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한 창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 위키미디어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시중은행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 신용등급 기준을 외부 신용평가사(CB) 등급과 통일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시중은행에서 초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소상공인의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7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코로나19 초저금리 대출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신용등급 평가에 CB 등급을 적용해달라는 요청을 받음에 따라, 이에 맞춰 전산 시스템 변경 작업에 들어갔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SR에 "CB 등급 1~3등급이거나 이에 상응하는 은행 내부등급에 맞춰 둘 중 하나라도 충족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고 밝혔다. 

외부 신용등급과 은행별 내부 신용등급 평가의 기준이 달라 초저금리 대출을 받고자 하는 소상공인들의 혼선이 가중됨에 따른 조처다. 

지난 1일부터 시중은행에서도 1.5%의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소상공인 대상의 이차보전대출 공급이 시작됐지만, 은행마다 상이한 신용등급 산정으로 실제 대출에는 잡음이 따랐다.

나이스 평가정보 조회를 통해 개인 신용등급이 1~3등급임을 확인하고 은행을 방문해도 은행 내부 등급은 4등급 이하로 산출돼 퇴짜를 맞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이는 은행별로 급여계좌 개설 여부, 거래 실적 등에 따라 신용평가 모델이 다르기 때문이다. CB 등급 3등급인 사람이어도 이용거래 실적이 많은 주거래 은행에서는 2등급이 나오지만 타행에서는 4등급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는 은행 경쟁력을 위한 불가피한 시스템으로 보인다. CB등급에 따라 일괄적으로 대출을 공급한다면 은행별로 주거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상품 및 서비스 경쟁을 펼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같은 등급이라고 하더라도 각 은행 상황이나 리스크 판단에 따라 신용등급이 높거나, 낮게 나올 수 있는데 이는 은행이 지닌 나름의 경쟁력"이라면서 "당국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리스크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국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에 대출 수요가 집중되는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시중은행과 기업은행으로 공급 채널을 넓힌 만큼, 실효성을 위해 모든 시중은행이 당국의 뜻에 따라 신용등급을 통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융위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12조원 규모 금융지원 패키지의 일환으로 신용등급 1~3등급 소상공인은 시중은행, 1~6등급은 기업은행, 4등급 이하 저신용자는 소진공에서 1.5% 초저금리 대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시중은행에서 등급이 낮게 나와 대출이 거절된 소상공인들이 다시 기업은행, 소진공으로 몰리며 대출 수요는 원활히 분산되지 못했다. 지난 6일 기업은행이 초저금리 대출을 개시한 당일에만 2386건의 대출이 몰렸지만, 1일 대출을 개시한 국내 5대 시중은행 대출 규모는 3일간 1259억원에 그쳤을 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 지침에 따라 대출 시스템 변경을 위해 검토 중"이라면서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시행해 CB등급 3등급 이내 차주에게는 대출이 다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내부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이 진행되는 기존 시스템을 외부 신용등급으로 적용하기 위한 전산상 작업이 필요해 어느 정도 준비 기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전행이 공동으로 시스템 준비에 돌입함에 따라 빠르면 이번 주 내에 신용등급 통일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CB 등급 기준 고신용 소상공인의 대출 수요는 시중은행이 안정적으로 분담해 기업은행에 몰리는 업무가 일부 분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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