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아모레퍼시픽그룹에 과징금을 부과한 까닭은
공정위가 아모레퍼시픽그룹에 과징금을 부과한 까닭은
  • 정혜원 기자
  • 승인 2020.04.06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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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G, 자금 지원 통해 계열사 시장지배력 유지하는 편법 행하다 적발돼
공정위 제재 받은 아모레퍼시픽측 "내부거래감시위 설치하겠다" 고개숙여
아모레퍼시픽 사옥. 사진. 구혜정 기자
아모레퍼시픽 사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아모레퍼시픽 그룹과 그 계열사인 코스비전에 대해 각각 과징금 4800만원을 부과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750억원의 정기예금을 코스비전에 담보로 제공했고, 이 담보 덕분에 코스비전은 산업은행으로부터 600억원의 대규모 시설자금을 낮은 금리로 차입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G)이 2가지 특면에서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모레G이 정기예금을 무상으로 제공해 코스비전이 산은으로부터 차입을 할 수 있었다는 점과 아모레G의 담보 제공으로 산은으로부터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게 됐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대기업 집단이 계열 회사간 부당한 지원행위를 통해 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강화한 사례를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코스비전은 산업은행으로부터 600억원의 대규모 시설자금을 2016년 8월부터 1년간 5회에 걸쳐 1.72%~2.01%의 낮은 금리로 차입해 신공장의 건축자금으로 투입한 바 있다. 당시 코스비전의 다른 조건은 동일하고 담보조건을 신용조건으로만 변경하는 경우 산은이 제안한 금리는 2.04%~2.33% 수준이었다. 금리차 및 차입일수를 토대로 공정위가 추산한 코스비전의 부당한 경제상 이익은 1억 3900만원이다.

코스비전은 아모레G의 100% 자회사로, 이 회사가 제조한 화장품 모두 아모레퍼시픽의 계열사인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에 판매되고 있다. 2013년 코스비전은 이들 계열사의 매출이 크게 신장하면서 신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미 코스비전은 2015년부터 당기순이익이 줄어들었고 공장 신축비용 부담 등에 따라 현금흐름도 악화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자금 차입에 필요한 담보능력이 부재한 상태였음에도 아모레G의 지원으로 산은으로부터의 대규모 시설자금을 차입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이같은 자금 차입이 코스비전의 원가경쟁력 강화와 공급능력 향상으로 이어져 코스비전이 해당 사업 분야에서 유력한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유지‧강화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코스비전은 신공장을 건축한 뒤 화장품 제조 및 포장 능력이 40~50% 이상 증가해 생산능력이 증대됐다. 이를 바탕으로 코스비전은 2016~2017년 동안 화장품 제조 분야에서 3위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했고, 공정위는 이로 인해 관련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가 저해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부당이득의 규모가 현저하게 크지 않고, 차입 자금이 실제 신공장 건축에 전액 활용된 만큼 기업 집단의 한계 기업 부당 지원이나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미디어SR에 “공정위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당사는 앞으로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영 활동에 신중을 기하고 기업 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 결과를 계기로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등 자회사와의 거래 관계에 있어 투명성을 높여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현재까지 부당지원 행위로 공정위 제재를 받았던 신세계, 삼양식품, SK텔레콤, 한국남동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는 모두 기업 측이 승소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2017년 9월 재벌의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자 이들 사건을 전담하는 별도 조직인 기업집단국을 신설했음에도 성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공정위 기업집단국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으나 현재 조사 중인 사건들이 많다”고 밝혔다.

통상 기업이 계열사 등에 부당지원을 했는지 여부는 해당 거래에서 계열사에 적용한 가격이 일반적인 시장 정상가격과 얼마나 차이가 났는지에 달려 있다. 즉 계열사에 제품을 팔았다면 시장 가격보다 얼마나 싼 값에 공급했는지, 반대로 계열사에서 제품을 샀다면 얼마나 비싼 값을 치렀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2월 말 공정위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 심사지침’(이하 심사지침)을 제정해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간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나 부당 지원 등의 행위를 규제하는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의견이 재계를 중심을 제기되어 온 데 따라 공정위가 지침을 새로 마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법원이 공정위의 정상가격 산정과 부당지원 입증 방식을 인정하지 않아 패소한 경우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적정 가격 산정 방식 등에 대해 법 개정을 거쳐 확실한 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정혜원 기자 won@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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