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사진. 다음 지도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서울시가 대한항공 소유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입을 추진하겠다며 대한항공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으나 대한항공 측은 이를 부인했다.

3일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서울시가 매입 의사를 밝히고 매수 제안을 해온 것은 맞다”라고 밝혔으나 “하지만 현재 (서울시와) 논의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복궁 옆에 위치한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는 총 3만 7000여㎡로 약 1만평, 서울광장의 3배 크기에 달한다. 도심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으나 20년 넘게 방치된 채 개발되지 않은 상태라 ‘금싸라기 땅’이라 불리기도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대한항공 측과 부지 매입을 위해 실무협의를 진행해왔다면서 구체적인 개발 계획까지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조선시대 경복궁 동쪽에 있었던 소나무 숲을 복원하는 의미에서 이 부지를 소나무 숲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시 진희선 행정2부시장은 지난 17일 “송현동 부지는 서울 도심 한복판의 마지막 남은 대규모 미개발 부지로, 도시공간의 입지적 중요성과 역사 문화적 가치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이 크다”며, “협의가 잘 진행되면 올 하반기 내에라도 시민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 측은 현재 서울시와 협의하고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면서, 매각 주관사를 최종 선정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못박았다.

한진그룹은 이 부지를 2008년에 사들인 뒤 한옥호텔을 포함해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추진한 바 있으나 무산됐다. 학교 3개가 인접해있어 학교보건법의 제한을 받고 여론도 악화되면서 추진이 중단되고 한진그룹은 이 부지를 그대로 묵혔다. 매입 당시 2900억원이었던 이 땅의 현재 가치는 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기로 한 이유는 부채를 덜기 위해서지만, 서울시 측은 공원으로의 개발 계획을 밝히면서 예상 매입가를 4500억원이라고 언급했다. 송현동 부지가 도심 내 미개발된 마지막 지역임을 감안하면 현재 추정가인 5000억원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매입 의사와 예상 가격을 먼저 밝혀, 구매자와 입찰가도 서울시의 예상에 제한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매입 의사를 밝힌 것이 사실상 ‘해당 부지를 서울시에 매각하라’는 압박이라 보기도 한다.

추후 서울시가 인‧허가권을 갖고 있어 해당 부지에 개발 허가가 나지 않을 위험 요인도 있다. 송현동 부지는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 있어 건폐율 60%에 용적률 150%의 제한을 받는 데다, 인근 지형으로 인해 고도제한도 16m까지 걸려있다. 인근 지역에 학교가 3개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개발이 어려운 데 영향을 미친다.

대한항공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송현동 매각 계획을 밝혔으며, 현재 항공업계는 고정비 지출만 지속된 채 매출은 쪼그라들어 정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시중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부지를 매입하겠다는 소식에 업계는 사실상 대한항공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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