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부회장, 미래투자‧현금확보‧시스템혁신 '3마리 토끼' 잡는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 LG화학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사내 메시지를 통해 투자, 재무건전성 확보, 혁신의 3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내비쳤다. 신 부회장은 지난 6일 메시지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자며 3가지 방안을 직접 제시하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신학철 부회장이 제시한 3가지 방안은 △현금을 확보하되 △미래를 위한 투자는 포기하지 않고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신학철 부회장은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은 위기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살아남는 방법은 단순하고 본질적”이라고 강조했다.

신 부회장은 특히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보험”이라며 애플을 예로 들었다. 금융위기 당시 2008년 4분기 애플은 256억달러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금력을 바탕으로 불황기에도 신제품을 과감히 출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금을 구하기 힘들어지는 경제 상황이 오면 현금은 더욱 중요해진다”며 “(위기 상황에서는) 투자, 비용 지출 등 올해의 계획들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미래를 위한 투자는 지속해야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신 부회장은 “버티는 힘이 경쟁력”이라며 “글로벌 선도기업들의 현재 경쟁력은 위기 상황에서도 미래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금 확보와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지켜내는 것은 일견 단순해보이지만 ‘운영의 묘’가 필요해 보인다. LG화학의 승부수는 결국 여기에 달려있다.

#해야 할 투자는 아끼지 않는다

통상 어려울수록 지출을 줄이는 데 신경을 쓰지만, 신 부회장은 해야 할 투자는 그대로 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자신감은 선제적 자금조달에서 나온다. 현금을 확보해뒀으니 계획한 대로 투자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이다. LG화학은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될 즈음인 지난달 13일 9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조달했다. 당초 5000억원 규모였지만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 조사에서 2조 3700억원의 자금이 몰려 회사채 규모를 9000억원으로 늘렸다.

LG화학은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투자 재원을 석유화학부문 사업 고도화를 위한 시설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화학 관계자는 8일 미디어SR에 “올해 집행할 총 6조원대의 투자금 중 절반을 전지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라며 “생산 시설 및 설비 증설과 수율 고도화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LG화학은 35조원 이상의 매출 목표 중 배터리 사업에서 15조원을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기록한 8조3503억원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대폭 감소했다. 영업이익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2019년 LG화학은 영업활동으로 3조 8365억원의 현금을 창출했으나, 각 사업부문별 시설 투자로 무려 6조 8460억원을 지출했다. 이에따라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전년 말보다 24.9% 감소한 1조 8886억원으로 집계됐다.

LG화학은 그동안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에 걸쳐 각각 8000억원, 1조원,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수요예측에서는 2017년을 제외한 2018년부터 올해 2월까지 3년 연속 2조원대의 참여 금액을 기록했다. 작년 12월에는 2차전지 관련 해외 시설투자에 최대 50억달러까지 차입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 등과 금융협약을 맺은 바 있다. 또한 지난 2월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매각 등을 통해 4월쯤 추가로 현금을 확보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0년을 ‘실행의 해’로 선포한 바 있다. 올해는 실행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포부인만큼 탄탄한 재무구조와 계획이 꼼꼼하게 뒷받침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성·현장성 있는 혁신 DNA

신 부회장은 영입 당시부터 크게 주목받았다. 1947년 LG화학 창사 이후 첫 외부 영입 CEO일 뿐 아니라,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이 후임인 신 부회장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 부회장은 대표적 혁신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기업 3M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20년 만에 한국인 최초로 미국 본사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수석부사장에 오른 입지전적 경력을 지닌 인물이다.

신 부회장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면서 혁신을 꾀한다. 특히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라는 탁월한 현실감각이 큰 강점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보고·회의 문화를 바꾸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수시로 이뤄지는 보고와 회의 방식이야말로 ‘스마트 워크’를 결정짓는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신 부회장은 이와 관련 모든 사장급 경영진들을 참여시켜 직접 ‘보고·회의 가이드’를 만들어 배포했다. 가이드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리더는 구체적으로 구성원이 할 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구분해 정해준다 △반복·정량적인 보고는 e메일 및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여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을 예방한다 △보고서의 양은 회의시간 30분당 2장으로 제한한다 △단순 질문 대응을 위한 실무자를 참석시키지 않는다 등 효율적인 업무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 지침들을 제시했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연착륙시키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업무 효율화를 위해 챗봇(Chatbot·채팅로봇)과 다국어 번역 시스템을 도입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제품 양산 진척률, 예산 현황 등 중요 정보까지 채팅하듯 묻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LG화학은 또 e메일·메신저·전자결재와 첨부파일 등 사내 문서와 정보를 한 번에 영어·중국어·폴란드어 등 22개 국어로 번역해 글로벌 업무에 있어 언어 장벽을 낮추고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방향성이 돋보인다. 이 역시 신 부회장 취임 이후 약 1년에 걸쳐 준비한 결과물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번에 배포한 CEO 메시지는 월례적 차원의 통상적인 말씀”이라며 “이번 메시지를 통해 사업 계획이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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