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주총이 남긴 것 ③] 법적 리스크에도 살아남은 금융지주 회장들...실적이 연임이끈다
[슈퍼 주총이 남긴 것 ③] 법적 리스크에도 살아남은 금융지주 회장들...실적이 연임이끈다
  • 김사민 기자
  • 승인 2020.04.02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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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 연임했으나 금감원과의 관계 개선 과제로 남아
신한금융지주, '집행유예' 조용병 회장 연임 성공했으나 실적 증명이 관건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가운데 3월 슈퍼 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됐다. 금융지주 수장들은 주요 연기금의 반대, 금융당국과의 마찰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무난히 연임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2020년 금융권 주주총회 중 가장 화제를 모은 곳은 단연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다. 각각 조용병 회장, 손태승 회장의 연임안이 안건에 올라 찬반 공방이 뜨거웠다.

# 신한금융지주, '집행유예' 조용병 회장 연임...실적 증명이 관건

신한금융지주 제19기 정기 주주총회. 사진. 신한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제19기 정기 주주총회. 사진. 신한금융지주

지난달 26일 열린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는 ▲제19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5개 의안이 논의됐고, 이는 모두 원안대로 승인됐다.

특히 조용병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안에는 사전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시한 국내외 연기금 7곳 중 6곳이 반대했으나, 원안대로 통과됐다. 최대 주주 국민연금은 반대 이유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면서 신한은행 채용비리 관련 혐의에서 일부 유죄를 받은 사실을 언급했다.

아울러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PP)은 "신한은행 채용비리와 관련한 조 회장의 집행유예 판결을 검토한 결과, 이사회 내 조 회장의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면서 "향후 신한금융 이사회가 필요한 조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반대 사유를 밝혔다.

지난 2017년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에 국내외 기관 주주들이 모두 찬성을 던진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최근 몇 년간 신한금융 주주총회에서는 겸직 및 이사회 독립성 훼손 등의 이유로 일부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소수 기관 주주들의 의견이 있었을 뿐이다.

이는 해외 기관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방향의 지표가 되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의 반대 권고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ISS는 주주총회 전 회원사들에 조용병 회장과 손태승 회장의 연임안에 반대 의결권 행사를 권고하는 주주총회 의안 분석 보고서를 보낸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실제 주총에서는 별다른 잡음 없이 연임안이 통과됐다. 지난 26일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는 "조용병 사내이사 후보는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로서 지난 3년간 신한금융을 안정성과 수익성 면에서 탁월하게 이끌어 좋은 경영성과를 거뒀다"면서 재선임에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법률 리스크를 지적한 연기금과 달리 대다수 일반 주주들은 실적 향상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신한금융지주의 2019년 누적 당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2468억원 증가한 3조4035억원으로, 6년 연속 당기 순익 증가세를 실현하며 리딩 금융지주를 수성했다.

또한 전년 대비 250원 오른 보통주 기준 1850원을 배당키로 결의하면서, 배당성향 25%를 기록했다. 이에 한 주주는 "주당 1850원 배당은 주주로서 만족스러운 금액"이라면서 "올해 코로나19로 경영 여건이 무척 힘들 것으로 예상되나, 진정한 강자는 어려울 때 드러난다"고 조 회장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주주총회 후 미디어SR에 "조 회장 재선임안에 대해 일부 기관의 반대가 있었으나, 향후 경영 성과와 실적으로 주주들에게 증명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조용병 회장은 지난 1월 22일 신한은행 채용비리 혐의 관련 1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 연임했으나 금감원과의 관계 개선 과제로 남아

연임 후 첫 행보로 우리은행 남대문시장지점을 방문한 손태승 회장. 사진. 우리금융지주
연임 후 첫 행보로 우리은행 남대문시장지점을 방문한 손태승 회장(왼쪽 두 번째). 사진.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25일 제1기 주주총회를 열고 ▲제1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4개의 안건을 논의해 모두 원안대로 승인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회장의 재선임안에 대한 찬반 여론이 치열했으나, 결국 손 회장도 과점주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 연임에 성공했다.

국민연금은 손 회장 연임안에도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권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세웠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사전에 의견을 밝힌 6개 기관 주주 중 5개 기관이 모두 손 회장의 연임안에 반대했다. OTPP는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가 손 회장에 대한 제재를 승인함에 따라, 손 회장의 은행 내부 통제 관리 능력에 대한 확신을 잃었다"면서 "고위험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에 대한 관리·감독의 심각한 결여로 주주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손 회장의 연임을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 우리금융의 최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손 회장의 연임에 반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예보는 손 회장 연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손 회장의 경우 금감원 문책 경고를 받아 향후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됐으나, 주총 전 법원에 신청한 제재 효력 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져 일시적으로 제재 효력이 정지된 상황이다.

한편, 손 회장은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금융당국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향후 당국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적잖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지주사 외형 확대를 위해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부등급법 전환도 앞두고 있다. 인수합병과 내부등급법 전환 모두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부분이므로 일각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은행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조사를 받고 있는 것도 부담 요소로 꼽힌다.

이러한 불안 요인을 안고 가게 됐음에도 우리금융 주주들은 손 회장에 대한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지난해 경상 기준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내고, 전년 대비 50원 늘어난 보통주 1주당 700원의 배당을 결의하며 배당 성향 26.6%를 기록하는 등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손 회장은 잇달아 우리금융지주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다. 손 회장은 올해 들어 자사주 1만주를 매입했는데 손 회장이 보유한 자사주는 총 7만3127주로, 이는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가장 많다.

이에 국민연금이 제시한 기업가치 훼손, 주주권익 침해의 우려는 과점 주주들에게 크게 공감을 얻지 못한 모습이다.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에서 신한, 우리금융지주 주식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로 바꿔가며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했지만 전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총이 끝나고 손 회장에게는 연임이라는 달콤한 선물이 안겼으나, 향후 기관 주주들과 고객들의 무너진 신뢰 회복이라는 중대한 과제가 남았다. 과반수의 찬성으로 연임안이 통과됐어도 주요 연기금 다수가 반대한 만큼 반대 사유로 거론된 제재 리스크를 간과하기 어려울 것이다.

손 회장에게는 앞으로 DLF 사태에 이어 라임 사태 수습의 과제와 끝나지 않은 당국과의 법적 공방이 남아 있다. 금감원은 법원의 손 회장 가처분 신청 인용에 반발해 곧바로 즉시항고라는 맞불을 놓은 상황이다. 주주들의 기대에 걸맞은 손 회장의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김사민 기자 samin@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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