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주총이 남긴 것 ②] 마스크쓰고, 열화상 카메라 속 치러진 '코로나 주총'...큰 갈등 없이 지나가
[슈퍼 주총이 남긴 것 ②] 마스크쓰고, 열화상 카메라 속 치러진 '코로나 주총'...큰 갈등 없이 지나가
  • 박세아 기자
  • 승인 2020.04.02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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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주주총회를 제외하고 대다수 주요기업의 주주총회는 일단 조용하게 넘어가
현대자동차 정기 주주총회.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정기 주주총회. 사진. 현대자동차

[미디어SR 박세아 기자] "처음 경험해봤어요."

기업의 한 관계자가 2일 미디어SR에 귀띔한 말이다. 주주총회를 진행하면서 주주명부를 꼼꼼히 확인하고 최대한 좌석 간격을 넓혀 주주들을 널찍 널찍하게 배석하는 등 주총에서 유례가 없는 첫 경험을 했다는 전언이었다.

얼굴의 반을 가리는 흑과 백의 마스크 물결에 더해 삼엄해진 경계, 전보다 참석자가 약간은 줄어든 주총장, 열화상 카메라. 이는 모두 코로나19라는 변종 바이러스가 변화시킨 모습이다. 

기업의 1년 향방을 가늠하고 실제 자신의 실질적 이익과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을 결정하는 주주총회는 주주들에게 있어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올해들어서는 주주만큼이나 주총 개최에 보내는 외부 눈길이 더 뜨거웠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른 집단활동 기피 현상 때문이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던 한진 주주총회를 제외하고 일단 대부분 기업의 주주총회는 조용하게 넘어갔다.

실제 주총 현장 참석보다는 전자투표제 등의 활용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할 것으로 점쳐졌던 상황이었다. 이에 주총 현장이 다른 때보다도 사람이 없어 적막이 감쌀 것이란 예측도 무리는 아니었다. 따라서 바이러스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마스크를 쓰고 참석한 주주들에게 더 눈길이 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의무이자 필수로 기능하고 있는 요즘, 한정된 공간 속 인파로 인해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주주총회에 대한 주주들의 관심은 코로나19의 열기에도 사그라지지 않았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했다. 

물론 상법365조에 따라 수시로 개최하는 임시총회가 있지만, 정기총회에서의 무게감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정기총회는 매년 1년의 한국경제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활용되기도 한다.

대림산업과 현대중공업지주의 주주총회도 마찬가지다. 마스크를 쓴 주주들이 보이며 큰 잡음 없이 안건이 원안대로 승인됐고, 앞으로의 사업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로 남았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로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는 대구에서 개최된 현대중공업지주 주총에서는 재표제표, 분할계획서,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총 5개 안건이 큰 잡음 없이 통과됐다. 

대림산업 총회에서는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 등 총 6개 의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앞서 해외연기금과 국내 일부 기관투자자는 지난해 대림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배당 규모를 줄이자 재무제표 승인의 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로 인해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지만, 무사히 통과된 것이다.

주총 결과 배당은 전년 대비 23.4% 감소해 투자자 관점에서 아쉬운 결정으로 남았다.

대림산업 관계자가 미디어SR에 전한 말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건설경기가 불황일 것으로 판단한 것이 배당을 줄인 실질적 요인이다.

관계자는 이어 "주택시장뿐 아니라 토목과 플랜트 사업 부분 역시 유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배당감소가 나타나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대림산업의 일부 경영 투명성 강화 조치다.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이 2011년 3월 대림산업 사내이사를 맡은 지 9년 만에 연임 포기 선언을 한 데 이어 내부거래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사내이사진은 김상우 대표, 배원복 대표, 남용 고문의 3인으로 운영된다. 

이 회장이 연임 포기 결정을 한 이유는 그동안 이 회장을 둘러싼 이슈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로 인해 참여연대가 국민연금에 주총 자리에서 이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올라오면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압박해왔다. 이런 상황이 이 회장에게 사내이사 연임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대림산업의 내부거래위원회는 위원장 배원복 건설사업부 대표이사를 필두로 이한상, 김일윤 사외이사로 구성됐지만, 이번 주총 의결 결과에 따라 사내이사인 배원복 대표가 빠지고 남은 사외이사 3인으로 내부거래위원회를 운영할 방침이다.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의 경우 보수총액을 지난해와 같은 60억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실제 이사진에게 지급된 보수는 40억원이다.

양측의 주총에서는 미래 산업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도 엿볼 수 있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로봇사업 부문인 현대로보틱스가 5월 자회사로 분리하기로 결정되면서 로봇에 대한 집중과 투자가 이어질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신설법인 현대로보틱스는 로봇사업에 맞는 투자와 경영 효율성 제고를 통해 글로벌 톱티어 로봇기업으로 발돋움하고 2024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대립산업도 이사회에서 계열사 삼호와 고려개발 합병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합병회사 사명을 `대림건설`로 결정짓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 대림산업은 필름사업부문을 신설회사 `대림에프엔씨`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대림산업 유화부문에서 소비재 성격인 필름 사업부문을 뗀 것이다. 

건설 유화 부문의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함에 따라 대림산업의 유화·건설 부문 분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회사 측은 유화와 건설부문 분리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박세아 기자 seeall@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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