당장 재택근무를 상시화하지 않더라도, 바로 도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IT 기술의 발전으로 시스코 웹엑스, 줌, MS팀즈, 구글 지스위트 등의 원격 근무 플랫폼이 뒷받침되고 있는 점도 재택근무 상시화의 든든한 기반이 된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라인웍스, NHN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 등의 프로그램이 활발히 쓰이고 있다. 

송창용 이노션월드와이드 국장은 미디어SR에 "일반적인 업무는 원격 처리가 가능하지만, 창의성을 발현해야하는 업무는 얼굴을 보고 시너지를 내야 하기 때문에 화상회의 시스템을 찾는 기업들이 많아졌다"면서 "이번 기회에 기업들이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일과 어려운 일에 대한 구분을 인지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 거래도 비대면이 기본

이에 따라 금융 시장도 언택트를 키워드로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미 금융권 수장들은 코로나 이후 바뀔 금융 환경에 대비해 경영 목표를 새롭게 수립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코로나 사태를 단순히 재난 상황이 아닌, 금융권 비대면 전환의 계기로 삼는 것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신한은행 통합 14주년 기념사를 통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대고객 서비스, 채널운용, 리스크 관리 등 금융업의 기준도 바뀔 것"이라면서 "선을 넘는 도전과 구체적인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내부 회의 및 고객사 미팅에 화상회의 활용을 권장하고 모바일 뱅킹 앱을 통해 소상공인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은행 중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3월 중순부터 고객상담센터에 재택근무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금융권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를 끌어낼 전망이다.

실제로 해외 주요국을 중심으로 현금 사용이 감소하고 비대면 결제가 급증하는 등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영국의 ATM 네트워크 운영기관인 LINK에 따르면 최근 영국 내 현금 사용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인도, 러시아, 유럽, 필리핀, 베트남 등의 중앙은행은 현금 사용 억제 정책을 펴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시중은행 지점 폐쇄 및 ATM 사용 제한에도 나서고 있다. 

이에 이 사태가 끝난 후에도 비대면 거래 중심으로 금융권 풍속도가 변화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중은행들은 챗봇,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등을 가속화하며 변화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계좌 이체, 송금 등 간단한 서비스를 넘어 대출, 예금 등 여수신 상품 가입도 모바일로 권장한다.

최근 우리은행은 영업점 방문 없이 모바일 앱 '우리WON뱅킹'으로 신청할 수 있는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기업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올 상반기 내 비대면 기업대출 프로세스를 도입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이밖에도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채널 가입시 특별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예적금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언택트 마케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은행 영업점 업무도 비대면으로 점차 대체될 전망이다. 최근 우리은행은 강남역 지점을 디지털금융점포로 리뉴얼해 스마트키오스크를 이용해 예금, 외환, 전자금융, 카드 등의 신규 업무와 각종 변경 신청 등을 고객 스스로 진행할 수 있게 했다. 예금담보대출 신규 및 연장 등의 일부 대출업무 처리까지 가능하다. 더이상 은행 창구에서 번호표를 뽑고 안내해주는 직원 앞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대면으로 업무를 처리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대면비중이 높은 보험권도 이번 일을 계기로 상당한 체질 개선을 이룰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생명은 올해 초 보험금 지급 여부를 AI가 클라우드에서 실시간으로 심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DB손해보험은 연내 AI 로보텔러로 암보험 및 운전자 보험을 24시간 상담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최근 임직원 메시지를 통해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은 접어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신 회장은 "디지털 트렌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과거의 소비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런 트렌드는 더욱 가속화하며 디지털 경제로의 급속한 전환을 이끌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교보생명은 비대면 영업 강화를 위해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사용자 중심의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고 원격 화상회의 확대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생보업계는 설계사를 통한 대면 영업의 비중이 높은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이러한 업무 형태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기준 생보사 초회 보험료 중 대면 채널을 통한 가입 비중은 98% 수준이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코로나19라는 현상도 있지만 경제 전반의 패러다임이 언택트로 변화하기 있기 때문에 이에 보험업계도 발맞춰 비대면 영업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단기간에 설계사 가입 채널을 비대면으로 급격히 전환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보험사가 가입단계에서부터 유지, 지급까지 전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인터넷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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